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입니다.
아침에 항상 사과 반쪽이나 한 개를 먹습니다. 밥을 먹기 전에 먹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많지만 밥을 먹은 뒤에 먹습니다. 요즘엔 사과 저장방법이 많이 발전을 해서 여름까지도 싱싱한 사과를 먹을 수가 있다 보니 사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과를 먹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예전엔 여름 과일로 수박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참외로 바뀌었습니다. 수박은 크고 무거워 높은 산 속에 있는 저의 집까지 나르기도 힘들고 근래에는 달고 맛있는 수박이 흔치 않다보니 참외로 바뀐 것입니다.
4월 초부터 참외를 먹기 시작해서 8월말까지는 날마다 저녁에 참외 하나씩을 먹습니다. 제가 먹는 참외가 성주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남한강 가의 금사리에서 오는 것인지는 제가 알지 못하지만 요즘 참외는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다 달고 맛이 좋아서 아주 흐뭇합니다.
이 사과와 참외가 다 밖에서 들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에 잘 맞아서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과와 참외만큼 맛이 좋은 과일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특히 참외는 이제 그 이름이 ‘코리안 멜론’으로 공식 명명이 된 만큼 우리나라 특산 과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참외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2016년 제4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참외의 영명을 ‘오리엔탈 멜론(Oriental melon)’에서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으로 변경했을 정도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경북 성주에서 70% 이상의 참외를 생산해낸다. 현재 인구 4만2000여 명인 성주에서만 3800여 농가가 3500㏊ 규모의 농지에서 참외를 재배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조수입 5534억 원을 달성했다.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억대 농가만 1612가구에 달한다.
참외는 유전적으로 멜론과 가까워 같은 학명(Cucumis melo L.)을 갖고 있다. 이 종은 북동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후 서양의 멜론과 동양의 참외로 나눠졌다. 인도와 중국 등을 거쳐 한국과 일본 등으로 전파된 후 일본에서는 ‘마쿠와우리(まくわうり)’라는 이름으로 재배됐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성주가 세계적인 참외 생산지가 된 것은 훌륭한 재배 조건을 갖고 있어서다. 경북 남서부에 위치한 성주는 분지 지형에 토양이 비옥하고 지하수가 풍부해 참외 농사에 적합하다. 한증술 참외산학연협력단장(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은 “경북 성주는 기상재해가 적고 겨울철 안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은 참외가 생산된다”라고 했다.
성주참외의 맛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얽힌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어느 날 참외를 먹다가 “이 참외가 유별난데 어디서 온 참외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가리킨 참외는 바로 성주의 한 농가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골프장에 납품하던 참외였다. 이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경북에서 재배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수소문 끝에 그 참외를 재배한 농민을 1976년 청와대에 초청하기까지 했다.
'전자파 참외' 사드 괴담…"인체 무해" 입증되자 다시 인기
이런 성주참외는 한때 뜬소문에 시달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16년 등장한 ‘전자파 참외’라는 괴담 탓이다. 당시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성주군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에서 전자파가 나온다. 그 전자파가 땅에 스며들고, 결국 참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괴담이 나돌면서 매출이 주춤했다. 심지어 ‘전자레인지 참외’라는 오명까지 썼다. 이후 전년보다 매출이 300억 원 이상 떨어지면서 3710억 원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전자파가 성주참외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임이 확인됐다. 성주기지의 전자파가 기준치의 600분의 1로 무해하다는 게 실험으로 입증되면서다.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성주참외의 매출액은 곧바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해동역사(海東繹史)』 등에 나온 참외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생산하게 된 참외는 『해동역사(海東繹史)』와 『고려사(高麗史)』 등에도 등장한다.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참외를 재배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조선시대 종묘의궤에도 ‘6월 천신제’ 물품 목록에 참외가 포함돼 있다.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이 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s)』에도 ‘조선인들이 간식으로 참외를 산처럼 쌓아놓고 먹었다’라고 썼다.
엽산 풍부해 임신부에겐 필수
한국인들의 참외 사랑은 옛 그림이나 예술품만 봐도 알 수 있다. 신사임당(1504~51)의 초충도(草蟲圖)와 김홍도(1745~?)의 참외도 등이 대표적이다. 국보 제94호인 ‘청자 참외모양 병’ 같은 고려청자도 있다.
참외는 면역력 향상이나 소화 운동 촉진에 효과적인 과일로 알려져 있다. 세포 손상 억제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참외에는 다량의 섬유소가 있어 소화와 장 운동을 촉진해 원활한 배변을 유도하기도 한다.
수분 90% 함유…비타민·무기질 풍부
참외는 또 수분 함량이 약 90%로 갈증 해소에 좋고,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해 식품적 가치가 높다. 특히 산모의 조혈 작용과 태아의 성장을 원활하게 하는 엽산이 오렌지보다 2배 이상 높은 100g당 132.4㎍ 들어있다>중앙일보. 성주=김정석 기자
제가 어렸을 적에는 참외가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의 집에서도 밭에 참외를 심어서 팔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예전 참외는 지금처럼 단맛이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이롱참외’는 참외 이름 중의 하나입니다. 대개 ‘나이롱’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별로 좋지 않거나 사기성인 것이었는데 ‘나이롱참외’만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단맛이 좋은 신품종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은 그 이름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한동안 금싸라기참외가 유명했는데 이 금싸라기는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금사리와 그 주변의 남한강 일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성주 참외가 유명하지만 금사리 주변에서도 참외가 많이 나오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참외가 공식적으로 ‘코리안 멜론’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자랑스럽고 또 맛이 좋은 참외를 쉽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흐믓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