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추월한 미러리스…소니, 풀프레임까지 달았다
4년전 3:7…지금은 6:4까지 앞서
성능 격차 단숨에 무너뜨린 역발상
영원한 강자는 없다. 고급 카메라의 대명사인 DSLR도 철옹성 같은 입지를 점차 미러리스 카메라에 내주고 있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가 처음 출시된 2010년만 하더라도 미러리스가 DSLR를 따라잡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의 DSLR 카메라에서 내부의 반사 거울을 없애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혁신 기술을 담았지만 DSLR의 독보적인 화질과 표현력을 감안하면 미러리스는 ‘제2의 똑딱이 카메라’에 그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4년 새 미러리스는 DSLR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2010년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 미러리스 비중은 26%였으나 지난해엔 58%로 올라갔다. 렌즈교환식 시장의 절대강자인 캐논과 니콘이 미러리스 시장을 집중 공략한 소니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100년 역사의 카메라 시장이 4년 만에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 파괴
DSLR는 크고 무겁다. 휴대성을 생각하면 집에 모셔둬야 할 아이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마니아들이 DSLR에 열광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성능 때문이다. 똑딱이 카메라나 미러리스가 도저히 DSLR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진 이유도 DSLR만 구현할 수 있는 성능이 따로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풀프레임 센서다. 풀프레임 센서는 카메라 마니아들에겐 꿈의 기능이다. 풀프레임이 구현하는 넓은 화각, 풍부한 색채 표현력은 도저히 DSLR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캐논이나 니콘과 같은 기존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강자들이 안주할 수 있었던 이유도 풀프레임의 영역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300만원이 넘는 DSLR를 소비자들이 구매하려 했던 이유도 풀프레임 센서는 APS-C센서와는 차원이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대세는 DSLR 아닌 미러리스가 될 것이라 예감한 소니는 DSLR만이 할 수 있던 풀프레임 센서를 미러리스에 장착시켰다. 2013년 11월 세계 최초로 35㎜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소니는 최고급 DSLR에 탑재되는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오토포커스(Auto focus) 가능 기종 중 탑재하면서 미러리스와 DSLR 사이에 존재하던 성능의 격차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그러면서도 기존 DSLR에선 불가능한 크기와 무게로 담아냈다. 가격 역시 혁신적으로 낮췄다. 보디 본체 가격이 170만원대로 기존의 300만원 후반대 풀프레임 센서 DSLR와는 비교가 안 되는 가격이다. 소니코리아의 공격적인 가격 책정은 캐논 등 다른 풀프레임 DSLR의 가격을 하향 조정시키기도 했다.
풀프레임 렌즈교환식 카메리의 대중화를 이끈 A7을 비롯해 3640만 화소 화질을 구현한 A7R, 극한의 감도를 위해 과감히 화소 수를 낮추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A7S, 세계 최초로 5축 손떨림 보정 기술로 흔들림까지 잡아낸 A7II까지 소니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라인업은 DSLR 시대 이후의 카메라의 미래를 보여줬다.
실제로 A7은 카메라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재작년 11월 출시 이후 9개월 누적으로 전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 교체
기존의 전통 광학 회사들이 DSLR 카메라를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100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된 ‘좋은 카메라는 크고 무거운 법이며, 사진은 원래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찍는 것’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DSLR가 최고라고 여겨지던 시절 만들어진 DSLR만의 웅장함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었다. 소비자들은 변한다. 특히 플래그십 DSLR를 써야 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일반 사용자들에게 그러한 고정관념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때가 왔다.
그들만의 고정관념을 강요하기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발달은 너무 빨랐고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매우 컸다. 소니는 뛰어난 디지털 이미징 기술로 미러리스의 한계를 하나씩 무너뜨렸다. 미러리스에 처음으로 명품 렌즈라 불리는 칼자이스 렌즈를 장착하더니 풀프레임 이미지센서 미러리스 카메라도 내놨다. 더 이상 성능을 생각해서 돈을 더 주고 무거운 DSLR를 사라고 설득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사람들도 이젠 무겁고 큼직한 카메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고 가벼운 휴대폰 카메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을 매일 느끼는 소비자가 거대한 DSLR를 계속 고수할 리는 없었다.
소니의 A7 미러리스는 무게와 크기 면에서 비슷한 성능의 DSLR와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A7 미러리스의 보디 무게는 474g이다. 타사의 풀프레임 카메라가 최소 750g대인 것과 비교하면 무게는 3분의 2에 불과하다. 국민 풀프레임이라는 캐논의 EOS 5D Mark3 무게 950g의 절반 정도다. 두께도 4.8㎝로 기존 DSLR의 7㎝대 두께의 절반이다.
◆ 포착
DSLR에 비해 미러리스 카메라는 자신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영원히 기록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소니코리아는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180도 회전 셀카 LCD를 탑재하고 일반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화질 구현 능력과 아름다운 인물 보정 효과로 여성에 특화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여성이라는 새로운 고객층을 개척했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셀카 문화를 소니만의 디지털 이미징 기술력과 접목해 자신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기록하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최근 셀카 문화는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찍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손쉽게 일상을 찍고 편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게 되면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자기 중심(Self-oriented)’의 카메라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미러리스는 DSLR에 비해 간편한 휴대성과 쉬운 조작으로 자신의 예쁜 모습을 남에게도 빨리 보여주고 싶은 여심을 사로잡아 시장 저변을 확대했다. 풀프레임 카메라로는 드물게 A7 미러리스는 와이파이 기능과 원터치 공유 (NFC) 기능이 탑재돼 사진 촬영 후 공유하기 쉽다.
■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
일반 35㎜ 필름 카메라의 필름 규격과 동일한 크기로 1대1로 대응될 수 있는 이미지 센서를 말한다. APS-C 같은 일반적인 DSLR 이미지 센서의 면적은 35㎜ 필름에 비해 1.5~1.6배 정도 작다. 이 같은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를 통칭 ‘크롭(Crop·잘라내기) 기종’이라고 부른다.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는 큰 크기 덕분에 크롭 기종에 비해 자유로운 심도 표현이 가능하고 더 넓은 화각을 제공한다. 똑같은 50㎜ 렌즈를 장착해도 풀프레임 기종은 화각이 더 넓기 때문에 광활한 배경을 담을 수 있다. 또한 이미지 센서가 큰 만큼 빛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어 빛이 부족한 저녁이나 실내에서 노이즈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