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침 머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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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신입생일때의 이야기이다... 96년의 실화...
당시 우리 실험실엔 선배형 하나, 그리고 나까지 동기 세명인 단촐한 실험실이였는데...
분위기가 좋고... 하여간 쓸데없는 짓을 많이 했다...
우리 실험실에는 컴퓨터가 두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는 윈도우에 따라나오는 핀볼이 깔려 있었다.
다들 교수님이 퇴근 하시면 긴장이 풀어져서 그걸 가지고 놀았는데
차례를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한 사람이 게임을 시작하면 다들 둘러싸고 차례를 기다리며 열띤 분위기를 이끌었는데...
문제는 너도 나도 먼저 하고 싶다는 것이였다...
동기지만 군에 다녀와서 나이가 두살 많은 장원형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야... 이거 해서 백만점 못넘으면 무조건 똥침 맞기 어때?"
바보 같은 생각이였는데...
"와! 좋아... 똥침! 오케~이!!!"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처음에는 흥미진진하게 시작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선배 인완형은 아무래도 선배였고 동기 장원형도 동기라고 하지만 나이가 많았다.
아무래도 손으로 찌르려니까 인정이 작용하여 서릿발 같은 엄정함 뭐 그런게 없었던 것이다.
그냥 강타를 날리려다가도 슬쩍 찌르곤 했는데...
게임의 재미를 무척이나 떨어뜨렸다...
다들 시시해 했다.
또... 그때 되니 실력이 늘어서 백만점쯤은 우스웠다.
그러던 어느날...
그런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아이디어를 장원형이 생각해냈다.
(그런 머리가 기가 막히게 잘 돌아가는 사람이였다...)
"좋아! 내가 누구에게나 공평한 똥침 기계를 만들지!"
하수관 같은데 쓰이는 직경 5센티미터 정도의 회색 PVC관을 50센티미터
길이로 자른후 한쪽 끝에는 초강력 고무줄을 달았고...
한편, 앵글 조립등에 쓰이는 직경 1센티미터 정도의 쇠봉을 60센티미터
길이로 자른후 한쪽 끝에는 직경 4센티 정도의 고무 마개를 달고
끝을 화살처럼 깎았다.
ㅡ.ㅡ;
이건 똥침 기계가 아닌 살인 기계였다.
근데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장치하고 당기는 길이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봉에 당기는 길이를 표시해 놓았다.
그때까지도 제정신인 사람이 없었다...
시험을 위해 다 만든후 신문지를 접어 쏘아 보았다...
"쑷!!! 뻑!"
엄청난 소리가 나며 신문지 뭉치에 엄청난 구멍이 뚫렸다...
장난이 아니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제 정신인 사람이 없었다.
핀볼 점수 기준도 이에 맞춰 300만점 이상으로 향상되었다.
100만점은 껌이지만 300만점은 장난이 아니였다.
조금만 방심하면
방심하면...
ㅡ.ㅡ;
그래서 다들 게임을 슬슬 회피했다.
이래서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그만 두었어야 했는데...
교수님 퇴근후 무조건 한판씩 하도록 실험실 규칙을 제정했다...
그날 이후로 저녁의 실험실은 공포 분위기로 돌변했다.
"인완형 한판 하시지요~~~'
"으으음... 너부터 하지 그래..."
"무슨...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가뜩이나 300만점도 부담되는데...
옆에서는 방해 공작이 치열했다.
볼은 세개였는데...
한개가 죽으면 식은땀이 나고...
두개가 죽으면 머리털이 곤두서며...
세개가 죽으면...
죽으면...
죽음이였다.
물론 300만점을 넘으면 아무일도 없었다.
그래서 200만점 정도인데 볼이 한개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모두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다들 합창) 손뻣뻣!! 손뻣뻣!!"
"(후달후달...) ㅜ.ㅜ"
최초의 피해자는 선배 인완형이였다.
그런데... 맞는 자세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대충 서서 맞았는데...
위력이 별로 였다...
그 이후로 규정이 생겼다...
(1) 교수님 방문 앞에 선다(그래서 교수님 퇴근 후에만 했다)
(2)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린다 (바닥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3) 두 손은 방문에 짚고 허리를 숙인다.(손 위치도 표시가 되어있다)
처음엔 그냥 어깨 넓이로 발을 벌린후 두 손으로 발목을 잡는 것으로
하려고 했으나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정도로 했다...
그 후... 정신을 바싹 차리고 하다보니 걸리는 사람이 없었는데...
핀볼이란게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볼이 그쪽으로 가면 그냥 죽는 그런 공간이 있다보니...
확률상 누군가는 틀림없이 걸리는 그런 상황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내 차례였다...
첫번째 볼이 시작하자 마자 죽고...
두번째 볼이 100만점에서 죽고나니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내 주위의 인완형, 장원형 모두 벅찬 기대에 차오르고 있었다...
"와!!!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긴장! 긴장! 손 굳어라! 후달려라!!!!"
핀볼이고 뭐고... 다들 창 밖으로 던져 버리고 싶었다.
가까스로 200만점을 넘고...
250만점...
아아...
그 순간...
정말 손이 뻗뻗해져서 볼이 떨어지고 말았다!!! T.T
"와!!!!"
실험실은 환호의 도가니였다...
나는 탈출을 시도하다 문 앞에서 잡혀서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그리고 준비된 자세를 향했다..
발사자는 장원형이였다...
"쓧!~ 뻑!"
"꾸에~엑~"
거짓말 안보태고 "후장이 파열된다"라는 느낌을 실감하는 순간이였다.
뒤로 넘어졌다.
똥침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라면 똥침을 맞고 뒤로 넘어진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것이다.
앞으로는 넘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어찌 뒤로 넘어지겠냐는 말이다...
너무나 가혹한 경험에 정신이 나갔지만...
순식간에 웬수로 변해 버린 장원형에게 한방을 쏘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복수의 순간은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며칠후...
장원형의 차례였다...
첫번째 볼로 200만점을 넘기고
좋아하던 장원형은 그대로 두번째 볼을 빠트리고...
순간 긴장 했다...
마지막 볼...
모두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그럭저럭 위기를 넘기나 했다...
그럴순 없었다.
"장원형 손 뻣뻣!!"
그 주문을 듣자마자 손이 콘크리트 처럼 굳었다...
그대로 아웃!!!
똥침 확정의 순간이였다...
당근 발사자는 나였다.
장원형은 도살장의 소처럼 슬픈 눈망울을 한채 자세를 취했다...
나는 뒤에서 조용히 고무줄을 당겼다...
나는 정정 당당히!
규정된 것보다...
훠~얼~씬 더 당겼다...
물론 몰래...
한편 나만 얍삽한 것이 아니였다.
장원형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발사하는 순간 몸을 살짝 옆으로 비틀며 허리를 세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가 쏜 슈퍼 샷은 장원형의 오른쪽 허벅다리 안쪽을 살짝 타고 목표지점을 벗어나...
오른쪽 "X알"을 빗맞혔다. 빗!
맞혔다라는 표현에 주목하시길...
강한 시내루를 먹은 "큐볼"은
그대로 '쿠션(?)'을 타고 돌아 왼쪽 "X알"에 명중했다.
ㅡ.ㅡ;
...........
......
그대로 데굴데굴 구르던 장원형이 말을 할 수 있게 된것은 10여분 후였다...
"오... 오늘로... 이 게임은... 폐지 한다..."
그 후 그 기구는 해체되어 그날의 기억을 간직한채 실험실에 최근 까지도 있었는데...
실험실이 이사간 후 가보니 찾아볼 수 없었다.
교훈 : 똥침에 불법 도구를 사용하지 말자.
- 하이텔 / 보낸이:김병일 (chick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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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침머신 ( 중복이면..?! 에잉~'-^*)
〃워터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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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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