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서울의 봄>
글 德田 이응철(수필가)
나이가 드니 혼자 극장을 찾아가는 게 참 어렵다.
큰딸과 아들 덕분에 며칠 전이었다. 세 식구가 모처럼 고래등처럼 신축한 석사동 영화관 메가박스에서 관람할 때만 해도 천 만 명을 정조준하더니, 오늘 개봉 33일 만에 누적 관객이 정확히 1,006만 533명으로 장안이 떠들썩하다.
큰딸은 극장 들어갈 때면 언제나 공식처럼 수북이 팝콘과 커피를 줄레줄레 사 들어갔으나, 이번 서울의 봄 때는 절반이 남길 정도로 상영 내내 숨 가쁘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정치 관련 영화로 관객을 완전히 칠종칠금한 대단한 위력이다. 79년 10/26 대통령이 서거하자 12/12 대통령이 되기 위한 신군부 세력의 9시간 반란을 다룬 권력 다툼이다. 당시 국민 대부분은 자세히 모르고 지나갔던 간밤에 일어난 국가의 중대 위기였다.
그 무렵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아이들이 전단지, 일명 빼라를 주워 와 신고할 때가 기억난다. 북한 삐라에 차기 대통령을 보안사령관인 전두환이란다. 앞 前, 머리 頭자의 만화가 살포될 때만 해도 괜한 음해라고만 여기고 차치했었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김성수 감독이 자세히 그려낸 실체적 진실을 통해 답답한 아픔의 것들이 공유되도록 유도한 영화였다.
후진국에서 주로 경제와 안보를 내세워 군부가 정권을 탈취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까지 이어진 군사정권. 제14대 김영삼 때에야 민간에 이양되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픽션이다. 계획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들, 서울 불바다 직전 서울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한판이 실제 이루어진다. 뛰어난 연기와 구성에서 정의감이 용암처럼 분출해 관객들을 완전히 압도한다.
스릴과 서스펜스, 정말 재미있다. 푸른 군복의 행렬, 번쩍이는 계급장, 총소리와 역동적인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 . 정말 전두광 역인 황정민의 분노 유발 연기는 지금까지 구천에서 외면받는 일해日海가 다시 살아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특히 악역에 능한 배우 황정민을 크랭크한 김성수 감독이야말로 놀랍지만, 그와 손잡은 것이 배우 정의성처럼 처음이 아니란다.
이태신은 믿음이 강한 참군인으로 정우성이 맡아 관객에 큰 박수를 받는다.
올곧은 참군인 이태신은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인 장태완 사령관이다. 그 후 가정이 박살 나도 국민의 존경 속에서 국회의원까지 지내시다 79세 떠난 분으로 기억한다. 특히 이 영화는 전두환의 군사 반란을 후세 젊은이들에게 각인시킨 영상물이다. 휴전선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이며 대통령, 국방부 장관을 협박한 그를 백담사와 연관해 대대손손 기억할 것이다.
유취만년(遺臭萬年)이라 했다 더러운 이름이 만년을 간다고. 그는 누구인가? 영화 141분간 비친 이름, 특히 생전에 1,020억 체납 세금조차 끝내 내지 않고, 골프를 치며 하나회원들과 여봐란듯이 살다 간 일해 전두환,
ㅡ난 전 재산이 29만 원 뿐이오.
그 후 미국에서 손자가 자수해 집안에 내부구조를 고발하며 현금 창고를 알려 그 얼마나 국민은 경악했던가!
긴장감 속에서 두어 시간 넘게 본 서울의 봄은 진정 프라하의 봄이었다.
프랑스 역사도 그랬지만 민주주의가 뿌리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가 보다. 무서운 군부 세력에 치를 떨며 정승화 참모총장 역을 한 유명 배우 이성민의 말, 군인이 무슨 돈이 필요한가! 금과옥조이다.
제10대 최규하 대통령 또한 험악한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바른말을 하던 현석( 玄石)-. 결국 대한민국 역사상 9개월이란 가장 짧은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탈취당하지 않았던가!
정치는 아편이라 했다. 이젠 그 누구도 권력 탈취를 넘보지 못할 것이다. 천만이 넘는 민주투사 관객이 있으니까! 혹독한 한파마저 아우성치며 칼날 같은 이성과 분노를 대변하듯 수은주를 영하 18도로 끌어 내리던 날 동천(冬天)은 푸르렀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