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의복과 삶에 담긴 의미, ‘의관정제(衣冠整齊)’.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의미를 잘 몰랐다. 이제야 의관정제가 격식에 맞게 ‘옷차림(衣服, 服飾)’을 갖추고, ‘바르게 행동함(操身)’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생의례와 의복. 그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염원과 얼, 정성, 회한(悔恨)이 담겨 있고, 사람 사는 근본을 지키는 삶이 깃들어 있다.
상징(象徵)의 복식(服飾)은 상징으로 적절한 위엄과 절제된 품위를 표현했던 우리 조상들의 복식을 통해 멋의 문화를 들여다봅니다. 흉배(胸背)는 조선시대 왕족과 백관이 입는 상복에 덧붙이던 장식으로, 품계에 따라 문양을 달리했다. 관리들은 사각형으로 등과 가슴에 달았고, 왕과 왕세자는 원형으로 등과 가슴 그리고 양어깨에 달고 보(補)라고 했다. 왕과 왕비의 흉배는 용을 도안으로 세종 때부터 사용했고, 관리의 흉배는 단종 때 완성돼 문관은 날개 달린 동물을,무관은 네 발 달린 동물을 문양으로 사용했다.
의례와 의복에 담긴 참된 의미
의관정제는 이 나라가 동방예의지국으로 지탱해 온 밑거름이었다.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 ‘관혼상제(冠婚喪祭)’라 하여 네 가지 의례를 치렀다. 첫 관문은 열다섯 살 때 치르는 관례(冠禮)로 어른이 되기 위한 의관정제의 첫 의례다. 두 번째는 혼례(婚禮)로 누구나 양반 대접을 받는 일생 최고의 호사 치레였다. 의관은 집안 것을 쓰거나, 없으면 양반 것을 빌려 쓰기도 했다. 세 번째는 상·장례(喪·葬 禮)다. 의복은 두 가지인데, 준비는 자식 몫이었다.
하나는 죽은 자를 위해 영생불사(永生不死)한다는 저승에서 입을 수의와 쓸 것들을 만드는 일이다. 좋은 날을 받아 해가 뜨면 시작하고, 해가 지기 전에 마쳤다. 이웃과 친척들이 모두 모여 좋은 옷감들로 옷과 신발, 이부자리 등을 정성 들여 만들었다. 종손부에게 이 물건들은 족보와 함께 ‘재산목록 1호’였다. 다른 한 가지는 죄인 된 자식이 상복을 입고 상례를 주관하는 일이다.
상복은 죽은 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나누어 마련했다. 자식은 큰 죄인이라 제일 거칠고 성근 석세 삼베로 만들어 3년을 입었다. 스승 상 때도 석 달을 입었다. 네 번째로 3년이 지나면 해마다 제삿날에 천담복(淺淡服)을 입고 제사(祭祀)를 올렸다.
만물의 영장, 첫 빔
사람이 태어나면 사흗날 아침에 첫 목욕을 시키고, 첫 옷을 입혔다. 옷에는 깃과 섶을 달지 않아 ‘눈·코 없는 옷’이라 불렀고, 옷고름은 오래 살라고 무명실로 달았다. 윗옷 옷감은 겸양과 부귀영화, 무병장수를 이어받고자 조상이 입었던 도포나 적삼 등으로 만들었다. 큰아들, 특히 장손이 입었던 것은 잘 두었다가 전쟁과 재판, 놀음판에도 가져갔다. 아래옷이나 여자 것은 “천한 사람이 된다” 하여 금했다. 한편, 제주에서는 삼베로 옷을 만들었는데 이는 피부병 예방 때문이다. 물이 귀하고, 가난한 섬사람의 처절한 삶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의미 알고 입기를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 일제강점기 끝에 태어난 필자는 전쟁과 정치파동 등 어려운 고비를 겪었다. 과거, 의복은 혼례와 장례 등 중요한 날에 중요한 마음으로 입던 옷이다. 하지만 지금 거리를 거닐면 이 궁(宮), 저 궁 앞에서 전통의상이라며 한복을 입고 거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한복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한복이 지닌 참된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속에 깊이 새긴 후 정갈한 마음으로 입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복두(幞頭)는 관모의 하나로 신라 진덕여왕 때 당나라의 복식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쓰기 시작했다.〈지봉유설〉에 따르면 후주 무제 때 머리를 감싼 데서 복두라 불려졌다고 하며, 절상건이라고도 한다. 고려시대에는 왕으로부터 문무백관과 사인에 이르기까지 복두 사용이 성행했다. 조선시대에는 공복차림이 사라지면서 그 용도가 제한되었고, 관례복이나 급제관복으로 쓰였다. 검은 비단으로 만들며 형태는 사모처럼 앞이 두 단으로 층이진 사각형이고 좌우에 돌출한 날개를 달았다. 이 날개는 수평이거나 밑으로 처지게 만들었다. 복두가 없을 때에는 검은 베로 만들어 유생의 예관으로 쓰던 유건이나 소과에 뽑힌 사람이 백패의 증서를 받을 때 쓰던 연건을 대용하기도 했다.
장신구, 꾸밈을 넘어 삶을 담다.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잇다. 장신구 예술
1. 맑고 밝은 날(옥, 수정), 2. 보름달, 초승달 그리고 꽃(옥, 레몬쿼츠 18wg)
3. 연결(백옥, 흑옥, 은)/ 4. 창가에서(옥, 핑크오팔, 라피스라줄리, 은)/
5. 굴절(자수정, 밀크쿼츠, 백금도금)
6. 수복은 흑옥 쌍가락지/ 7. 일자은 당초문쌍가락지
(자료출처: 문화재청 월간 문화재사랑 2020년 3월 통권 제184호 글: 고부자「의관 정제」(단국대학교 교수) / 이영일 전)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기자) [이영일/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백택흉배 단령을 입은 의화군(義和君) 이강(李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