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0월 22일 강원도 설악산 단풍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오랫동안 벼르고 별러서 간 설악산 단풍 나들이인지라, 설악산에서 단풍이 좋다는 몇 곳을 골라 시간을 알뜰하게 쓰며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니, 설악산에서 느낀 감흥을 사진이 따라오지 못하네요. 솜씨 부족으로 그 좋은 경관들을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곳에서의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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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에 노포동에서 출발하는 속초행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 택시로 한계령으로 이동하여 설악산 서북능선을 타고
다섯 시간 여의 걸음 끝에 도착한 대청봉, 서북능선에서 바라보는 곳곳 설악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엄 그 자체였습니다.
대청봉에서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오면서 담은 모습입니다. 단풍은 희운각, 양폭 대피소를 거쳐 비선대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 새벽부터 걷기 시작하여 11시간 정도를 헤메며 설악동소공원에 도착하니 어둠이 다시 깔리고 있었습니다.
속초 터미널 근처에서 짜장면 한 그릇으로 저녁을 떼우고, 찜질방에서 목욕으로 피로를 풀며 잠시 눈을 부쳤습니다. 그리고 새벽 첫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걸려 백담사로 갔습니다. 마침 토요일인데다 절정의 설악 단풍을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단풍객들로 인해 백담사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가히 단풍전쟁이라 일컬을 수 있을 만큼 백담사 주변은 사람들과 차로 북적였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단풍은 백담사 주변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더 붐비기 전에 백담사를 빠져나와야했습니다. 백담사에서 수렴동대피소까지 왕복 세 시간의 단풍 산책을 하고서 백담사를 내려와 인근 식당에서 황태정식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틀 만에 처음으로 먹어본 밥이었습니다. 시간을 아끼고자 택시를 타고 한계령쪽으로 이동하여 '흘림골 - 주전골 - 오색약수'까지 세 시간의 산행을 더 하였습니다. 이틀간의 산행을 끝내고 오색에서 속초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가 막혀 엄청나게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약한 버스를 놓치고 겨우 막차를 타고 춘천으로 가서 다음날 춘천마라톤에 참여할 우리 회원들과 합류했습니다. 단풍이 좋다고 소문난 곳이라 기대를 하고 거금을 들여 택시까지 타고 찾았지만 흘림골쪽은 이미 단풍이 저버려서 기대만큼은 못하더군요. 하지만 주전골 아래로 내려오면서 단풍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곳의 모습들입니다.
산행 시작지인 흘림골 입구에 있는 여심폭포라는 곳인데 모양이 좀...
여성의 깊은 곳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다는데, 사진 찍기도 좀 민망했습니다^^...
작년 제주도에서는 여성 길동무가 있었는데, 설악산에서는 길동무도 잘 만나지지 않더군요.
나홀로 산행길, 많이 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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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러서 간 설악산 산행인만큼 정말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위엄넘치는 설악산 곳곳의 모습, 장인의 손으로 만든 것 같은 기암절벽과 계곡, 더없이 맑은 물과 울긋불긋한 주변 단풍들의 조화는 오랫동안 뇌리에 깊숙히 자리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음 번에 갈 때는 우리 회원들과 함께 가서 설악산에 푹 빠져보고 싶습니다.
첫댓글 작년에 오색~설악폭포~대청~중청~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세존봉~신흥사 쪽으로 내려왔었는데...언제나 가고 싶은 산, 설악산은 가을과 겨울이 좋습니다.
설악산 단풍 즐감하고 갑니다. 길손 행님 힘!~
감동적이며 한편 장엄합니다. 즐감했어요*^^*
해안선사의 "山山山非山 山非山山山 山山非山山 入山無一山" 구절을 뇌까리게 합니다.
혼자 가는 용기를 얻었으니 이제는 독립해도 좋겠소. 단풍이 저리 노래하는지, 울부짖는지, 살아온 나날을 태우는지, 깨닫고 오니 이제는 자연을 닮았소. 길손이 드디어 길손이 되었구려. 다음에는 길동무합시다. 산을 그리워하는 타이곤!
큰산이 주는 깊고 너른 가르침과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주는 위안과 무언의 조언들. 길손님의 객담과 사진들을 보니 너무너무 가고 싶습니다!
쉿! 가야지 내에 등산팀을 만들면 하고 회장님께 건의했다가 '죽도록 터졌다, 더 늙으면 등산팀 만들자고, 달릴 수 있을 때 달리라는 명을 받고...' 그래도 길손, 우리 몰래 산에 한 번 갑시다. 정말로 비밀로 하고...그런데 누구 누구 끼야주꼬? 은밀하게 접선해 보세요. 회장님도 끼야주야 되나? 비밀이 탄로날텐데...명산탐방대책위원회 회장 길손님!
말해도 된다 할 때까지 회장님 이하 모든 이에게 절대 비밀로 할테니 저도 낑가주세요오. 달리기는 잘 못해도 걷기는 잘 해요. 흠.. 일단 꼬리말 다는 사람 순으로 접선을 함이 어떨지요?
Top secret !! biron은 절대 비밀 보장 합니다.
저도 회장님께 비밀로 하고 낑가주이소 걷는 것이 달리는 것 보다 자신 있습니데이
여심폭포....... 제 홈에 담아 갑니다....헤.....
우와~~대단합니다. 나도 달리기 치우고 단풍여행 떠나고 싶다.
마음 먹은 일은 꼭꼭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기어코 실천하는 저 끈기. 사직에서 마음 먹은 거리를 만난(萬難: 대개는 먼저 끝내고 기다리는 자들의 끝내기를 재촉하는 눈길^^)을 무릅쓰고 달려내실 때 알아봤심더. 그림으로나마 설악산 단풍 구경 시켜 주셔서 감솹니다. 아, 비밀모임 말인데요, 등산, 걷기를 포함해서 "느린달리기모임-명산명길탐방대책위원회"-어쨌든 달리기의 대의는 지킨다는 꼼수?-는 어떨른지요?ㅎㅎ
여러 회원 님들의 의견이 이러한 바, 회장님의 눈치(?)를 보아, 가야지 조직의 대의를 거스리지 않으면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산행을 한 번 추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