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아프리카 맹수보다 초식동물 장수하는 이유
호흡을 이렇게 할수록 오래 산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한 무리의 얼룩말들이 사자에게 쫓기고 있다. 놀란 얼룩말들은 사자가 추격을 포기할 때까지 죽어라고 달린다.
그러나 일단 위험이 지나가면 헐떡거리던 숨을 고른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TV프로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보는 풍경이다.
사람을 포함해 동물은 낯선 적이 출현하거나 위협을 감지할 때 심리적·생리적으로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을 보인다.
맞서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며 거기에 맞게 몸을 최적화시킨다. 자율신경계의 ‘가속기(accelerator)'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계가 주도권을 잡아 근육을 긴장시키고 필요한 에너지를 총동원한다. 이른바 ’전투‘ 상황이다.
그러나 ’상황‘이 종료되면 교감신경계는 뒤로 물러나고 ’브레이크(brake)'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계가 나서서 이완·평정·휴식을 제공해 몸을 정상 상태로 되돌린다.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초식동물들이 늘 맹수에 쫓기며 살면서도 천수(天壽)를 누리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사자나 표범 등 맹수에게 쫓겨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화로운 상태 속에서 나날을 보낸다. 심신은 이완돼 심장이나 내장기관, 근육이 필요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더구나 도처에 풀밭이라 먹이 구하는 데 어려울 것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맹수들보다 평균 수명이 높다. 아프리카 맹수의 왕 사자의 평균 수명은 10~15년, 표범 20년, 호랑이(시베리아-인도산) 15년 정도인데 비해, 얼룩말 25~35년, 기린 26년으로 훨씬 오래 산다.
신경생리학적으로 보자면 결국 장수의 비결은 먹이(식량)와 함께, 얼마큼 평소 긴장을 덜하고 평정한 상태로 있느냐에 좌우된다.
적당한 긴장은 육체에 활력을 주지만 과도한 긴장은 육체에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늘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전투’ 모드로 사는 맹수들이 20년도 못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원시 시대 때 인간도 이런 ‘투쟁-도피 vs 이완’본능에 충실했다. 낮에는 수렵-채취 등 고된 육체노동을 한 뒤 밤에는 저녁을 먹고 쓰러져 잤다.
그러나 문명화되고 머리를 많이 쓰는 지금 현대인들은 그렇지 않다. 늘 신경이 곤두서 긴장·불안해하며 살아간다. ‘동물의 세계’와 비교하자면 24시간 사자에게 쫓기고 사는 얼룩말 신세다.
인간의 뇌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외부 큰 위협과, 불안·걱정·창피 등 내부 작은 스트레스를 구별하지 못하고 똑같이 반응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을 보고도 긴장하거나 놀란다. 밤에 잠도 잘 못 자며, 놀러가서도 회사 일을 걱정한다.
신경계가 24시간 ‘전투’ 상황 속에 있다 보니 육체와 정신은 지치고, 생활의 흥미와 기쁨이 사라진다.
이때 호흡을 살펴보라. 대부분 숨을 배까지 내려 보내지 못하고, 가슴으로 얕게 들이쉬고 내쉰다. 이른바 가슴(흉식)호흡이다.
사람들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배(복식)호흡을 했다. 어린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면 숨을 마실 때 배가 올챙이처럼 불룩 튀어나오고, 내 쉴 때 훌쩍 들어간다.
그러나 온갖 세상풍파를 겪으며 살아가면서 우리 가슴은 ‘새가슴’이 된다. 호흡은 점차 얕고, 빠른 가슴호흡으로 바뀌게 된다. 충분히 공기를 들여 마시고 내뱉지 못해 답답한 것이 습관화되면 면역계·신경계·혈액순환계 등에서 갖가지 질병이 생긴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느린 호흡을 하는 동물들이 대체로 오래 산다. 자이언트 거북은 150년, 악어는 70~100년, 코끼리는 50~70년 사는데 이처럼 수명이 긴 동물들의 특징은 바로 느린 호흡주기다.
반대로 사자, 호랑이, 개, 고양이처럼 수명이 짧은 동물들의 특징은 빠른 호흡주기다.
따라서 복식호흡은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는 평소 호흡에 유의해야 한다.
숨을 들이쉴 때 아랫배가 올라오고 내쉴 때 내려가는지 자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복식호흡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단전호흡 수련원을 1개월 정도 다녀보는 것도 좋다.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