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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적어도 92년 소련 붕괴 이전, 전 세계인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냉전의 틀 속에서 두 패로 나뉘어 살아야만 했다. 세계가 미국과 소련 양 축으로 갈라서서 끝없이 으르렁댔다. 한반도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에서 대리전 형식의 열전을 치르기도 했지만, 싸우지 않을 때에도 핵무기 개발, 우주 개발 등 군비경쟁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국민(초등)학교 혹은 중학교에 다니던 우리들 중 몇몇은 가급적이면 호전적으로 커 나아가야 할 냉전의 예비 전사들답게 무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군사정보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정보에 놀라기도 했고, 자기 정보가 맞다고 목청을 높여 다투기도 했다.
군비경쟁의 우위에 서려면 끊임없이 상대를 감시하고 염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방법은 시긴트(SIGINT: signals intelligence)와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시긴트는 각종 전자장비를 활용한 통신 도감청으로 얻은 정보, 휴민트는 간첩, 스파이, 정보원 등 인적 자원을 통한 정보수집을 뜻한다. 영상을 활용한 이민트(IMINT: imagery intelligence)라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어릴 때 들었던 소련의 미국 U-2기 격추사건은 이민트와 관련이 있는 것이며, 베를린에서 가끔씩 벌어졌던 포로교환은 휴민트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짐작한다.
수십 년, 한 세대에 걸쳐 심는 스파이
그 때 친구들 사이에 돌았던 이야기 중 하나가, 소련이 미국에 스파이를 심기 위해 한 세대에 걸친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는 기발한 내용이었다. 즉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연방수사국(FBI) 혹은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군 정보기관 등에 직접 스파이를 침투시키기는 불가능하므로 먼저 소련에 충성하는 한 인물을 선발해 미국에 이민시키고, 미국에서 가정을 꾸린 후, 자식을 낳게 하고, 그 자식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켜, 완벽한 미국 시민으로 위장해 정보기관 등에 취업하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노 웨이 아웃'의 한 장면.
내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이 기억을 되살린 것은 꽤 오래 전 TV에서 ‘노 웨이 아웃(No Way Out)’이란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고서였다. 케빈 코스트너가 미 해군 정보장교, 진 해크먼이 국방장관으로 열연한 이 영화는 장관이 숨겨놓은 애인이자 해군 정보장교의 연인이 된 한 젊은 여성의 죽음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영화이다. 실제 범인은 질투에 못 이겨 자신의 애인을 살해한 장관 진 해크먼인데, 그의 충성스러운 보좌관이 이를 국방부에 침투한 소련 스파이 ‘유리’의 소행으로 은폐하자는 꾀를 냈다. 가상인물 ‘유리’를 범인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여인의 주변을 터는 과정에서 케빈 코스트너가 영락없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영화는 케빈 코스트너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는 정황을 긴박감있게 풀어가고 있는데 영화는 그런 뻔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케빈 코스트너는 실제로 소련이 10대 때부터 키우고 관리해 온 소련 스파이였던 것이다.
1987년에 나온 이 영화는 케네스 피어링이란 소설가가 1946년에 발표한 ‘빅 클락’이란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렸을 때 멋도 모르고 신나게 떠들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 소설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80년 가까이 된 옛날의 소설, 만 36년 된 옛 영화 이야기가 2023년 9월의 내 뇌리에 섬뜩하게 떠오르는 것은 도대체 무슨 조화일까?
일본 간첩의 소행 아니라면 해석 불가능한 한국 현실
작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일본의 간첩들이 우리 권력기관의 최상층 요소요소에 자리잡고 의시결정 과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전제를 깔고 보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라는 범죄행위를 일본보다 더 옹호하는 정부의 자세나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78회 광복절 경축사,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는 외교연구원 기념사 등은 단순히 일본을 우호적으로 보자는 이웃나라 대통령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등 다섯 분 독립영웅 흉상을 쫓아내겠다는 것에서 일본 간첩의 존재 가능성은 더욱 확실해진다.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나머지 네 분은 어떤가. 한 분(김좌진)은 오히려 공산주의자에게 암살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분이고 한 분(이범석)은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의 국방장관을 지낸 분이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다섯 분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싫어하는 인물들, 그러므로 일본 극우세력이 싫어하는 인물들이 한국군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방해해야 하겠다는 정신상태야말로 바로 일본 극우의 생각이요, 그것을 한국에 강제하겠다는 것은 일본 극우인물 아니면 그들이 심어놓은, 껍데기만 한국인인 일본 간첩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면 일본이 한국에 간첩을 심는 것은 소련이 미국에 간첩을 심는 것보다 100배는 쉽다. 일본은 적어도 35년,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 한국을 지배했다. 소련과 미국의 관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배하는 동안 일본은 숱하게 친일파를 양성했으며, 그 친일파는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청산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불이익을 받아 본 적이 없다. 한국전쟁을 기회로 벌어들인 돈으로 정계, 재계, 학계를 주물럭거렸다. 영민한 (아마도 그 윗대도 친일파였을) 청년들을 일본에 불러들여 공부시킨 후, 각계에 진출시켜 서로 은밀하게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를 구축했다. 그 중에 어떤 사람들은 친일 교수 패거리를 만들고 그 중 어떤 교수는 아들을 고무호스로 때려가며 친일파로 세뇌시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자식이 아직 어릴 때 일본에 데려가 “일본은 참 아름다운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찬 뒤 친교의 시간을 마친 뒤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를 나서고 있다. 2023.3.16
대통령이 된 악마의 아들, 영화 ‘오멘’의 경우
이들이 독립영웅들을 쫓아내고 그 동상을 세우려했던 백선엽은 사실 친일파 한국인이 아니라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라는 이름의 완벽한 일본인이다. 그냥 일본인도 아니고 이회영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의 후예들인 조선 독립군을 토벌했던 일본군 간도특설대 장교였다. 해방 후 조국 일본에 가지 못하고 한국에 눌러앉아 승승장구한 이 사람을 우리 국군 장교들의 정신적 지주로 세운다는 얘기다. 정상적인 한국사람의 정신구조라면 어찌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그러나 사람은 때때로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린다. 내게는 지금 우리가 처한 나라 사정이 딱 그렇다. 칼럼의 소재를 유치하게 소설과 영화에서 찾은 이유다. 기왕 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딱 하나 더 소개해야겠다. ‘오멘’이란 영화다. 악마가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주 이탈리아 미국 대사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대통령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공포영화다.
출처 : [강기석 칼럼] 간첩 ‘유리’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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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런면에서볼때 북한은 대단하지요
미쳐돌아가고 있는 굥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