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수(卒壽)의 언덕을 바라보며
지난날들 돌아보면 그 길고도 파란만장했던
고난의 세월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한편은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음입니다.
지금은 무심한 세월의 파도에 밀려
주변에 가까운 가족, 이웃, 친구들은
하나둘씩 불귀의 객으로
순서 없이 저 멀리 떠나가 버리고,
머리는 눈부시게 하얘지고
주름살은 점점 늘어가며
살결은 흉하게 축 늘어져 갑니다.
또 눈은 어두워지고 귀는 멀어지며
치아는 성한 대가 없고
다리는 힘이 빠지고, 어깨는 결리고
정신은 깜박거리는 황혼길이 한창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힘든 세월 용케도 견디며
자식들 그런대로 길러
부모의 노릇 어느 정도 해가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더 바랄 것은 없습니다.
남은 세월 후회 없이
살다 가야 할 터인데 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느덧 나이 80을 넘겨
졸수(卒壽)의 둔덕에까지 올라보니
기쁜 마음이기는 하지만…,
친구는 나날이 줄어가고
우편으로 전해오는 것은 광고지뿐이고,
걸려 오는 전화는 전화기를 바꾸라,
노인 보험에 들라, 싼 이자 돈 쓰라 등
알아듣기도 힘든 아가씨의 속사포가
귓전을 울릴 뿐,
정작 기다리는 친구나 지인의
안부 전화는 거의 없어져 갑니다.
카톡 등으로 안부가 전해지기
때문이라 생각은 듭니다마는
허전함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한편, 졸수(卒壽)를 앞둔 길에는
여기저기 변수의 함정이 놓여 있으니,
언제든지 빠져버릴 수 있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앞길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훌쩍 떠날 적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빈손이요,
동행해 줄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길인 것이 훤히 보입니다.
“그대가 있어 나는 참 행복했었다.”라고
진심으로 얘기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있으면 자주 만나 담소하고,
가동이 다소 불편할지라도
모임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자주 만나
점심이라도 같이 먹어가면서,
또 술 한잔, 차 한잔이라도 나누면,
붉게 물든 황혼의 인생이
아름다워지지 아니할까요?
남은 인생
건강하게 남의 도움 없이 살도록
노력하고 후회 없이 살다 가십시다.
- 2026년 2월 26일(木요일) 金福鉉 -
첫댓글 공감이 가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