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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의 도구에서 양심의 주체로, 현역 의경 양심선언
-서울교구 신월동 성당에서 이길준 이병 기자회견 가져...
촛불집회 폭력 진압 때문에 부대 복귀 거부를 선언한 이길준 의경이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전,의경 제도 폐지될 때까지 농성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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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7.28. 한상봉 http://cafe.daum.net/cchereandnow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
27일 주일 저녁 7시에 서울교구 신월동 성당(주임사제 나승구)에서 촛불집회 때마다 강제진압에 동원되었던 중랑경찰서 소속의 현역 의경인 이길준 이경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선언을 하였다. “진압의 도구에서 양심의 주체로- 촛불 진압 현역 의경의 인간선언”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덕우 진보신당 공동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전의경 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 공동대표인 한홍구 교수가 참여했다. 이길준 이경은 지난 25일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으나 부모님의 허락을 얻지 못해 무산되고 나서 정의구현사제단 사무처장으로 있는 신월동 성당의 나승구 신부를 찾아와서 뜻을 밝혔다. 며칠 만에 결국 자식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모를 설득하여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전에 이길준 이경을 연행하러 정 사복 경찰 10여명이 들이닥쳐 잠시 소란이 일어났으나, 현장에 있던 사제와 본당 사목위원들의 “당장 나가 달라”는 항의와 제지로 잠시 몸싸움을 벌인 뒤 경찰이 물러났다. 기자회견 내내 성당 주변에 정사복 경찰이 에워쌓으며 주최측은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촛불집회 폭력 진압 때문에 부대 복귀 거부를 선언한 이길준 의경이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전,의경 제도 폐지될 때까지 농성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이길준 이경은 본래 촛불집회 특박을 나와 25일 저녁 8시 부대 복귀 예정이었지만, 복귀를 거부하고 신월동 성당에 머물고 있으며, 기자회견은 이길준 이경의 양심선언문 낭독으로 시작되었다. 이길준 이경은 “현역의경으로 복무하다 특별외박을 나와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병역거부를 하겠다고 선언”한다고 밝히고,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껏 억압들에 순응하며 살아온 제 삶을 내던지고 저항을 통해 제 삶을 찾아가야 한다”고 느꼈다고 한다. 또한 의경으로 있으면서 “언제고 우리는 권력에 의해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소통을 거부하는 권력은 자신들을 “제 또래의 젊은이들과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들을 적개심을 가지고 맞붙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어서 고백하기를 “이렇게 보이지 않는 힘 앞에서 개인은 무력해지며” “폭력을 가하고 유지시키는 일을 할 때 저는 감히 그런 명령을 거부할 생각을 못하고 제게 주어진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육체적으로 고통이 따르는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그렇게 제가 하는 일이 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생각하면 더 괴로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길준 이병은 “인간성이 하얗게 타버리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자신을 “어지러운 정국의 희생양이나 순교자”로 생각하지 않으며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단지 스스로에게 인정될 수 있고, 타인과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고, 그런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장한 각오의 투쟁을 선언하고 싶지 않으며” “저항의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도 “노력하겠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억압에 대해 저항해 나가는 것도 제 작은 바램”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못난 아들을 위해 상처를 감수하고 이해하고 제 편이 되어 주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신 부모님께 다시 한번 고맙고 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하였다.
본당사목회에 들어가기 직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신월동 성당 나승구 신부 기자회견이 끝나고 농성장이 마련되는 동안, 이미 신월동 성당 안에는 촛불을 들고 찾아온 100여명의 시민들이 성당 마당을 메웠다. 그 사이에 이길준 이병이 속한 중랑경찰서 서장이 본당사제인 나승구 신부를 면담하러 왔으며, 나 신부는 그 자리에서 경찰의 성당 투입은 없을 것이며, 배치된 경찰을 철수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편 이 소식을 듣고 서울대교구의 다른 두 명의 사제가 성당으로 지지방문을 하여 함께 촛불을 들었다. 한편 신월동성당 사목회의에서도 다소 당혹스러운 이번 사태를 받아들이고, 이길준 이병의 신변보호에 협조할 뜻을 비추었다. 사목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신수정(카타리나)씨는 “이 일은 교회가 마땅히 해야할 정의로운 일이며, 신부님을 지지한다”고 <지금여기>에 소신을 밝혔으며, “직책 때문에 중용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신부님께 힘내세요, 하고 응원하고 싶고, 마음으로 지지하며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몇 명의 신자들이 신부님과 상황이 걱정되어 달려왔다면서 애달픈 마음을 표시하며 자리를 지켰다. 나승구 신부는 이길준 이병을 받아들인 경위에 대하여 <지금여기>에 밝히기를 “갈 데가 없어서 찾아온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그 사람이 꼭 양심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시국과 관련이 없더라도 사람을 해치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인권실천시민연대)은 시민들에게 “이길준 이병이 부대에서 당한 수모와 구타 등을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은 문제의 본질이 같은 젊은이들끼리 대치하게 만든 상황을 없애는 것이란 점을 알리려는 것이었으며, 이런 점에서 아주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고 말한 뒤에, “이곳은 광장이 아니라 성당이니, 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하였다. 시민들은 성당이 주택가에 있는 점을 고려해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밤 10시부터 차분히 문화제를 갖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한홍구 교수(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 공동대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길준 이병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이며 “그가 도피하지 않고 저항하기로 뜻을 밝혔듯이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의경 제도를 폐지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이고, 매일 저녁 이길준 의경을 만나고 싶어 하는 촛불들과 만날 것"이라며 ”이곳에서 촛불집회가 벌어질 것이고 촛불집회 일환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매일 저녁 강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투경찰대설치법의 부당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
이덕우 변호사(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전투경찰대설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1991년 한 전경이 병역을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했으나 1995년 5 대 4로 합헌 결정 내려진 뒤 13년 흘렀다”면서 “지금은 정치적으로, 법률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발전하여 다시 헌법재판소에 전투경찰설치법에 대해 묻는다면 위헌결정이 날 가능성 높다”고 하였다. 그런데 헌법소원을 하려면 피해당사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이번에 이길준 이병이 그 역할을 맡게 되어 다행스러운 일이며, “그런 점에서 이길준 이병의 병역거부가 중요한 일이며, 우린 꼭 이 젊은이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전투경찰대 설치법은 1970년에 시작되었으나 박정희 정권은 이미 1967년에 전투경찰대를 운영해 왔으며, 주로시위진압용으로 동원해 왔다”고 하면서 전투경찰은 의무경찰과 마찬가지로 본래 군인 신분이며, 계엄에 준하는 상황아래서만 치안업무를 맡을 수 있지만, 법무부나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국방부가 신병을 전환공급명령을 통해 전경과 의경으로 복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경의 경우엔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신병훈련소에서 차출되며, “의경은 자원하는 것이지만, 해병대와 공군, 해군, 해병대도 마찬가지로 자원하는 것처럼 명백히 군인신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엄선포도 없이 군인을 시위진압에 동원할 수 없으며, 전경의 경우에도 1980년대 이후 대간첩작전에 동원된 사례가 없으며 대부분 시위진압에 동원되어 왔다”는 것이다.
시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전투경찰 한편 “전투경찰대설치법 9조 2항에 따르면, 지휘관의 적을 공격하라는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동안 시위진압에 동원된 경우를 생각하면 정치권력이 시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하며, “이제는 전의경으로 자식을 보내놓고 밤새 잠을 못 자는 부모님들은 왜 내 아들이 전경으로 끌려가서 시민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야 하는지 따지고, 피해자로서 헌법소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은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병역을 거부하기까지 곁에서 바라보는 부모님 마음이 어떤 건지, 얼마나 가슴 아프고 처절한 것인지 지켜봐왔다”면서 “우리 시민들이 이들의 부모님 마음으로 이 청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병역거부는 우리 헌법이 존중하는 양심의 자유, 신념의 자유라는 걸 인정해 달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우리 젊은이들을 방패로 내세워 거리에 세우지 않기 바란다” 말했다.
한상봉/이시도로, 지금여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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