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개 단체 공동규탄성명>
서울시와 경찰청은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비정규직 긴급행동 금지 통보 철회하라!
4월28일 서울시와 경찰청은 노동절에 열릴 예정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코로나19긴급행동’(이하 비정규직 긴급행동)에 집회금지 통보를 했다. 이미 정부 당국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코로나19)확산이 잦아들어서 물리적 거리두기나 영업 정지 등을 완화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긴급행동’에 대해서만 집회금지 통보를 한 것은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뜻이다.
이번 집회금지 통보는 공익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비정규직의 인권을 차별하고 억압하고 억압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부 당국의 집회금지 통보는 부당하다.
먼저, 서울시와 경찰청의 집회금지 통보는 비례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는 집회 금지의 목적이 감염병 예방이 아님을 드러내준다. 특정지역에서만 집회로 인해 감염병이 확산된다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다.
이미 지난 토요일 강남역에서는 고공농성하는 삼성해고자를 응원하는 집회와 행진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일 비슷한 시간대에 강남역에서 보수단체가 차량을 동원한 집회와 도로행진도 하였다. 도대체 코로나19가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만 확산된다는 말인가! 지금도 직장인들은 출퇴근시간 버스와 지하철은 콩나물시루처럼 최소한의 안전거리도 없이 실려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확산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에 떨자, 정부 당국은 아직까지 대중교통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집회금지 통보는 이러한 정부 당국의 태도와도 상반된다.
사실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집회를 금지한 장소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주요한 집회장소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집회하던 곳을 집회금지 장소로 정한 것은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집회시위 장소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로 옮기라는 것은 집회시위의 권리를 무력화하는 조치이다. 결국 코로나19를 핑계로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는 모조리 금지하겠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둘째, ‘비정규직 긴급행동’으로 기획한 집회에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가 포함돼 있음에도 무차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다. 신고당시에도 밝혔듯이,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모두 착용할 뿐 아니라 장갑과 방진복을 입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경찰청이 집회금지 통보를 한 것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의 내용’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집회금지 통보는 지난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자만감이 노동자서민들을 외면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노동절에 모이려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는 고통 받는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과 대책이 아니라 소수 재벌기업을 위한 조치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더 위험하게 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에 맞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계 위협과 해고에 시달리고 있다. 참다못해 ‘악소리’라도 내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이려는데 서울시와 경찰청은 ‘악소리’조차 틀어막으려 하고 있음에 분노한다.
셋째, 서울시와 경찰청의 금지통보는 국제인권기준에도 반한다.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집회결사의 자유 10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10대 원칙에는 ‘공중보건위기가 권리침해의 구실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과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 또는 규정을 차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되며’ ‘표현의 자유’와 ‘파업권을 포함한 결사의 자유를 보장’이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19처럼 개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위협받는 시기에 집회시위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막는다면, 국가의 코로나19 대책에는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금지 조치는 집회시위의 자유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인권, 노동권을 억압하는 성격이 분명하다.
넷째, 서울시와 경찰청이 근거로 삼고 있는「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9조제1항은 매우 자의적이고 추상적이다. 감염병예방법 49조1항은 집회시위 금지 통고의 사유도 구체적이지 않아 행정부인 지방자치단체장의 뜻대로 시민의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방역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정부의 재량 행위를 최소화하고 자의적인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그 제한의 목적, 방법, 범위, 정도, 보상 등이 법률로써 명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행정권의 남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감염병 예방법 49조 1항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러한 허술한 법으로 노동자시민의 권리인 집회시위를 막는 것은 헌법21조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노동절 코로나19 긴급행동에 참여하는 노동자와 시민, 학생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하나, 서울시와 경찰청은 자의적이고 비상식적인 집회금지 통보를 철회하라. 더 이상 정부는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 서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말라.
하나, 우리는 코로나19에 정부에게 해고금지를 포함한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탄압이 있을지라도 다양한 방식과 형식으로 긴급행동을 전개할 것이다.
2020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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