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의 효능
신재용 해성한의원 원장
아스클레피오스와 파이안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버지인 아폴로 신이 꺼내 탁월한 의술을 지닌 케이론으로부터 의술을 익히게 하여 마침내 위대한 의사가 된 인물이다. 훗날 죽은 자를 감히 살렸다하여 제우스신이 내리친 벼락에 맞아 죽고, 죽어서 별이 된 아스클레피오스.
여하간 그는 신의(神醫)로 추앙 받는 인류사상 최초의 의사다. 내과·외과에 두루 능한 의사로, 그의 상징은 뱀이며, 지금도 의학의 상징은 뱀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는 메두사의 피가 담긴 두 개의 병을 황금으로 만든 끈으로 뱀의 몸에 매어 지니고 다녔기 때문이다. 두 개의 병에 담긴 메두사의 피 중 메두사의 우측 정맥에서 받은 피는 죽음에서 생명을 소생시키는 효력이 있었고, 좌측에서 받은 피는 사람을 즉사시키는 마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자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은 메두사의 우측정맥에서 받은 피, 즉 생명을 소생시키는 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파이안으로 추앙받았다. 파이안은 ‘신들의 의사’라는 말인데, 처음에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버지 되는 태양의 신이면서 의술의 신인 아폴론 신에게 주어졌다가 훗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주어진 명예였다. 축제 때는 장엄한 합창으로 찬가를 바치기까지 했다.
여하간 파이안은 식물을 약재로 써서 병을 치료한 의약의 신으로 꼽힌다. 약재로 사용한 식물은 작약을 비롯한 여러 식물이었다.
작약, 함박지게 피는 꽃
작약의 ‘작(芍)’은 꽃이 선명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꽃이 그만큼 크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그래서 함박지게 피는 꽃이라 하여 함박꽃이라 불린다. ‘여유로운 용모’라는 뜻으로 ‘여용(餘容)’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며, 영예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러나 꽃말은 ‘수줍음’이며, 이 꽃을 상대에게 보내면 이별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시 내전]에는 이 꽃을 ‘이초(離草)’라 하였고, [본초강목]에는 ‘장리(將離)’라 하였다.
작약은 다년생 초본식물로 어린이 키만 하게 자란다. 곧게 선 반들반들한 줄기에 끝이 뾰족한 잎이 달린다. 꽃줄기는 한 개에 2~5개의 아주 큰 꽃이 핀다. 모란이 뚝뚝 떨어질 쯤에 함박지게 꽃을 피워 늦봄의 정취를 한껏 고조시킨다. 붉은 색, 흰색, 자주색, 색도 곱디곱다. 열매는 ‘골돌’이라고 부른다.
열매의 껍질이 익으면 박음선을 따라 벌어져 여러 개의 씨방으로 드러나는 열매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뿌리를 캐어 약용하는데 여름과 가을에 채집한다. 재배하여 3~4년이 된 뿌리를 파내어 근경과 수염뿌리를 잘라내고 깨끗이 씻어 거친 껍질을 벗겨 버린 다음 끓는 물에 약간 삶아서 뿌리가 연하게 되면 꺼내어 볕에 말려 약용한다.
뿌리가 붉은 것을 적작약이라 하고, 뿌리가 흰 것을 백작약이라 한다. 혹은 집함박꽃 뿌리를 백작약이라 하고, 메함박꽃 뿌리를 적작약이라고도 한다. 백작약보다 적작약이 키가 크며, 백작약은 잎이 알 모양 또는 피침형인 반면 적작약은 잎이 어긋나며 깃 모양으로 깊이 째져 있다.
작약, 양귀비의 피부미용술
[동의보감]에는 작약을 “일명 해창(解倉)이라고도 하는데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적작약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기를 내리며 백작약은 아픈 것을 멈추고 어혈을 헤친다. 또한 백작약은 보(補)하고 적작약은 사(瀉)한다고도 한다.”고 했다.
작약 중에 백작약을 더 많이 약용한다. 진액을 보하며 혈액을 보한다. 체액을 순환시키고 이뇨작용을 한다. 경련을 진정시키며, 간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자율신경계의 균형 상실, 즉 ‘간기울결’의 증상을 풀어 준다.
피부미용에 좋다는 술이 있다. 작약이 배합되어 있는 술인데,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술이다. 용안육, 당귀, 적복령, 대추, 작약, 시호, 목단피, 홍화, 치자, 향부자, 국화를 각각 같은 양씩 섞어 약재의 1.5배 되는 분량의 소주를 붓고 밀봉해서 1개월 동안 숙성시킨 후 거즈로 여과해서, 이 술을 1회 20cc씩, 1일 2회 공복에 마신다.
용안육은 미용에 좋을 뿐더러 신경을 진정시켜 충분히 수면을 유도하며 피로 독소를 몰아내면서 피부가 티 없이 한결 맑아지게 하며, 당귀는 보혈제이면서 생리를 원활하게 하고, 적복령은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역할을 하며, 대추는 늙음을 방지하며 기미를 없애고, 작약은 간에 피로 독소가 뭉쳐 있는 것을 풀어주며, 시호는 얼굴에 열감이 오르는 것을 내려주며, 홍화는 말초까지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고, 향부자는 여성들의 백 가지 병을 몽땅 고친다는 약이다. 거기다가 국화까지 넣었으니 기막힌 피부미용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