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와 노원ㆍ도봉구. 서울의 남쪽과 북쪽 끝자락에 각각 자리잡고 있는 동네다. 서울 변두리에 위치하다 보니 그동안 집값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낮게 형성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바꿨다. 요즘 이들 지역 집값이 장난이 아니다. 지리적으론 서울의 변두리에 머물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에서만큼은 서울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금천구 시흥동 이화공인 관계자는 “이곳 중소형 아파트값이 한 달 새 3000만원 이상 뛰었지만 매물이 귀하다”고 전했다. 노원구 상계동 대하공인 관계자는 “치솟는 집값의 끝이 도대체 어디인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 개발호재 덕에 '저가 소외지' 탈피
그동안 집값 소외지역으로 꼽혀왔던 서울 금천ㆍ노원ㆍ도봉구 일대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금천구 아파트값은 올 들어 5.43% 올랐다. 노원구는 같은 기간 13.19% 뛰었다. 인근 도봉구도 올 들어 7.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2.38%)을 크게 웃돌았다.
3월 들어서도 노원구와 도봉구는 각각 6.54%, 4.38% 뛰었다. 금천구도 한 달 새 1.59% 올랐다. 더구나 이들 지역의 3.3㎡당 평균 가격이 모두 1000만원 안팎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울 남서쪽 끝동네인 금천구 일대는 서울 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저평가 지역 중 하나다. “집값이 미쳤다”고 아우성칠 정도로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2006년에도 금천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세 움직임이 적었던 곳이다. 아직도 3.3㎡당 1000만원을 밑도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공장 지대가 밀집한 곳으로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곳 아파트 매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구도심 개발의 핵심사업인 독산동의 육군도하부대 이전계획이 최근 확정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금천구 독산동 한 공인중개사는 “손님은 엄청 몰려오는데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도하부대 부지는 2009년 부대 이전 후 주거ㆍ업무ㆍ행정ㆍ문화 기능을 갖춘 복합타운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집값을 견인하는 재료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강남순환도로(2013년 개통)와 지하철 신안선(선부~광명~구로공단~여의도~청량리, 2014년 개통)이 뚫리는 등 교통 여건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또 인근에 가산ㆍ구로디지털단지가 위치해 탄탄한 직장 수요를 갖췄고, 대한전선 공장 이전지의 개발 가능성도 강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흥 뉴타운 지정에 따른 개발 기대감도 적지 않다. 2005년 3차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시흥 뉴타운으로 인해 금천구 시흥동 일대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흥동 J공인 관계자는 “시흥 뉴타운 사업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벽산ㆍ우방아파트 가격이 올 들어 3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주변 집값은 지금보다 더 뛸 것”으로 내다봤다.
금천구 오르자 인근 구로구ㆍ광명시도 들썩
금천구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구로구와 경기도 광명시 등 인근 지역도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집값 소외지역에서 주변 집값 끌어올리는 지역으로 부상한 셈이다.
구로구 아파트값은 한달 새 1.06% 올랐다. 구로구 구로동 구로두산 66㎡는 1억7000만~2억원 선이다. 한달 전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호가가 오른 것이다. 구로구 개봉동 한 공인중개사는 “인근 금천지역 집값이 뛰자 이 곳 집주인도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안양천을 놓고 금천구와 접해 있는 광명시 일대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인근 금천구 집값 상승 영향도 있지만 자체 개발 재료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 한다. 광명시 소하동 광영우리공인 관계자는 “무산됐던 광명 경전철 협상이 재개되면서 역세권 부근 소형 단지 매수세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경전철 노선이 소하지구를 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들썩인다는 것이다.
노원구 등 강북권 집값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서울 북쪽 끝동네인 노원ㆍ도봉구는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내집 마련에 나서면서 매물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상계동 이손공인 관계자는 “학군 수요에 경전철ㆍ뉴타운 등 개발호재가 잇따르면서 매물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중계동 주공 5단지 102㎡는 두달 사이 1억5000만원이나 올라 5억원선을 호가한다. 그나마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전무한 상태다.
도봉구도 북부 법조타운 조성과 경전철 건설 호재로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북부 법조타운은 지난해 6월 북부지법이 기공식을 한 데 이어, 도봉동 옛 국군창동병원 부지에서 북부지법도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다. 우이~방학 연장선 경전철 사업도 추진 예정이다. 방학동 신동아3차는 109㎡는 지난해 말 2억5000만~2억75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2억6000만~3억2000만원 선까지 올랐다.
노원ㆍ도봉구 일대 집값 강세 여파로 인근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매매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호원ㆍ장암ㆍ신곡동 등 서울 노원구와 가까운 지역의 입주 2~3년차 신규 아파트는 서울지역 수요까지 몰리면서 상승세가 가파르다. 회룡역 인근 호원동 우성1차아파트 102㎡는 2억5000만원 선으로 일주일 전보다 1000만원 가량 올랐다. 장암동 동아아파트 168㎡도 한달 새 2000만원 올라 4억1000만원을 호가한다. 호원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강북권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자 인근 의정부 일대로 눈을 돌리는 매수자가 늘면서 아파트 가격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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