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경에 나와 물건 받아와서 정리하고 나면 아침 먹을 새도 없다는 임아무개(64)할머니는 쪽파를 다듬으며 푸념을 한다. 또 “태풍이 와서 이렇게 못쓰게 되부렀어.”라며 “값도 비싸갖고 안사가”라고 한숨이다.
쪽파 한 단에 5천원, 애호박 한 개에 3천원이다. 이따금씩 손님이 지나가며 가격을 묻기만 하고 그냥 지나친다. 대추는 한 바구니에 3천원, 햇밤은 1되에 4천원이다. 쪽파가 쌀 때는 한단에 1천원이었다고 하니 비싸긴 비싼 편. 할머니네 채소는 “약을 안 친께 안 깨끗하단 말이요. 약을 치면 때깔이 좋은디”라며 볼품없이 보여도 이게 진짜배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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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물전 어물전은 역시 항구도시답다. 물이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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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락 까는 아주머니 “바지락 한 대접에 3천원, 달라는 대로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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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은 역시 항구도시답다. 물이 다르다. “바지락 한 대접에 3천원, 달라는 대로 드립니다.” 싱싱한 바지락과 넘쳐나는 해산물 “이런 데는 싱싱한 거 아니면 안 묵어요.” 생선의 신선도가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생선가게 아주머니는 여수 사람들은 싱싱한 해산물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본다고 한다. 깐 바지락은 대접에 담아 3천원, 6천원어치씩 판다.
반찬가게는 반찬만 파는 줄 알았는데 온갖 전이 다 있다. 서대를 얇게 포 떠서 만든 서대전, 조기전, 명태전, 돼지고기를 다져 만든 동그랑땡, 깐 새우를 계란에 버무려 때깔도 고운 새우전, 쪽파와 당근 돼지고기에 맛살까지 더 넣은 산적, 이렇게 다양한 전은 포장해서 각각 5천원에 판다.
“자~ 맛보세요. 언니! 한과, 유과, 약과... 다 있어요.”
형형색색의 떡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민속 떡을 만드는 떡 방앗간은 물 만난 고기처럼 퍼덕인다. 제일 바쁘다. 쑥개떡 2천원, 송편은 1kg에 6천원이다. 진남시장에서 떡을 파는 장을남(45)씨는 “추석에는 뭐니뭐니해도 송편이 우선이죠.”라며 그 다음으로 기정떡과 시루떡, 인절미를 제사용으로 많이 사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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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편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송편 빚기에 열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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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명절 2~3일전이면 가장 바쁜 떡집. 모든 과일이 제철이 있듯 송편은 추석 때만 많이들 찾는단다. “자~ 맛보세요. 언니! 한과, 유과, 약과... 다 있어요.”
또 다른 떡집. 이곳은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송편 빚기에 열중이다. 쑥과 모시 잎을 넣어 만든 송편 피에 녹두고물을 넣어 빚는다. 송편이 큼지막하다.
재래시장, 한 바퀴 돌고나면 추석상차림 준비 끝
23년간 양념류를 팔았다는 서영희(65)씨. 마늘 한 접에 1만3천원, 고추 한 근에 6~7천원, 태양초는 한 근에 8천원이다. 달천에서 나는 참고막은 1kg에 5천원, 찐쌀은 1kg에 6천원, 당연히 햅쌀이다. “처음 나온 거여.” 자식 키우고 밥 먹으면 그만이지 뭔 돈을 얼마나 더 버냐는 서할머니는 인심 또한 넉넉하다.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추석상차림 준비 끝이다. 없는 게 없다. “고구마줄기, 토란나물, 도라지, 취나물, 박나물, 여러 가지 많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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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물 없는 게 없다. “고구마줄기, 토란나물, 도라지, 취나물, 박나물, 여러 가지 많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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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념 자식 키우고 밥 먹으면 그만이지 뭔 돈을 얼마나 더 버냐는 서할머니는 인심 또한 넉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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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 채소 값이 갑절을 넘어 3배나 뛰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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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값이 갑절을 넘어 3배나 뛰었다. 안맹순(54)씨는 “채소장사 15년째인데 올처럼 비싼 건 처음”이라며 “물건도 흐물흐물하고 안 좋아요. 상추 한 박스에 5만원이니 옛날 같이 팔리지도 안 해요.”라며 대목인데도 손님이 평일 수준이란다. 깻잎 4묶음에 1천원, 배추는 한 포기에 5천원이니 손님들이 값을 물어보기만 하고 구입을 포기하고 돌아선다.
“깻잎은 싸네요.”라고 묻자 “적게 묶어졌잖아요. 시세에 따라 묶음이 달라져요.”라고 답한다. 달랑 무도 한단에 5천원이다. “물건이 좋고 싸야 많이 팔릴 것 인디, 들었다 났다 그냥 물어만 보고 가요.”라며 안타까워한다.
“뭐~ 필요하세요.”
“양파, 꼬사리, 좋은거여.”
“가져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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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 싱싱한 활어를 즉석에서 회를 떠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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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싱싱한 활어를 즉석에서 회를 떠 준다. 전어 만원어치 양이 제법 많다. 양념과 풋고추, 마늘까지 챙겨준다. 전어회를 써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바쁘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푸짐한 재래시장. 올 추석 장보기는 대형마트 바코드의 냉정함이 아닌 인심 좋은 에누리에 덤까지 얹어주는 재래시장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