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쓰나미, 단지 영화니까?
글 / 편집부

해운대 감독 윤제균 / 출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남은 시간엔 가장 소중한 것만을 지켜내야 한다!
그 때를 대비해 당연한 한가지를 알려주고 싶다.
진짜로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그래야 소중한 것을 지킨다고.
다가오는 위험을 모두가 감지하지 못하는 한
영화‘해운대’는 2004년 역사상 유례없는 사상자를 내며 충격을 안겨준 인도네시아 쓰나미 장면에서 시작한다.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만식 일행은 당시의 쓰나미에 휩쓸리게 되고 탈출하려는 배 갑판에서 순간의 실수로 연희 아버지를 잃었다. 그 후 5년이 지났지만 만식은 그 사고의 죄책감 때문에 연희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해운대를 삶의 터로 하는 사람들의 갈등과 일상이 펼쳐져 가던 어느 날, 만식은 자신의 마음을 연희에게 전한다. 배위에서 연희에게 멋지게 프로포즈한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바다가 몰려온다!
한여름, 수백만의 휴가철 인파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산 시민들, 그리고 지금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만식과 연희를 향해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의 속도로 밀려온다.
영화의 메인 포커스는 물론 해운대에 닥쳐오는 쓰나미에 있지만, 해안에서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의 모습을 또 하나의 포커스에 담아 재난 직전까지 우리가 날마다 부딪치며 살아가는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부부간의 갈등, 연인간의 갈등, 친족간의 갈등 등 여러 갈등이 나오는데 이런 갈등은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런 갈등들이 모여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가오는 위험을 모두가 감지하지 못하는 한, 재난이 코 앞에 닥쳤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집중하고 몰두하게 되는 삶의 과정은 이런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쓰나미가 다가오는 것을 아는 관객들은 이들의 일상을 바라보며 긴장한다.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해운대’속의 상황과 개벽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가?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은 일상의 갈등에서 승리하고 사랑을 지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그것의 연속인데 달리 뭐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니 재난 영화를 볼 때는 항상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러나 자연재해라는 예측 불가능한 힘에 대해 안이하고 오만한 태도는 영화 속에서나 우리의 현실에서나 항상 문제가 된다.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틀린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한 치 앞을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전문가들, 수많은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는 사람들은 그 몇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 박사는 대마도와 해운대를 둘러싼 동해의 상황이 5년 전 발생했던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대한민국도 쓰나미에 안전하지 않다고 수차례 강조하지만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난 방재청은 지질학적, 통계적으로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칠 확률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재난으로부터 사람들을 대피시킬 최후의 기회까지도 완전히 놓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오판은 영화 속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부산을 덮치는 메가쓰나미는 지구가 망하는 것보다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한국형 재난 영화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이런 재난이 닥칠 수 있는지 궁금증을 표시했다. 그런데 대부분, 안다 하는 사람들의 대답은 자신만만하다. 다른 변수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쓰나미가 올 가능성이 전혀 없고 영화적 상황일 뿐이므로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다. 영화‘해운대’가 일으킨 이슈 중에 인터넷 댓글을 통해 돌아다니는 대화들을 보면 소위‘전문적’시각을 훤히 알 수 있다. 차리리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나라에 쓰나미가 올 가능성이 있냐고 순진하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낫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답변이다. “쓰나미는 지진이 바닷속에서 발생할 때, 물이 파동현상을 일으켜 파고를 높게 하는 자연현상입니다. 쓰나미의 규모와 속도는 수심(물의 깊이)과 상관이 있는데, 수심이 깊을수록 지진해일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런데 남해안과 서해안은 100m 미만 정도로 수심이 얕아 큰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영화의 장면은 단지 영화니까라는 생각을 하시면 될 것입니다.”“주로 지진이나 화산은 판의 경계 부근이 불안정해져서 일어나는데 우리나라 주변은 판의 경계 부근이 아니고 유라시아 판이라는 거대한 대륙판에 존재하므로 지진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진에 의해서 발생하는 쓰나미도 발생할 수 없습니다.”“일본 부근에 있는 판의 경계인 환태평양 조산대인 수렴형 경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진원의 깊이가 깊은 심발지진 같은 것은 발생할 수 있지만 일본을 거쳐서 오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확신에 차서 전문가연 하는 태도가 영화속의 방재청장의 태도같다. “영화 속에서 메가쓰나미를 일으켰던, 대마도가 무너질 일은 지구가 망하는 것보다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부산에서는 안심하고 살아도 됩니다.”
이런 답변도 있었다. 정길호 국가재난정보센터 기후변화대응과 연구관의 말이다. “영화속의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재난이 일어난다 해도 미리 지진의 크기와 쓰나미의 속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수심을 고려했을 때, 대마도에서 발생한 해일이 부산에 도착하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일 것입니다.”그들의 선의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일본이 침몰할 경우라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그런데‘만에 하나’‘( 만에 하나’라는 이 말은 항상 재난영화에 등장하는 말이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말이다. 일본이 침몰할 경우라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지구라는 판구조(오세아니아판,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등, 지구는 축구공처럼 여러 개의 판이 서로 맞물려 있다)가 어떤 이유로 뒤틀리면서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하면 열도 지하의 마그마가 연쇄 폭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면 라디에이터효과에 의해 일본열도 전체가 허물어진다. 열도의 붕괴는 거대한 해일(쓰나미)을 일으킨다. 과학적으로 설명된 바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때도 소수의 몇몇 의사결정자들이 오판을 내릴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 중에는 일상에 충실하다가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재난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처럼 말이다. 그 때를 대비해 당연한 한가지를 알려주고 싶다. 진짜로 아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그래야 소중한 것을 지킨다고. 진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도움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국가재난정보센터가 제공한 국민행동요령 매뉴얼에 있는 지침이다.‘(지진해일이 발생하면) 1층보다는 2층, 2층보다는 3층, 경우에 따라서는 지붕이 안전하니 높은 곳으로 이동합시다’, ‘목조 주택은 떠내려 갈 가능성이 있으니, 벽돌이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이동합시다’라고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