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둘을 낳을때 내가 병원 신세진것 외에는
가족중에 누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본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아픈 사람을 위해 간호 해 본적도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남편이 다리 인대 수술을 하는 바람에
나도 간호를 핑계삼아 병실에서 함께 지내며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혼자 견딜 수 있다며 간호도 필요 없다던 남편이었지만
막무가내 옆에서 지키는 마누라를 더 이상 밀어내기 곤란하다는 걸
알아 채고는 그저 내가 해 주는대로 잘 따라 주어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2인실로 옮기자고 해도 6인실이 좋다며 그냥 머물렀는데
같이 입원 해 있는 사람들이 며칠 지내다 보니 한 가족이 되어 버렸다.
올라 가면서 큰 보온병에 녹차 삼겹살을 서너 번에 구워 가득 담고
마늘 상추..고추 오이 당근 파무침 무우절임 겉절이 김치 그리고
된장까지 끓이고 보온병에 담고 가서 병실에서 파티를 했다.
아프지만 않았어도 소주도 곁들이는건데...모두들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첫 날은 그렇게 보내고 새벽이 되어 남편은 잠시 밖에 나가 있는 사이
바로 옆 침대에 있는 총각이 일어나지를 못해 혼자 용을 쓰는 모습이
보이길래 내가 가서 일으켜 세워 주려고 앞으로 안아봐도 일어 나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이렇게도 안아보고 저렇게도 안아봐도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안아서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간호사를 불러다 주고는 밖으로 나와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이런......
38세인 그 총각은 흔히 말하는 나이롱 환자라는거다. 어쩐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차와 살짝 부딪쳤는데 처음에는 씩씩하게 잘도 걷더란다.
병실 사람들 식사하고 난 후 그릇들도 그 총각 담당이었고 너무 씩씩하게 잘
돌아다녀 같이 입원해 계신 할아버지께서 나이롱 환자라는 별명까지 붙여
줬다는데 보험회사에서 사람이 다녀 간 후로..그리고 할아버지가 나이롱
환자라고 놀리는 바람에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는데...지금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다닌다. ㅎㅎ 자기가 먹은 밥그릇도 못 치울 정도로 갑자기 병세가
심해져 버렸다 심하게 아프지도 않은 사람 일으켜 세우려고 용을 쓴 내가
바보가 되어 버렸으니...
70대 노부부의 모습에서 부부애를 볼 수 있었고...
스물아홉 총각의 지각없는 행동도 그 곳에서 볼 수 있었다.
허리가 다 꼬부라져서 간호를 받아야만 될 것 같은 할머니께서
할아버지를 위해 얼마나 극진히 간호를 하시는지 남편이 나 보고 본 받으라는
농담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 노부부의 부부애가 얼마나 깊은 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반면에 ...
아버지뻘 되는 남편에게 담배 한 대만 달라고 하지를 않나 무엇을 주면
거절하는 법도 없이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먹고는
자신의 것은 단 한번도 베풀 줄 모르는 스물 아홉 먹은 이기적인 젊은이도 그곳에는
있었다.
아침에는 커피 한 잔씩 건네며 인사를 하고 과자 한 개라도 나눠 먹을 줄 아는
병실 사람들...
오기 전 날...시장에 가서 전어회를 사다 일회용 접시에 담아 한 접시씩 돌렸더니
모두 맛있게 먹어주어 내가 더 고맙기도 했다.
이번 금요일에는 무엇을 갖고 갈까 벌써 고민하는 나를 보며 이제 나도 환자를
간호하는 병실 사람들이 다 되어가고 있음을 느껴본다.
이제 하나 둘씩 그 병실을 떠나겠지만...아직은 인간미가 살아 있음을 느끼며
나로서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돌아올 때...주차장에 세워 둔 내차를 누가 박고 도망을 가 버려 씁쓸하긴 했지만..
큰 교통사고와 비교하며 스스로 위안을 해 보기도 했다.
병실에 관한 이야기...
이것으로 끝내야 되는데... 더 이상 이런 글 올리면 안되는데...
아픈사람 있으면 안되겠기에....
첫댓글 ㅎㅎ 천사표시네요~~갈때마다 챙겨가지고 나누어 주시고..아버님,어머님이 수술때문에 몇년사이에 여러번 입원하셨는데,,1인실이나 2인실에 계셨어요....6인실은 넘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천사표는 무슨...ㅎ 그냥 얻어 먹고만 있을수가 없어서...6인실이 시끄럽긴 해도 재미는 있다네요..서로 나눠 먹는 재미가 그만이래요..오늘은 옆 침대 남편과 나이 비슷한 아저씨가 통닭을 두 마리 내셨다네요..초등학교 동창들이 꽃 바구니를 해 줘서 그 아저씨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게 인상적이었는데...
역쉬 맘이 무던한 사람은 뭐가라도 라여 heeya님 저도 올 1월에 딸아이가 서울대병원에서 대 수술을 받아서 스무날 병원에서 출퇴근했거든요.... 그런데 내년 1월에 또 한번 받아야해요.... 첨에야 멋 모르고 출퇴근했는데..... 내년에 또 ...생각만해도 끔직한거있쥬....어휴
병원은 되도록이면 안 가는게 좋은 일인데..무슨 수술인데...대 수술까지나..내년에 또 받는다니 괜히 나까지 걱정이 되네요..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 해 드릴게요..힘 내세요 나무님!!!
정말 아파서 견디기가 힘들면 시끄러워도 신경이 쓰이는데.. 단순환자는 차라리 여러명이 같이 있으면 얘기도 하고 지루하지가 않지요. 정말 잘 하시네요.... 원래 제주도 비바리가 인정도 많고 잘 베풀어요.. 빨리 나으시길 빌어요..
제주도 비바리가 인정이 많나요...? ㅎㅎ 그건 잘 모르겠는데...생활력 하나는 끝내 줍니다.ㅎ나만 빼고요....ㅋ 이제 많이 나아졌어요...고맙습니다..걱정 해 주셔서...
언니의 인간미는 케이에스 마크라는 생각이듭니다.병원 생활을 하다보면 가족이 피치못하게 헤어져 있어야기에 모두가 힘들고 환자보다도 보호자가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실안에서 이틀이상을 지내다보면 개인 사생활까지 알 정도로 여러 모양을 보게됩니다. 그래도 보호자들에게 힘내십시요.라는 말한마디 건낼수있는 미덕이있다면 차암 좋으련만....언니 환자들이 퇴원을 하셔도 마니 생각날듯 싶습니다. 수고하십시요....^&^
앵커님 반가워요..추석은 잘 보냈는지요..? 병실 사람들 다 인간미가 있던걸요..스물 아홉 총각만 말고...ㅎㅎ 맞아요..내가 4박 5일 있었는데요..환자보다 내가 더 지치더라고요...서로 도와주는 모습도 그렇고..이번에 소중한 경험을 했답니다
ㅎ~ 따뜻한 마음에 미소 지어집니다.
네 ..고맙습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봐 주시니 그리 보이는 것이겠지요..ㅎ
큰 병 아니면 6인실에 입원하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던데요. 일단 저렴해서 좋구요,급할 때 서로 돕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어 먹고..이번 명절은 특별한 교류를 하시면서 보내셨군요. 그래도 빨리 나으셔서 출애굽 아니 출병원하세요~~^^
네..그렇더군요..처음에는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더 좋더라고요..병원에서 명절을 보내긴 했지만 송편도 먹고 탕국도 먹었어요..다른 환자 보호자분들이 많이 싸다 주셔서요..탕국과 산적은 내가 일으켜 세워 주려 용을 쓴 노총각 어머님이 주셨거든요.ㅎ 지금 그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네요.ㅎㅎ
생질이 암 말기환자라 치매요양병원에 입원해있는데 할머니들은 그렇다치더라도 비교적 젊은 남자들도 알콜성 치매로 많이 들어와 있더군요. 나도 술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체질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아보이더군요. ㅎㅎ
나이가 들어 가면서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 실감하게 되네요...요즘은 암 환자들도 부쩍 느는것만 같고..세상이 좋아진것만은 확실한데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게 하나 봅니다.
병원이라는 곳은 세상의 축소판 같아요. 그곳에가면 세상이 전부 환자만 있는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곳을 아늑한 곳으로 자주 이용 안하는게 상책입니다. 따스한 정을 느끼게하네요^^
전 이번에 처음으로 간호를 해 보면서 많은걸 느끼게 되네요..아픈 사람도 아픈 사람이지만 간호하는 사람들,,그 정성도 대단하다는 것을요... 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