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비겁한 덮어씌우기
며칠 전의 일이다.
참 희한한 일도 다 있었다.
핸드폰 충전지가 온데간데없어진 것이다.
유난히도 핸드폰 사용을 많이 하는 나를 위해 동서나 선물해준 것으로, 내가 애지중지 하는 충전지였다.
그 이틀 전쯤에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의 일거리 하나를 들고 세종시를 갈 때 서류가방에 넣어 간 것 같아서 그 가방을 뒤져봤는데, 거기에는 없었다.
혹시나 그때 운전해간 차에 떨어졌나싶어서 카니발 차를 뒤져봤는데, 거기에도 없었다.
또 혹시 서울 시내에서 일을 볼 때 타고 다니는 스파크 소형 승용차에 떨어졌나싶어서 그 차를 뒤져봤는데, 거기에도 없었다.
사무실 구석구석도 뒤져봤고, 집구석 곳곳도 뒤져봤다.
아무래도 가장 혐의가 짙은 서류가방을 또 뒤져봤다.
그 가방에는 볼펜이며 집게며 송곳이며 메모지며 해서 바깥 업무에서 종종 쓰이는 비품들이 들어 있는데, 그 하나하나를 들춰가면서 뒤져봤는데도 내가 찾는 그 충전지는 눈에 띄지를 않았다.
“에이 씨!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이거!”
확 짜증을 냈다.
그 말을 옆에 있던 아내가 들었다.
“혹시 내가 가져왔었나?”
아내가 그렇게 슬그머니 덮어써주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아내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있던 차였다.
동서가 내게 그 충전지를 선물해주기 이전에, 내 아내에게도 그 비슷한 충전지를 하나 선물해줬고, 간혹 충전지를 서로 바꿔 쓰기도 해서, 아내가 가져가놓고는 잊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 그런 의혹이 있음에도 시치미를 뚝 뗐다.
그리고 이렇게 응대했다.
“그걸 당신이 왜 가져가요? 내가 어딘가 두고 못 찾고 있는 거지. 아니면 잃어버렸거나.”
그랬는데 아내는 한 발 더 나가고 있었다.
“언젠가 당신이 내게 준 적이 있어요. 내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됐다고 하니까, 당신 걸 내게 주면서 충전하라고 한 것 같아요. 근데, 그때 그 배터리를 되돌려줬는지 아닌지 그게 기억이 안 나요.”
그쯤에서 내 옳거니 했다.
아내가 곧 범인이겠거니 했고, 그 짐작은 순식간에 사실로 굳어졌다.
“찾아보세요. 핸드백 같은 데 놔두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슬그머니 윽박질러갔다.
“알았어요. 한 번 잘 찾아볼게요.”
아내가 기죽은 목소리로 그리 답했다.
결국 아내에게 덮어씌우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내 그 덮어씌우기가 하루도 못 넘겨 들통나고 말았다.
2017년 1월 18일 수요일인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경기 일산의 고양등기소에 일을 보러갔다가, 어쩌다 실수로 내가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확 쏟고 말았다.
주섬주섬 땅바닥에 흩어진 기물들을 쓸어 담고 있던 중에, 내 눈에 확 띄어드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바로 그 충전지였다.
아무도 보지 않았음에도,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내 스스로의 양심에 쪽팔리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를 어찌 할꼬, 아내한테 실토를 해야 하나, 아니면 싹 감추고 말아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덮어씌워도, 비겁한 덮어씌우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