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석준 대표이사가 올해 진행할‘사계절 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경기가 좋을 땐 R석(가장 비싼 좌석)과 B석(가장 싼 좌석)부터 팔려요. 요즘엔 B석부터 팔리고 R석이 제일 늦게 팔리지요. 경기가 그만큼 안 좋단 뜻인데…. IMF 때도 이런 순으로 티켓이 팔렸어요."
살림살이가 빡빡해지면 사람들은 문화비부터 줄인다. 재단법인 고양문화재단 조석준(56) 대표이사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여유 있는 사람들도 주변 눈치를 보느라 15만원짜리 티켓 살 것을 10만 원짜리로 산다"고 말했다.
조 대표이사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무대기술부 부장, 대외협력부 부장, 교육사업팀장 등을 역임한 공연장 운영 전문가다. 2003년부터 4년간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초대 관장으로 재직했다. 작년 3월 재단법인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돼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조 대표이사는 "톱니 세 개가 맞물려야 바퀴가 굴러가듯 문화예술도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활성화돼야 뻗어나간다"며 "불황일 땐 무대장치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아끼기 때문에 이전보다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가 어려워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려운 경제를 감안해 올해 고양아람누리·어울림누리가 '사계절 페스티벌'을 마련했다"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족, 친구, 연인은 물론이고,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문화소외계층까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봄·가을 페스티벌은 '테너 호세 카레라스 내한공연'(5월12일), '오페라 카르멘'(10월15~17일) 등 고품격 프로그램으로, 여름·겨울 페스티벌은 '가족오페라 마술피리'(8월12~16일), 고양시 아마추어 공연단체의 공연 등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공연들로 짜였다.
조 대표이사는 지역 단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겨울 페스티벌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고양은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도시인데 정작 이들의 활동 영역은 서울"이라며 "이들을 아람·어울림누리로 끌어들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람누리·어울림누리는 고양 시내에 있어요. 그만큼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해야 한단 뜻이죠. 사계절 페스티벌은 그 같은 바탕에서 나왔습니다. 봄에는 대중에게 친숙한 공연들을 마련해 문화 향유 발판을 만들고, 여름에는 저녁 먹고 슬리퍼 신고 와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야외 공연을 하는 거죠. 가을에는 국내외 유명 단체들만 모아 자체 제작한 공연으로 극장의 위상을 정립하고, 겨울에는 무대를 닦고 기름칠하는 기간인 만큼 지역 아마추어 단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땐 입장료도 1000원, 2000원만 받고요."
순수 아마추어 단체들이 참여해 만드는 겨울 페스티벌은 오는 9월쯤 아마추어 단체들로부터 직접 신청을 받아 심사위원들의 꼼꼼한 심사를 받은 뒤 내년 1월부터 어울림누리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는 "불황일수록 문화예술은 시민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기운을 북돋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객이 줄어든 건 티켓이 너무 비싸서예요. 현재 사계절 페스티벌 공연 입장료가 다 정해지진 않았지만 일반 가격의 60~70% 수준으로 받겠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원래 5만원 받는 티켓이라면 3만원만 받도록 말이죠."
조 대표이사는 또 "세종문화회관 같은 공연장을 우리도 갖고 있다는 자긍심을 고양시민들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가수 양희은씨가 작년에 고양에 산 지 17년 만에 콘서트를 열었어요. 제목도 '17년만의 집들이'였죠. 고양시가 만든 공연장에서 고양시민 예술가가 공연을 하니 얼마나 흐뭇했는지 몰라요."
입력 : 2009.03.12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