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당 도깨비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대구에 자재월보살님이 사십니다.
관음사랑이라는 법명을 쓰시기도 하지요.
묵서로 사경을 잘 하시는데
이번에 금강반야바라밀경을 두장에 써서
가리개를 해서 보내셨습니다
연세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인데
무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만드니
저번에 가리개를 한번 보고
자신도 집에 모시고 싶다며 주문한
대전에 사는 거사님의 청이 있어서입니다.
하여 사진으로나마 금강반야바라밀경의
가르침을 한번 생각해 보시라 올립니다.
금강경에 제일 중요한 가르침을 사구게라 합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라 하고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라고 하고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이라 합니다.
이 사구게만이라도 남을 위해 들려주면
그 공덕이 한량없이 많다 하실만큼
금강경의 내용 가운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 금강경이나 사구게가 있는 곳이면
천인 아수라가 공경하기를 불탑처럼 한다
할만큼 중요한 가르침을 담은 경전입니다.
그리고 금강경을 마치는 부분에
비구비구니 우바새우바이
일체세간 천인아수라등이
문불소설 신수봉행 하는 경전이
금강경이다 하였습니다.
이 신수봉행이 금강경의 방점입니다.
사구게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부처님 설하신 것을 듣고 받들어
몸과 마음으로 실천 봉행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많다 적다 하는 것은 상대적인 말입니다.
실천봉행 하라는 말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불교를 많이 알고 절에 오래 다니고
보살계며 수계 법회를 얼마나 많이 했으며
백팔배 몇년 삼천배 백일 금강경 독송 몇번
화두나 진언이 이십사시간 돌아가네
염불하면 아미타부처님이 보이시네
수선 안거를 몇십년 했네 하는 등
우리 불자들의 수행은 자랑할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수행은 횟수나 수행 이력이 아닌
신수봉행 넉자에 있음으로 비추어 보면
이제 막 초심자도 초발심자도 정각을 이루는 법이
우리 불법이 지닌 심심미묘한 법입니다.
많이 알고 행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련만
아는 만큼 행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절에 오래 다니고 많이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탐욕과 무지에 빠지기 쉽습니다.
차라리 저는 불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부처님은 언제나 자비를 가르쳐 주셨다고 알기에
힘 닿는대로 가족과 이웃에 나눔의 삶을 삽니다
하는 분들이 오히려 참다운 신행이 될 수 있습니다.
불교나 불법을 전혀 모르고도
불보살처럼 마음쓰며 사는 분이 있고
불교나 불법에 대해서는 무불통지 박사인데
하는 행동이나 말과 생각은 영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해서 절에는 열반당 도깨비라는 말이 생겼나 봅니다.
열반에 들 만큼
절집의 안팎일을 소상히 아는 보살이
절에 하는 일마다 콩팔칠팔 입으로는 다 하면서
행동거지는 모범이 되지 못하며
분란을 일으키고 늙어가는 이를
열반당 도깨비라고 이르는 것입니다.
이런 때는 그저 아무것도 몰라
어정쩡하게 절에 다니는 것 같으면서도
스스로 눈에 띄는 일이라면
남이 시키기 전에 몰래 할 줄 아는
그런 보살들이 백번 낫습니다.
그렇게 진실하게 신수봉행하는 불자들이
우리 불교를 살리는 힘이요 꽃장엄경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고
내가 해 놓은 일은 다른 사람 손이 안가도
별 탈이 없을만큼 야무지게 보기좋게
일할줄 아는 사람이 보살입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영 아니올시다
하는 쪽에 줄을 서야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입은 비뚤어도 말은 바로 하려는 편입니다.
세상 모든 불자들이
세상 모든 수행자라는 스님들이
배운대로 행하고 행한만큼 이루면
이 세상은 진즉 불국정토가 되었어야 합니다.
팔만대장경 전체가 아니라도
가장 기본적인 계율인 오계만 다 지켜도
세상이 이렇게 혼탁하지 않을 것입니다.
불자들이 이렇게 변화하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하 저렇게 살아가니 행복해 보이네
하고 따라하게끔 우리가 행동을 하면
열심히 포교해야한다 열 올리지 않아도
신실한 불자들이 늘어 날 것입니다.
각설하고
요즘은 양심이라는 것을 갖고 살면
여러가지로 손해가 나는 세상인가 봅니다.
양심을 얼마에 팔아 먹었는지 모르지만
그 뻔뻔한 얼굴에 말도 안되는 삶을 살아 온
어떤 사람의 이력을 보고 있자 하니
그와 그의 주변 모두가 다 그런 사람으로 보일만큼
비양심적이고 거짓투성이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못배우고 어렵게 사는 이들 이야기가 아니고
최고의 지성을 갖추었다는 사람들이야기다 보니
최고의 지성이라는 말이 최고의 비양심이라는 말로
바뀌어 들릴 지경입니다.
국민 알기를 마른 똥막대기 정도로 아는 사람들은
세상에 머물 자리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까지 오염시키니까.
노동품을 팔아서 하루를 먹고사는 삶이라도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알며 바르고 정직하게 살면
그 사람이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입니다.
부처님 설하신 팔정도와
금강경에 나오는 육바라밀의 가르침이
모두 한마디로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바르게 살라
라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겨 두어서야 되겠습니까?
ㅎㅎ
자재월보살님의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져 들어가는 줄 몰랐습니다.
다 잘 되겠지요.
다 잘 될것입니다.
나무금강반야바라밀경
- 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글:해월스님 2019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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