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꽃
팥배나무란 이름부터 생각해본다.
열매는 팥을 닮았고, 꽃은 하얗게 피는 모습이 배나무 꽃을 닮았다 하여 팥배나무라 부른다.
이름으로는 배나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팥배나무와 배나무는 속(屬)이 다를 만큼 먼 사이다.
팥배나무는 늦봄에 가지 끝에 깔때기 모양의 꽃차례가 2중, 3중으로 이어져 손톱 크기만 한 하얀 꽃이 무리지어 핀다.
갓 자란 진한 초록잎을 배경으로 많은 꽃이 피어 금방 눈에 띈다.
많은 꿀샘을 가지고 있어서 밀원식물로도 손색이 없다.
타원형의 잎은 가장자리가 불규칙한 이중톱니를 가지고 있고, 10~13쌍의 약간 돌출된 잎맥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잎맥의 간격이 거의 일정하여 일본 사람들은 ‘저울눈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팥배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키 15미터, 지름은 한두 아름에 이르는 것도 있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을 좋아하나, 자람 터 선택이 까다롭지 않아 계곡에서부터 산등성이까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숲속의 수많은 나무에 파묻힌 여름날의 팥배나무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나무일 뿐이다.
그러나 가을날 서리를 맞아 잎이 진 나뭇가지에 팥알보다 약간 큰 붉은 열매가 매달리면
등산객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게 된다.
코발트색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긴 열매자루에 팥배 열매가 수백 수천 개씩 열려 있는 모습은
흔한 표현으로 가히 환상적이다.
열매는 작아도 배나 사과처럼 과육을 가진 이과(梨果)다.
과일주를 담그기도 하나, 별다른 맛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열매는 아니다.
팥배나무는 흔히 고갯마루에서 잘 자라므로 수없이 고개를 넘어 다니는 산새들의 독차지다.
<2023.4.29. 비금도 그림산 산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