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청와대 부실 검증과 함께 ‘김외숙(청와대 인사수석) 책임론’도 커질 전망이다. 김 비서관 투기 논란은 지난 25일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비롯됐다. 크게 두 가지다.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서 쓸모없는 땅을 사들인 거 아니냐는 것과 65억5000만원짜리 상가 2채를 사면서 54억6000만원의 금융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LH 사태 터진 뒤 김기표 임명
90억대 부동산 검증했는지 의문
청와대 “검증 때 투기 아니라 판단”
부패 감시하는 반부패비서관마저 … 커지는 김외숙 책임론
이철희 정무수석(왼쪽)과 김외숙 인사수석이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대화하고 있다. 27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왔다. 김 비서관이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에 소유하고 있는 두 필지(1578㎡)를 매입한 건 2017년 6월이다. 이 땅은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盲地)’였다. 그런데 이듬해(2018년) 8월 경기도는 송정지구 개발사업을 발표했다. 김 비서관이 구입한 맹지는 개발사업 대상지에서 고작 1㎞ 남짓 떨어졌다. 대규모 개발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맹지를 매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투기 논란은 이른바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하는 투자)다. 김 비서관이 공직자 재산신고에 올린 부동산 재산은 약 91억2000만원이었는데, 금융 채무는 무려 54억6000만원에 달했다.
김기표
김 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등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신설된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된 건 3월 31일이다. 참여연대 등이 같은 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을 폭로하면서 부동산 이슈가 정국을 강타할 때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부동산 적폐청산”을 강조했고, 당시 청와대는 김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까지 했다. 결국 ‘LH 투기 광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김 비서관이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도 “인사 검증 시에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각각의 취득 경위와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 낙마와 함께 ‘김외숙 책임론’도 또 불거지게 됐다. 1992년 법무법인 부산 때부터 문 대통령과 연을 맺어온 김 수석은 현 정부 초대 법제처장을 거쳐 2019년 5월부터 인사수석을 맡아 2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에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박준영 해양수산부(낙마),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실 검증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김 수석이 인지하고도 그대로 임명되는 것을 묵인했는지는 현재도 쟁점이다.
문재인 청와대 핵심 참모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여러 번 있었다. 김의겸(현 열린민주당 의원) 전 청와대 대변인은 관사에 살면서 대출을 10억원가량 받고 재개발 예정지인 서울 흑석동 상가 주택을 25억7000만원에 사들여 2019년 3월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기강을 잡겠다며 참모들에게 집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할 것을 지시해 놓고, 정작 자신은 고가의 서울 반포아파트를 놔둔 채 지역구인 충북 청주 아파트는 팔아 “결국 똘똘한 한 채냐”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했다가 팔기로 했던 잠실동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여원 비싸게 내놓기도 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려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