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남성의 발기다. 노할 발(勃)에 일어날 기(起)다. 이 발기에서 발은 노하다 발끈하다 우쩍 일어나다 갑작스럽다 왕성하다 다투다 밀치다 등 비슷한 맥락의 여러 뜻이 있다.
하지만 발기의 주된 사전적 의학적 정의는 성적 자극으로 양물(陽物)이라고도 불리는 음경(陰莖) 해면체(海綿體) 모세혈관으로 피가 가득 몰리면서 길고 단단해지는 팽창이다. 조심해서 써야 할 낱말이다.
이러한 발기(勃起)와 전혀 다른 발기(發起)는 앞장서서 새로운 일을 꾸미어 일으킴을 뜻한다. 어떤 모임이나 단체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일으키는 사람이 발기인이다.
원래는 불교용어였다. 불자들이 둘러 앉아 경의 뜻을 논할 때 경전을 먼저 읽어 내리는 사람이다. 이 발기라는 낱말을 정신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이 일어나거나 그런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발기다.
우리는 살아 가면서 육체적 발기(勃起)를 넘어 정신적 발기(發起)를 할 수 있을 때 잘 살게 된다. 공부를 잘 하려면 공부를 스스로 잘 하려는 정신적 발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업을 하는 데도 정신적 발기가 잘 되어야 물질적 발재(發財)가 일어나 돈이 벌린다. 사랑을 하는데도 정신적 발기가 잘 되어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왜 인간 중심의 인간주의와 좌우로 갈린 경제주의를 넘어 인문생태적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마음 속 발기인 발기심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릇 발기가 좋아야 겉으로 드러나는 발로(發露)가 좋아진다. 길하게 살게 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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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 발(勃)기와 발(發)기
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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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20:1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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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문상태학..
어려운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노력하시는 삶이..
좋아보입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한 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