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민덕희', 웃음·스릴 모두 갖춘 라미란-공명의 짜릿한 공조
한줄평 : 느와르와 코미디의 쫄깃한 앙상블
영화 '시민덕희'는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을 알아보던 시민 덕희(라미란 분)가 거래 은행의 손대리(공명 분)로부터 대출 상품을 제안 받으면서 시작된다.
손대리는 덕희에게 갖가지 이유로 송금을 여러 차례 요구했고, 돈이 간절하게 필요했던 덕희는 손대리를 의심하지 않은 채 돈을 송금한다.
영화 '시민덕희' 스틸컷© 톱스타뉴스
우리의 예상대로 손대리는 보이스피싱범이었다. 덕희는 당장 경찰서에 가서 박형사(박병은 분)에게 신고하지만 수사는 어영부영 종결된다.
상심하고 있던 덕희는 중국 칭다오에서 총책(이무생 분)에게 착취당하고 있던 손대리에게 제보를 받고 자신이 직접 수사에 나선다. '팀 덕희' 봉림(염혜란 분), 숙자(장윤주 분), 애림(안은진 분)과 함께.
보이스피싱범의 제보를 받고 보이스피싱 수사에 직접 나서는 용감한 시민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예상 가능한 스토리다.
또한 라미란은 앞서 영화 '걸캅스', '정직한 후보' 시리즈, '내 안의 그놈' 등 다수의 영화를 통해 코믹극을 완벽하게 소화한 바 있다. 라미란의 코미디에는 재밌을 거라는 신뢰가 있으나, 기대감이 다소 저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민덕희'는 예상 가능한 맛임에도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해피 엔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를 보며 계속해서 마음 졸이게 되고, 덕희와 손대리(재민)를 응원하게 된다.
또한 라미란과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의 조합도 신선하다. 안은진은 연변 말투를 찰지게 구사하며 '팀 덕희' 막내로서의 매력을 톡톡히 선사했으며, 염혜란 역시 중국어와 연변 말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독보적인 연기력을 보였다.
장윤주 역시 철없는 아이돌 홈마 역을 재치있게 소화했다. 영화 속에서 '팀 덕희' 4인방은 버릴 인물 없이 모두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최종 빌런'인 총책 이무생과 허당미 넘치는 형사 박병은 역시 영화의 볼거리를 가미하며, 이들이 라미란과 대치할 때 시너지가 폭발한다. 라미란은 극중 모든 인물과 케미스트리가 넘치는 '케미 여왕'인 셈이다.
극중 총책과 덕희가 대치하는 장면에서, 덕희는 "사기 당한 게 내 잘못이냐"라며 당당하게 응수한다. 이는 영화의 주제 의식과도 맞닿아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주변인으로부터, 혹은 타인으로부터 "어떻게 그걸 속냐", "바보 같다" 등의 비난을 듣곤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정말 우리가 비난해야 할 대상은 타인을 속이고, 인력과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다.
'시민덕희'는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지만, 세련된 연출을 보여주며 한국 영화감독계 '위대한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해당 영화는 도입부에 바로 사건이 시작된다. 또한 덕희가 경찰서에서 모범시민상을 타는 흔한 결말이 아니라 '팀 덕희' 멤버들과 소소한 파티를 예고하는 것으로 끝나며, 많은 관객들이 거부하는 '억지 눈물' 감성도 없다.
화려한 캐스팅과 신선한 연출의 조화, '시민덕희'를 극장에서 볼 이유는 충분하다. 1월 24일 개봉.
영화 '시민덕희', 웃음·스릴 모두 갖춘 라미란-공명의 짜릿한 공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