사춘기가 드디어 도래한 듯한 준이의 언어강박, 만사 심한 부정, 하지말아야하는 행동 지적에 더 일부러 해대는 반항행동 등에 마음이 속상했던 금요일, 일기쓰기를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필 공교롭게 준이에게 큰 일이 생기고 그런 행동이 강해지니 직감적으로 준이가 뭘 느끼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런 것보다 우연히 때가 겹쳤으리라 생각되고, 완이의 두서없고 충동적이고 백번 지적해도 개선되지 않는 몇 가지 행동들에 제가 일관되게 단호하게 대했던 것이 준이마음에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도 요며칠 생각해보게 됩니다.
며칠 전부터 먹인 경기약 효과인지 두통은 상당히 가신 듯 하고 오히려 편해하는데 준이를 괴롭히는 또다른 이슈들이 돌출되는 시기인 것은 맞습니다. 태균이 사춘기 시절을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원래 반항 잘 하지않고, 하지말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발없이 순한 편이었던 태균이였지만 경기조짐이 시작되면 무조건 난폭해져서 엄마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준이도 이렇게 난폭해진다면 제가 견뎌낼 수 있을지 사실 자신은 없죠. 준이에게 더 큰 문제는 내재된 반항심과 부정말투입니다.
특히 하지말아야 하는 행동을 지적했을 때 강하게 튕겨져오는 준이의 의도적 같은 행동 반복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금요일 만보걷다가 서로 폭발한 현장을 보면서 작전을 새로 바꾸어야 하는 명제는 있지만 저도 폭발할 것 같은 지경이었습니다. 이 놈의 바지 속 손넣는 행동이 나오는 때는 준이의 무기력이 솟구칠 때나 변문제가 시원치 않을 때인데 왜 하필 바짓 속 손넣기로 되었는지 일단 세게 부딪치더라도 해서는 안되는 걸 각인시켜야 합니다.
요즘 완이가 준이하는대로 바지나 팬티 속에 손넣기, 손흔들어대기를 그대로 합니다. 아직 전두엽이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하기에 이런 시기에는 그저 눈에 자극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기 마련입니다.
막아놓은 차트렁크 쪽을 자꾸 침범해 가방 뒤져대는 쥐같은 행동은 백번을 지적해도 안되니 이쯤에서 포기해야 되는건가 회의도 일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 금요일 또 자기만의 먹을것 가방을 주지않았더니 역시 짜증으로 만보를 일관합니다. 그러고는 태균이나 준이 가방을 수시로 노리는 행동에서 문득 또 진하게 드는 회의. 이 정도 수준의 두뇌를 깨어나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하며 그게 가능할까 하는 회의감!
그러고는 제 신경을 자극하는 옷벗기에 돌입, 그래도 겉옷만 벗어대고 그걸 챙겨서 들고다니니 이것만 해도 많이 컸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봅니다. 겉옷을 나름 입었다고 하는데 완전 거꾸로라서 웃음이 터지지만 그냥 두고봅니다. 만보내내 이렇게 옷을 주체하지 못하는 다니는 모습에 그저 웃어봅니다.
12월 겨울에 보이는 지나친 고온현상, 금요일 토요일 걱정될 정도로 심했습니다. 금요일은 바람이라도 세찼는데 토요일은 바람도 잠잠, 초가을로 되돌아 가버렸습니다. 금요일, 그토록 원했던지라 완이가 싫컷 놀도록 물에 풀어주었습니다. 양말 신발은 벗고들어가라는 말은 어찌나 잘 알아듣는지... 귀가 밝아진 아이들의 선별적 자기유리한 말들에 대한 반응은 번개수준입니다.
그렇게 금요일은 소금막해변에서, 완이는 물놀이를, 태균이는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완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여러가지로 심기가 불편한 준이는 계단에 주저앉아 한참을 그대로 앉아있고, 저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고...
12월의 물놀이라니! 그런 요상한 낮시간을 마무리하고 집에 와서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는데 카페의 열렬한 응원자이자 격려자인 그림이할머님과 엄마가 그림이를 데리고 우리가 머무는 펜션에 1박2일로 놀러왔습니다. 그림이 상담도 해주고, 그림이어머님과 와인도 함께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오빠들이 셋이나 있다는 말에 오빠들하고 놀 생각에 부풀어있던 그림이에게는 무척 실망스러웠겠지만 오빠들 상태가 그림이와 놀아줄 처지가 못됩니다. 특수교육이 개입되어야 하는 아이들은 상태가 천차만별이라 어찌보면 일반인들의 지적상태나 경제적 여건 등이 천차만별이듯 우리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자기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찌 다른 아이들을 상대해 줄 수 있으리오'가 우리 아이들이 상황이라면, 그림이는 이제 자신의 인지는 마친 상태이나 아직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가야하니 자기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만사에 슬기롭게 대처해가는 교육이 참으로 중요한 때입니다. 정말 슬기롭고 기술적인 세상대하기 교육이 일상 속에서 지속되어야 하는 어려움... 그 과정의 필요성과 어려움을 그림이 가족에서 보게 됩니다.
알고있거나 느끼고 있어도 실제 일상생활에서 그걸 매시간 실천하고 현실에 적용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렇지만 문제소지가 있는 것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개입해서 긴 시간 누적시키지 않으면 문제라는 것은 매일 조금씩 더 커져서 어느 세월에는 감당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으로 가곤 합니다. 우리 부모님들 중에는 때로 불가능한 수준까지 문제가 커진 다음에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참 많은 듯 합니다.
토요일, 그림이네 가족을 위해 함께 만보길에 나섰는데,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표선해수욕장에서 소금막 해변 멋진 산책길. 그러나 지나치게 따뜻한 날씨와 폭신한 모래사장 걷기가 화근이 되서 우리 팀은 그만 바닷물 놀이로 변질, 결국 표선해수욕장 지류에서 물을 즐기는거로 마무리.
여벌 옷준비도 못했으니 만보는 포기되고 그림이네와 헤어져서 우리는 집으로 올 수 밖에 없었으나 다행히 이른 저녁을 함께하며 아쉬운 대화의 마무리를 했습니다. 부득불 아이들 고기 한번 사주겠다는 그림할머님의 배려로 저와 태균이, 완이는 공짜 고기파티를 즐겼습니다. 1박2일 펜션이용과 상담 등이 너무 고마왔다고 고기파티의 변을 달아주시는 그림할머님의 성의를 받는 것이 맞는 것같아 저도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 시간을 가졌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다시 나가려니 준이는 당연히 안가겠다고 합니다. 늘 그렇습니다. 준이는 나갔다 들어오면 다시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토요일 물놀이 마치고,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옷갈아입고 해야 하는데 요지부동 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림할머님과 잠시 이야기하는 사이, 그래도 움직여서 주차장 쪽으로 간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정신없이 주차장하며 해변가를 번갈아가며 찾아도 보이지 않는 준이. 차 안에서 이미 완이는 옷을 홀딱 벗고있기에 빨리 가야하는데 마음은 바쁘고... 심신이 바쁜 와중에 잠시 차 안을 보니 완이는 또 트렁크뒤져서 먹을 것 두 손에 쥐고있고... 만보걸으며 지나치게 많이 먹는 간식들이 죄다 단 것들이라 차 안이나 집에서는 가능하면 제한할 수 밖에 없는데... 자기가 필요한 것 모두 내것처럼 대하는 이 태도와 오로지 먹을 것에만 끌리는 이 머리를 어떻게 바꾸어주어야 하는지... 대책이 또다시 아득해집니다.
아무래도 방향감각을 잃고 그저 길따라 직진했을 것으로 예측해 차몰고 따라가보니 아니나다를까 길가에 서있는 준이가 보입니다. 제가 부르는 소리에 반갑고 안도하면서도 싫어 싫어를 외치는 준이의 사춘기는 꽤 진한 세월이 될 듯 합니다.
첫댓글 너무나 많은 도움 받고 감사한 마음 가득입니다.
대표님의 형언할 수 없는 어려움들을 보고 느끼니 정말 감탄뿐입니다.
성당이라 짧게 마감합니다. 부디 건강 조심 하시고 또 뵐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림 양육에 조언 잊지 않도록 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