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뚜렷이 한 일이 없는데 저물어가고 있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시간만 보낸 하루다. 아침에 한의원을 가니 낯익은 얼굴이 진료를 받고 있다. 작년 시니어 아카데미에 나온 이다. 교회를 안 다니는 그녀는 남편을 여윈지 반년이 넘었다고 말하며 신문을 보고 왔다고 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 외롭게 앉아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함께 노래도 부르며, 마음을 열었다. 다행히 올해 새 신자로 등록하고 열심히 믿음생 활을 하고 있다.
발을 마사지해주고 등에 침을 맞으니 몸이 가볍게 느껴져 계속 다녀야겠다. 집에 가서 뚜렷이 할 일이 없어 가든 그로브에 있는 코스코를 들렸다. 긴 잠옷이 필요해 갔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게 있었다. 운동복도 한 벌 샀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 오랜만에 닭 한 마리 사가서 먹으면 좋을 것 같아 남편에게 물으니 좋다고 했다. 스시롤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 같이 먹으려고 사서 부지런히 집으로 왔다. 코스코는 주차장이 정신이 없어 한참을 돌아야 했다.
동네에 접어드는데 내 눈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윗옷만 입었는지 팬티가 보일 정도로 입고 걷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었다. 어쩌면 좋을까? 저렇게 입고 다니면 나쁜 사람에게 못된 짓을 당할수도 있을 텐데, 같은 여자이기에 애가 탔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정신을 놓고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저 나이라면 가족이 있을 테고 무엇보다 자녀가 있을 텐데 누구에게 보호받을 수 있으려나, 아니 밤에는 어디서 잠을 자려나 잠시 그녀를 지나치며 많은 걱정이 몰려왔다.
남편이 점심을 맛있게 먹으며 다음에도 피자만 먹을 게 아니라 이렇게 사다 먹어도 되겠다고 한다. 내일은 남편이 치과에 가는 날이다. 11시 예약이라 오는 길에 있는 인앤아웃 햄버거를 사오니 음식을 안 해 편한데 문제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이 걱정된다. 오전에 뭇국은 다시 끓여 놓아야겠다. 아들이 거의 집에서 안 먹어 반찬을 해도 항상 남아 냉장고에서 머물고 있다.
눈앞에는 책이 널려있다. 아직 읽지 않은 책도 많고, 다시 읽고 싶은 책도 있는데 마음뿐이다. 내일은 머리를 자르고 싶어 예약하려고 전화를 하니 메시지로 들어가는데 스페인어로 말한다. 옷을 갈아입고 직접 가서 하려고 가니 문이 닫혀 있다. 문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보니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동네를 걷다 발견한 곳인데 시니어는 화요일에 12불이라고 적혀있어 가끔 가서 자른다. 올해 초 갔더니 18불이라고 하여 나는 머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짧은데 갑자기 그렇게 올리냐고 물으니 15불에 해준다.
일요일에 점심을 먹으며 내 머리가 예쁘다고 묻는 친구에게 가격을 얘기해주니 자기도 가서 자르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지난 토요일에 들려 명함을 달라고 했다. 내 친구가 네가 자른 것이 마음에 든다며 오고 싶어 한다고 하고 15불이 맞느냐고 물었다. 18불이라고 해서 내 머리와 비슷하게 짧고 15불이라고 얘기했다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나는 친구에게 머리 자르러 올 때 내게 연락하고 오면 우리 동네니 만나서 점심 사겠다고 했다.
내일은 디카 시 전시회를 준비하며 마지막으로 합평을 원하는 회원들을 위해 도움을 주신다고 한다. 언제 보아도 좋은 인연들이기에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배워와야 할 텐데 모르겠다. 새로운 장르를 접하며 마음은 달려가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있다. 무엇보다 전화를 손에 들고 다녀야 사진을 찍을 기회도 생기는데 나는 남편과 나갈 때면 집에 두고 간다. 운동 삼아 걸을 때도 무겁다며 놓고 나가 딸에게 야단도 맞는다. 길을 걷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떻게 연락할 거냐며 전화가 들어가는 작은 가방까지 사주었는데 여전히 그냥 나간다.
오늘도 매일 흘려보내듯 그냥 하루를 보내고 밤을 맞는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살아냈으니 그저 감사해야 하는데 오늘은 유독 하루를 잊어버린 기분이 나를 감싸며 자신에게 묻고 있다. 너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 아니 무엇을 남겼느냐라고.
늦었지만 아직 내 곁에 있는 이 밤에 성경을 읽고 숙제를 해야겠다.
첫댓글 매일을 '일상 스케치'에 기록하며 사시는 봉희샘은 남보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분이세요
내가 못한것/안한것을 생각하기 보다
내가 해 놓은것을 생각하면 엄청 많으실거에요
오늘 저랑 잠깐 카톡도 했고, 10초짜리 전화통화도 했는데요 ㅋㅋㅋ
이렇게 "기록의 달인"이 되신 봉희샘을 존경합니다~!!!!
화이팅~화이팅~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