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며 당기며.
친아비의 얼굴도 모르는
아들의 손을 잡고 목련나무 모종을 가지고 작은 산소에 오른다
고요처럼 밀려오는
초겨울의 내음은 비탈길 언덕에 놓여있고
풀어 더 감출 것이 없는 숯 같은 마음은 젖은 북처럼 울고있다
사랑.
미소처럼 찾아와
이슬처럼 영롱할 줄 알았던 내사랑은 세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용서받지 못할 사랑이었다.
영문 모르는 아들의 고개를 산소 앞에 숙이게 하고
난 머리 풀어헤친 채
먼. 지난날로
떠가는 구름을 타고 함께 가고 있었다.
산을 넘고 강을 지나 메산언덕아래 펼쳐진 동네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색동저고리 곱게 입고 머리 손질하는 내가 보인다~
난 부모님이 결혼 10년만에 얻은
더 욕심낼 게 없는 갑부의 외동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는 것과 학교에 가는일 뿐
부모님이 날 그리 키웠다.
부모임의 희망은 내가 y 대학에 가는 것이었지만
내 실력으론 어림없는 일이었다.
부모님의 욕심인가
개인교사를 불러주셨다.
처음에는 싫어 짜증도 냈지만
온유히 풍기는 매력 지적이고 탱글한 신체
섬세한 어휘력 포근히 감싸주는
선생님의 성품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사제지간 이어야 했건만
궁궐 같은 집에서 부모님의 보호 속에 남자를 모르고 살던 내가
선생님을 사랑하고 만 것이다.
철부지였던 내가
어느새 요조숙녀처럼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에 입에서 뱉는 말들을
모두 받아먹고 싶을 정도로 그 온화한 매력이 내 눈에 보였다.
문학을 전공한 선생님이
목련나무그늘에서 시를 쓰고 있었다.
그림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난 그러한 모습을 창 너머로 지켜보면서 눈을 비비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차마 눈으론 볼 수 없는
아름 다고 근사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홀로 사랑하며 흠모하며
꿈같은 고등학교시절이 흘렀다.
미리 정해진 운명 이었을까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었나 내가 y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나보다
부모님이 더 기뻐하셨다.
부모님보다 선생님이 더 기뻐하셨다.
목련 망우리가 가지를 째고 나올 때쯤인가
부모님이 해외여행을 떠나셨다.
집엔 선생님과 나뿐
그날 대학 축하 파티를 했다.
가슴이 콩당 뛰였다
그리 행복할 수가 없었다.
나보다 더 주량이 약한 선생님과 양주를 마셨다.
술. 기울였을까
보이는 선생님만 있으면 했다.
이미 기혼자인 선생님의 가정도
그 무엇도 내겐 이유가 되지 않았다.
술. 취해 자는 선생님의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갔다.
그리곤
봄 이슬처럼 말하던 그 입술을 빨아댔다.
거부하며 밀어내던 선생님의 긴팔이 어느새 나를 안고 이불속으로
끌어가고 있었다.
가슴이 터져나갈 듯이 방망이질해 대고 숨조차 내 쉴 수 없는 처음 느껴보는
19홉 육체는 나룻배가 되어 바람을 따라가고 있었다 .
선생님의 두치의 혀가 내입 속에 자유로울 때
난 아끼던 사탕처럼 먹고 있었다.
비밀처럼 숨긴
내 옥문을 열고
선생님의 몸이
나와 함께할 때
짜릿한 아픔도
내겐 기쁨이요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말로만 듣던 황홀한 밤
그 밤을 지새운 것이다.
초 겨울. 바람이 창을 두드렸다.
난 자랑처럼 이불을 들추고
내 몸을 선생님께 자랑하듯 몸을 세웠다.
근데 선생님은 창에 서서
몸에 때를 밀듯이 가슴을 문지르고 있었다.
항상 당당하던 선생님이 고갤 묻고
내게 용서란 말을 하며
한참을 얘기했지만
난. 비시시. 웃고 있었다.
이미 난 눈멀고 귀먹은 선생님에
여자가 돼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참 후에 선생님이
집을 나가시겠다 했다.
난 선생님 없인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를 두고 가시면
술 먹여 나를 강간했다고
부모님과 경찰서에 말한다 해버렸다.
어찌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사랑만 놓고 가시라 했을 것을...
선생님이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난 멀건히 바라보며 나체로 서만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집에 불이 났다 했다.
장애자인 어머니가 몸을 소리지르자
위층 목사님이 어머니를 구하고 목사님은 숨을 거뒀다 했다.
거동이 불편한 선생님도
휠체어로 의지하고 있을 때
그 목사임의 따님이 어머니를 수발하며
소. 대변을 받아내고 그리고 부 부가되어 산다 했다.
선생님에 숨겨진 과거를 말하며
숨이 막히는지
꺼억꺼억 가슴을 치며 울며 말했다.
사랑은
내 사랑은
손님처럼 찾아와
나그네처럼 떠나는가
벙어리처럼 나무 위에 앉았다가
해 뜨면 사라지나...
선생님에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내가. 널. 버리는 게 아니라
내 사랑이, 널 두고 간다고...
보름 후에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나와의 관계를 모른 부모님이 선생님을 미국출장 보내셨다.
떠가는 비행기를 보며
선생님을 제가 지켜주면 안 될까요 /?라고..../
기도하듯 응얼거렸다.
목련나무가
아픔을 참고 망울을 터트렸다.
목련그늘에 어느 여인이 서 있었다.
예감했다
선생님의 부인이구나 하고
뛰어나가
선생님의 앞날을 위해 떠나 줄 것을 말했다.
부인이
아무 말도 없이
슬프게 담을 돌고 있었다.
다릴 절고 있었다.
소아마비였다
가슴이 아팠지만
화난 듯 대문을 닫고 들어왔다.
한참 후 또 집 앞에서 기웃거렸다.
맨발로 뛰쳐나가 싸우듯 말했다.
사정은 알지만
난, 선생님에 아일 가졌다고.
이젠 선생님을 놔 달라고..
부인이 절뚝이며
길. 걷다. 돌아서서 내게 말했다.
내 머리끄텡일 잡고
욕 할 줄 알았던 선생님의 부인이.
목련이. 참 예쁘네요라고...
그게 마지막 말이었고
마지막 모습이었다.
뱉은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말 내가 임신한 것이었다.
부모님이 화가 났다
출장 간 선생님이 연락이 없는 것이었다.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났다.
물어, 물어 선생님에 집을 찾아갔다.
상복을 입고 있었다
부인이 자살한 것이었다
슬프게 우는 선생님에 뒷모습을 보며
꺼억꺼억 울며
선생님에 집 언저리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난 아무 말 못 하고.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불러오는 내 배를 보고
결혼을 서두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운전기사
나를 짝사랑하고
멀리서 지켜보았단다.
모든 걸 이해한다고...
날 사랑해서였을까
부모님의 돈을 사랑한 것 이었으리라.....
다음 해 겨울에 아이를 낳았다.
남자애였다
선생님을 꼭 닮은...
1년쯤 지났을까
선생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이 바람 타고 들려왔다.
아이를 낳고
난. 선생님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슬퍼하는 선생님에 모습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눈에 밟히었다.
다시 해가 바뀌어
아들의 4번째생일 전, 날
남편과 아들과 외식을 마치고
생일 케이크를 사러 지하상가로 발을 옮겼다.
좋아라 하는
아들을 앞세워 갈 때
난 발을 뙬 수가 없었다.
난 알 수 있었다
신문지로 얼굴을 덮었지만.
노숙자 들사이에
노루잠을 자고 있는 분이 선생님이라는 것을..
남편이 볼쎄라
아들이 볼쎄라
황급히 지갑을 열었지만
돈이 없었다
나에 대학합격 선물로
선생님이 주신 곰돌이 인형을
잠들은 선생님에 머리에 놓고 뛰었다.
돌아볼 수가 없었다
날 부르는 것 같아
멈출 수가 없었다
날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아...
그 후
지하상가 노숙자 골목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선생님을 찾을 순 없었다.
먼 곳에서 나마
아들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망울. 애기손 같은
목련봉오리가 활짝 피였다.
목련나무 밑에서 시를 적던
선생님이 있는 것 같은 환상에 젖을 때
깜짝 놀라며
티브이 앞에 몸을 던졌다.
지하상가에 불이나
숨진 노숙자들의 연고를 찾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미친년 처럼뛰여 갔다.
냉기가 흐르는 영안실.
흰 천을 열어볼 수가 없었다.
손에.
선생님의 손에
내가 준. 곰돌이 인형이 꼭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시신 앞에
넋 나간채 앉아 있었다.
내 사랑은 유죄였다
내 사랑이 아니?
내가 선생님을 노숙자로 만들어 죽게 한 것이다.
엄마가 보고 싶었나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었나..
불속에서 뛰쳐 나올 수도 있었으련만.
헤치고 나올수도 있었으련만
이젠
선생님 남기고 간
슬픔 속에 계절을/
두고 간 시간을.
아들을....
퍼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많은 슬픔을 나 혼자 마시리라.
먼 날 보이지 않는 마지막 까지
나 혼자 짐처럼 지고 가려니...
엄마와 아내 만나서
괴로움 버리고
이제. 편안곳에서 쉬시라고.
................
내 사랑을
새지 않는 독에 넣어
누구도 못 보게 하리니
비도. 바람도
어찌하지 못하게 하리니 선생님 앞에 놓고 가리니...
아들을 앞세워 내려오는 언덕을 뒤돌아본다.
선생님을 묻은 겨울 산이 소리를 낸다.
목련 꽃 터지는 소리가
선생님에 울음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내가 널 버리는 게 아니라
내 사랑이 널 두고 가는 것이라고.. "
창작 글. 시골바다
첫댓글 전철 안에서 읽는데...
가슴이 막혀 오네요.
소설 속 여인의 사랑은 유죄가 맞네요.
남에게 아픔 주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상대는 물론~ 본인에게도...
잔인한 사랑
그런데..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전~사실적인 이야기 밖에 못 쓴답니다 .ㅎ
퇴근길 리디아님의 댓글을 보네요
위 글은 긴 창작 소설 글인데
줄이고 줄여 옮겨 놓았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셨길 바라며~
갑자기 찬바람 몰려와 다시 겨울로 가나 생각했지만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걸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소설책
한권을 숨가쁘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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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 놓고 가시라 했을 것을...
그선생님 부인의..죽음과
교사의 아픔의-죽음도..
그여인의 이기심때문인듯합니다
시골바다방장님의
창작글 아주 감동 깊게 읽고 갑니다
작년에 소설 문학상을 탄 글이네요
올라오는 글이 적어 제가 올렸어요
글을 자르고 짜깁기해서
군데 군데 표시가 나지요
감사드려요 지인 운영자님
늘 자유게 시판을 위해 힘써 주심에 감사드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3월 보내세요~
스토리는 약간 올드한 듯 하지만..ㅎ
오~~ 우리 시골바다 방장님의 단편소설 하나 잘 읽고 갑니다..^^
잘 지내시죠?
완 젼 봄인 줄 알고 창을 활짝 열었는데
그 사이로 아직 떠나지 못한 겨울 한 조각이 들어오네요
작년에 문학 상 받은 아주 긴 글인데
읽기 쉽게 잘라낸 짜깁기 글이지요
잘라낸 곳이 보이지요
일교차가 큰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3월 보내세요~
@시골바다 아~ 작년에 그런 경사스런일이?
나이들어 글쓰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우리 방장님은 연출가나 감독 포스인테..ㅎ
목련화 이곳은 아직인데
활작 피었네요
좋은글 수고하셨읍니다
남은시간 편한시간되세요
감사드립니다 천둔산님
봄을 시샘 하는 바람이 일찍 핀 꽃들을 흔들어 대네요
작년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이 정도 쯤 이야 하지만
봄을 그리며 얼굴 내민 꽃들이 상처 입을까 봐서요~
고맙습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대단한 필력이십니다
저번 소설에 이어 깜놀하며 읽었습니다
건필하소서^^
요즘 몸부림님 덕으로 시원한 바다 시골 운치 보며
올여름 여행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직 떠나지 못한 겨울 한 조각이 창에 걸쳐있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3월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