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사람을 가장 소중히 생각한 성현들의 가르침
(최성준 신부)
자네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신학교 입학할 때 원장 신부님이 하신 질문입니다.
신학교 입학 시험 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교수 신부님들의 면접입니다.
총 세 곳의 면접장을 거쳐야 하는데 그중에서 원장 신부님과
원로 신부님들이 계신 면접장이 가장 긴장되는 곳으로
두 사람씩 들어가서 여러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소 동기를 묻거나
어떤 사제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라는 뜻밖의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 같이 들어간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어요.
얼떨결에 저도 따라서 대답했습니다.
저도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신학교에 들어왔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살면서 문득문득 그때의 질문을 떠올려 보곤 합니다.
나는 정말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사람을 중시한 인물을 생각하면 공자가 떠오릅니다.
논어...에 이런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마구간에 불이 났었는데.
공자께서 조정에서 물러나와 사람이 다쳤는냐? 라고
물어보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사실 공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논어를 읽다가 이 대목을 접하고는
공자의 인품이 얼마나 훌륭한지.
얼마나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일화는 공자가 대사구라는 높은 벼슬에 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말은 자가용 이상의 가치를 지닌 큰 재산이었습니다.
일상에서뿐 아니라 전쟁 때 꼭 필요한 동력이었으므로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집안의 모든 말이 모여 있을 마구간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튀어나온말이
사람이 다쳤느냐? 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싸고 소중한 말은 어떻게 되었는지 묻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집 안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값비싼 물건을 잘못 다뤄 깨뜨리기라도 하면
이게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 아느냐며
아이에게 야단을 치고 속상해합니다.
하지만 공자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자가 사람만 생각하고
말의 생명을 경시한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주자는 이렇게 주를 달았습니다.
말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쳤을까 두려워하는 뜻이 커서
말에 대해서는 물어볼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마구간에 불이 나자 하인들은 주인이 아끼는 말이 다칠까 봐
무리해서 불을 끄려고 했을 것입니다.
하인의 목숨 값보다 명마 한 마리 값이 더 비싼 현실에서
오로지 사람이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한 공자의 인품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