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지난주 검찰 중간간부 인사 직전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수사’ 대전지검 부장단 회의
지난주 만장일치로 “기소” 결정
새 지검장, 김오수 총장 면담 뒤
“수사심의위 통해 재검토” 지시
노정환 신임 대전지검장은 이 같은 결론을 28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뒤 수사팀에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소 여부를 다시 검토해 보자”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총장이 기소 보류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검찰 관계자는 “20년 안팎 경력의 검찰 부장단 10여 명의 만장일치 결론을 무시했다”며 “어떻게든 기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채 전 비서관이 5월 자신의 기소 여부를 검찰 외부 인사들에게 판단받겠다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대전지검에 신청했지만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1차 관문인 검찰시민위원회에서 기각된 바 있다. 당시 시민위원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적정하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대전지검은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월성 원전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논의했다. 수사팀장(이상현 형사5부장)을 포함해 청와대 등 권력을 겨냥한 수사팀을 다 교체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7월 2일자) 발표 전날 부장회의를 연 것이다. 이 자리에서 대전지검 부장검사들은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정 사장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기소해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한다.
대전지검이 부장검사 회의를 소집한 것은 형사5부가 수차례 해당 피의자들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대검 수뇌부가 결정을 미룬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사팀은 백운규 전 장관 등이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조작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2월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백 전 장관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추가해 기소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도 지난 24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방침을 대검에 재차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