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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어떤 특정 집단이 더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사실, 데이터를 보지 않아도 코로나와 같은 질병, 각종 재난이 발생할 경우 더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더 아프고 고통받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안타까워하고 있지요. 이 책은 그 문제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꼬집어 줍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저, 2017, 동아시아
첫번째 챕터의 제목,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어떤 사람들이 말하지 못할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걸까요? 게다가 말은 못해도 몸이 기억을 하고 있다니 도대체 몸은 어떤슬픔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알듯 말듯 합니다.
책의 57p~72p에서는 1994년의 논문인 <역학과 원인의 그물망: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를 인용하고 있는데 내용을 소개해봅니다.
1. 일터가 안전하면 노동자의 금연율이 올라간다.
일상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일터의 노동자들은 일시적으로나마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흡연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매일 생명을 위협받는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담배를 치우면 10년 뒤에 폐암이 발생할 수 있으니 금연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듭니다.” 금연정책과 함께 산업안전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금연율은 2배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담배를 피도록 사람들을 내모는 환경이 있다는 증명이 되겠죠.
2. 남아공 시골 지역의 AIDS사망률 변화
콰줄루타날 시골 지역에서 HIV양성 감염자 중에서 치료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공공의료보험을 통해 치료를 제공했을 때 기대수명이 49세에서 61세로 12세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지역의 주민들은 HIV/AIDS로 인해 죽었던 걸까요? 아니면 치료약을 제공받지 못해 죽었던 걸까요?
3.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와 결핵사망률
1991년 소련의 해체 후 급격하게 자본주의를 도입하게 된 동유럽 국가들은 극심한 경제위기를 경험하고 그 결과로 수명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합니다. 특히 IMF 구조조정에 참여한 나라들은 결핵 사망률이 16퍼센트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조조정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온 후에는 31퍼센트가 줄었다고 하고 오히려 IMF에서 돈을 빌리지 않은 슬로베니아는 같은 기간에 결핵 사망률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구조조정으로 경제가 발전했는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시소 반대편에 있는 것 처럼 죽음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외에도 차별받는 여성들의 건강, 해고된 근로자들의 건강,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얼마만큼 죽음으로 내몰리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단 경제적 어려움이나 소수자 뿐 아니라 소방공무원들과 정작 본인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지만 그 문제는 2022년 여전히 진행형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행하려하는 조짐도 있지요.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게 되지만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많지요.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단언코 말하고 싶습니다.
혹시, 입시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신체적 영향을 연구한 곳은, 혹은 연구할 곳은 없을까요?
이 책은 2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요즘 더더욱 함께 읽고 생각해볼 가치가 있어 다시한번 꺼내어 봅니다.
(아래의 글은 전에 썼던 글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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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대는 개인에게 많은 짐을 지운다. 주류 심리학은 병든 마음은 본인 안에 있으니 그것을 꺼내어 해결하라고 하고, 주류 경제학은 개인의 소득은 자기가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의학 또한 우리가 아픈 것은 유전이니, 살아온 환경이니 하면서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고, 그 증상에 맞는 처방을 내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는 그것을 개인에게서 찾지 않을 뿐더러 사회약자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사회의 구조와 인식이라고 여러 논문과 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말하고 있다.
비주류 심리학 중 심리적인 고통을 개인에게서 찾지 않고 사회현상으로 읽는 분야가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비주류 심리학이 겹쳐 보였다. <싸움의 심리학 : 에리히 프롬>, <누구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자살공화국>, <트라우마 한국사회> 등을 저술한 심리학자 김태형 선생님의 강의와 저서를 통해 영향을 받았다. 특히 <트라우마 한국사회>에서는 전쟁과 분단과 같은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과 역사에서 보여진 굵은 사건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지 (혹은 강하게 하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사건들 마다 사람들은 몸이던 마음이던 상처들을 겪어내고 있는데 특히 안타까운 건 사회적으로 약한 자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유전자>에서는 사람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이타적인 존재라고 이야기 하는데, 다른사람들과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임을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런 이타적인 유전자를 갉아 먹는 것인가?
작업자들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본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석면 기계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고, 레이온 설비를 중국에 매각했다. 회계조작을 해서 사람들을 해고한 자동차 회사는 물리적 폭력은 물론 이간질까지 해 남은자도 해고된 자도 모두 패배자가 되는 상처를 남겼다. 이익 좀 더 남겨보겠다고 하청에 하청을 주는 관행 속에서 노동자들은 생명을 잃었다. 가슴 아픈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자본주의가 뭐길래 이토록 사람의 이타성과 공동체성을 갉아 막고 생명을 빼앗는 강도짓을 하는 것인가.
물론, 자본주의 이전에도 침략과 전쟁 등에러 사람은 잔임함을 보여왔다. 그리고 차별의 문제는 자본주의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는 그 어떤 시대보다 침탈하는 것을 정당화 하며 사람들 뿐 아니라 자연까지 파괴하고 있다.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공동체와 국가는 시람들을 병들게 하였고 자연이 훼손된 결과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고, 기후이상으로 발생한 재해를 모두가 똑똑히 지켜보게 되었다. 이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로 더이상 개인의 영역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시대에는 이기적인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집단적 이타성이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타적인 선한 본성이 어느순간 집단적인 각성을 통해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여럿 주류라고 불리워 지는 것들이 개인의 고통을 개인의 영역으로 축소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저항해야 할 것이다. 강도만난 자들을 더이상 지나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의 원인”을 찾아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첫댓글 2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도, 사회구조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질병의 고통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 서늘했던 기억이 나요. 저자의 말처럼 함께 비를 맞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오옷. 인상깊게 읽은 책 1,2위를 다투는 책이네요. 저자의 관점, 논리를 펴는 방식, 메시지 모두 훌륭한 책. 여기서 다시보니 또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정말 '입시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신체적 영향을 연구'한다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네요...!
올해 우리 단체가 추진할 '학생 고통 지표 '조사 연구가 그 시초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이 책 읽은 적이 있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한 번 다시 살펴봐아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