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양국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즈베스티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토론회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 참석자의 질의에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늘 남북한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며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발다이 클럽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으로 모스크바-서울 접촉이 깨질 수 있다/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우리 나라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설은 지난달(9월) 29일 체코 일간지 '믈라다 프론타 드네스'(Mladá fronta DNES)의 온라인 판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이 매체는 "750억 크라운(약 29억 달러) 상당의 한국산 무기가 체코를 통해 (비밀리에) 우크라이나로 배송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체코 방산업체가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해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미국이 그 비용을 댄다는 것. 우크라이나 측이 요청한 한국산 무기에는 휴대용 대전차 무기 ‘현궁’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신궁’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한국산 살상 무기의 우크라이나 제공 사실을 가장 먼저 쓴 체코 일간지 믈라다 프론타 드네스. 구글 번역본을 캡처한 것이다/캡처
이후 일본의 한 매체도 지난 1일 미국이 지대공 미사일 등 30억 달러 상당의 한국산 무기를 구매해 체코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같은 외신 보도를 전면 부인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파문이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비교적 자세히 전한 이즈베스티야는 체코 일간지의 보도를 참고한 듯 "체코가 미국의 자금으로 (한국산) 무기를 구입한 뒤 우크라이나로 이전된다"며 "이는 한국의 무기 공급 거부 방침을 피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공 비행 항공기와 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는 대공미사일 시스템 '치론'(Chiron, '신궁'의 잘못인듯-편집자**)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발사된 대전차 미사일 '현궁'(위)가 표적인 탱크를 파괴하는 모습/유튜브 캡처
우리 정부(국방부)는 앞서 지난 2일 체코 일간지 등의 외신 보도를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방탄조끼 등 비살상 무기만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