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한 것이 1988년,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야구에 미쳤던 것은 1992년인 것 같습니다. 빙그레가 무조건 최강이고 우리 선수들은 다 잘하고 다른 팀 선수들은 전부 허접인 줄 알았던 철부지 중학생 시절이었죠.
호리호리한 체격의 당신을 보면서 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사람 이제 스무살인데 잘 던지니까 올해부터 응원하면 10년 넘게 마음 편히 좋아할 수 있겠다"고 말입니다. 방위 복무중에도 13승을 올리는 당신을 보면서, 저는 당신이 마운드에 서 있으면 늘 승리를 예감했습니다. 해가 지나도 <아직 스물 세살 밖에 안 됐네> <이제 겨우 스물 넷이잖아>라고 즐거워하며 당신의 창창한 미래를 상상했습니다.
투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이 아니라 범타로 타자를 잡으면 왠지 모르게 아쉬웠습니다. 0점이나 1점으로 막으면 잘한 것 같고, 2점이면 그럭저럭 던진 것 같고, 3점 정도 주면 "오늘은 좀 부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당신은 철부지 중학생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응원팀 이름이 <한화>로 바뀌고 팀 전력이 바닥을 치던 시절, 저의 유일한 위안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이 등판하는 날이면 10분이 멀다하고 공중전화로 달려가 700-1600을 눌러댔고 그날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연습장을 펴들고 당신의 방어율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계산했습니다. 아울러 당신의 다음 등판이 언제인지 세어봤지요. 완봉승이라도 거둔 날이면 이튿날 아침 스포츠신문 세개를 모두 사 읽고 당신 사진을 정성껏 오려 모았습니다. 나중에는 하드보드지에 당신 사진만 붙여서 필통을 만들어 다닐 정도였죠.
혹자들은 1992년 17승의 불꽃을 태우고 팀을 우승 시킨 후 긴 침묵에 빠진 모 투수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물론 저도 그의 의지와 정열을 높게 삽니다. 힘겨운 수술과 재활과정을 거치고 마운드에 다시 선 그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땠습니까. 1992년 이후 8년간 당신은 줄곧 우리의 에이스였고 승리의 수호신이었으며 방어율왕, 승률왕, 혹은 탈삼진왕이었지요. 그리고 결국에는 1999년 우승 당시 선발투수의 맨 앞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이 그 선수보다 덜 존경받아야 합니까?
그런 당신이 일본에서 돌아온 후 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살찐 몸과 바뀐 투구패턴은 너무 낯설었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것은 내 동료들이 당신을 <정민폐>라고 부르는 것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5이닝 밖에 못 던져 불펜에 과부하 걸리고 다른 투수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글, 팀에 도움이 안되면 2군에 가서 처밖혀 있으라는 글도 읽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데뷔했던 한 투수는 짧은 전성기 후 계속되는 수술과 재활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무한 사랑을 받는데, 이상하게 당신은 8년동안 팀을 위해 팔 빠져라 공을 던지고도 오히려 그 팀의 팬들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맞아야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속으로 칼을 갈았습니다. 그리고 절실하게 기도했습니다. 저 사람이 반드시 부활하게 해 달라고, 예전처럼 149는 못 던져도 좋으니까 제발 상대 타자를 제압하라고. 그래서 당신에게 날선 비난을 늘어놓은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복수해달라고 말입니다. <그것 봐 이 사람들아! 똑똑히 봤지? 정민철은 아직도 이런 투수야!!!!>라며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비난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질 만큼 완벽하게 부활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오늘 당신이 던진것은 공이 아니라 투혼이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선배들을 괴롭혔던 호랑이 군단의 후예를 향한 복수의 공이었고, 당신을 괴롭혔던 악평들에 대한 속 시원한 반론이엇습니다. 누가 감히 당신을 정민폐라고 부르겠습니까. 누가 감히 당신에게 은퇴를 종용하겠습니까. 당신은 8년 전 그때처럼 태산같이 우리 마운드를 지켜주고 있는데요. 저는 똑똑하게 기억합니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 당신이 등판한 경기에서 우리는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신이 어떤 투수였는지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이 팀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고 얼마나 오랫동안 활약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동료들 잘못 만나서 얼마나 많은 승리를 날려먹었고 얼마나 고생스럽게 공을 던졌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오늘 승리가 왜 그렇게 기쁜지 이해할 겁니다. 아까 1번선발과 함께 야구를 보던 십수명의 회원들이 페넌트레이스 한 게임의 승리에 왜 그렇게 포효하고 식당에서 쫓겨날 정도로 괴성을 지르며 환호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겁니다.
첫댓글이 글을 읽으니 저도 반성하게 되는군요...그동안 정민철선수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부끄럽군요.... 지금도 선수들에 성적만으로 희비를 거듭하는 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 정민철선수에 대해 많은 의심과 비난을 했기때문에....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반성하겠습니다...정민철선수가 완봉을해서가 아니라...왠지 그러면 안 될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하는데...나보다 더 잘하고 싶어할텐데....제가 너무 어리석었네요... 정말 반성하겠습니다...ㅜㅜ
선발님.. 이글.. 울볼에도 좀 올려주세염... 흠;;; 지금 맘같아선.. 걍.. 그대로 복사해서.. 제가 올리고 싶다는;;;;제가 느끼고.. 가슴속에서.. 울부짖었던.. 그말이.. 여기에 다있네요... 존경합니다... 정민철선수... 당신은.. 누가 머라해도... 내야구인생에선.. 정말.. 그 어떤선수보다도.. ACE of ACE 입니다... 당신을 볼수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당연히 정민철이 한국 프로야구 90년대 최고의 투수입니다!!정민철과 대결했던 에이스들 지금 다 어떻게 되었는지 보십시오!! 이대진, 이상훈, 정민태까지...이런 한국의 내로라하는 에이스들과 경쟁했던 선수가 바로 "정민철"입니다..정말 어제 경기 보면서 기아 팬들은 절대로 정민철이 완봉못한다 했지만 전 2회부터 완봉이 가능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정말로 감격적이었고 눈물나는 혼신의 투구였습니다
첫댓글 이 글을 읽으니 저도 반성하게 되는군요...그동안 정민철선수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부끄럽군요.... 지금도 선수들에 성적만으로 희비를 거듭하는 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 정민철선수에 대해 많은 의심과 비난을 했기때문에....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반성하겠습니다...정민철선수가 완봉을해서가 아니라...왠지 그러면 안 될거 같은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하는데...나보다 더 잘하고 싶어할텐데....제가 너무 어리석었네요... 정말 반성하겠습니다...ㅜㅜ
선발님.. 이글.. 울볼에도 좀 올려주세염... 흠;;; 지금 맘같아선.. 걍.. 그대로 복사해서.. 제가 올리고 싶다는;;;;제가 느끼고.. 가슴속에서.. 울부짖었던.. 그말이.. 여기에 다있네요... 존경합니다... 정민철선수... 당신은.. 누가 머라해도... 내야구인생에선.. 정말.. 그 어떤선수보다도.. ACE of ACE 입니다... 당신을 볼수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1번선발님글 많은 감동을 주눈군요 어제 너무 기뻐 가슴이 벅차더군요 정말.. 그 어떤선수보다도.. ACE of ACE 입니다... 당신을 볼수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2
내생각과 너무도 같은글...ㅠㅠ 정민철이란 이름은 저한텐 언제나 에이스!
눈물나..ㅜ.ㅜ
다른것은 몰라도 아마 송진우 선수의 200승을 감히 넘볼수 있는 유일한 투수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물론 류현진 선수가 지금 페이스로 꾸준히 한다면 현진선수도 200승 충분히 넘겠지만요!!(투구수 좀 줄여줬으면 하는 바램이...)
한선수를 믿고 팬으로써의 임무를 다할때 선수는 보답을 하는것 같습니다. 역시 달리 에이스가 아니네여 ㅡㅡ;;; 감동의 눈물 눈에서 대기중 ㅡㅡ;;
Ace of Ace는 이대진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2)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오네요... ㅠ.ㅠ 글 정말 잘쓰셨네요~~
9회말에 제 인생 최고로 절실하게 기도했습니다. 오늘 꼭 완봉승하게 해달라구요. 경기 끝나고 나서는 엉엉 울었네요. 오랜 세월 제 마음속의 영웅이었던 정민철 선수. 정말 축하드립니다. Ace of Ace는 이대진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3)
700-1600..정말 기억이 새록새록
어제 경기로 방어율 7위로 등극.. 2.20!!! 이런 방어율 언제보고 처음 보는 건지 모르겠네요.. 너무 멋져요 민철이형
Ace of Ace는 이대진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4) 정말 너무 멋졌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ㅋ 어제 닭칼국수집에서 완봉결정됐을때 까페회원들 환호하던게 기억나네요..다른 손님들한테는 미안했지만..^^, 1번선발님! 정모 끝나고와서 이글을...체력이 역쉬..O.o_b
모투수는 그만큼 꾸준히 활약해 줬고 좋은성적을 내줬기때문에 사랑받는건 당연한데 이해할수 없단식으로 얘기하신게 조금 걸리네요^^
모투수보다 정민철선수가 못한거도 없지여?? 하지만 한화팬들중엔 정선수의 부진을 그팬들같이 사랑으로만 덮지 않고 생각도 하기 싫네요 작년 이맘때 악플들
ㅠ.ㅜ 정말 감동이네요...ㅠ.ㅜ 어제 경기도...이 글도...ㅠ.ㅜ
참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끼게 하는 글이네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글좀 퍼가도 될런지요?. 물론 출처는 밝히구요.
아..정말 미치겠습니다... 눈물이 주루룩......미용실에서 왠 망신..ㅡ.ㅡㅋㅋ 음..정민철선수 사랑합니다~^^
저도 본격적으로 야구에 미치기 시작한건 92년도... 그 이유가 바로 민철선수였죠...ㅠ.ㅠ
음...코 끝이 찡해오네요...어제 잠실때문에 스포츠뉴스 첫머리로 못 나온 게 계속 아쉬워요;;;;;
감동 감동 ..ㅜ.ㅜ
당연히 정민철이 한국 프로야구 90년대 최고의 투수입니다!!정민철과 대결했던 에이스들 지금 다 어떻게 되었는지 보십시오!! 이대진, 이상훈, 정민태까지...이런 한국의 내로라하는 에이스들과 경쟁했던 선수가 바로 "정민철"입니다..정말 어제 경기 보면서 기아 팬들은 절대로 정민철이 완봉못한다 했지만 전 2회부터 완봉이 가능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정말로 감격적이었고 눈물나는 혼신의 투구였습니다
ㅠㅠ 감동... 퍼갈께요. ㅠㅠ
감동입니다.. 저도 정민철 선수 욕하는 사람들 정말 싫었습니다.. 항상 빙그레시절.. 그모습이 저에게 항상남아있고.. 그래서 정민철선수를 믿고..응원하는겁니다. 저의 영원한 투수는 정민철선수입니다.
이갈림의 세월이 생각나네요..ㅇ ㅣ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Ace of Ace는 이대진이 아니라 바로 당신입니다.(5) .. 내마음의 1번선발은..민철형님이십니다. 사랑합니다.정민철선수. 사랑합니다. 한화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