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질주 2
허열의 상상은 사실에서 훨씬 빗겨 가고 있었다. 노옥진은, 말로는 설명하기도 힘들 만큼 눈이 뒤집혀 있었다.
내일은 5월 29일. 서울 영빈관을 향해 아침 일찍 평양에서 네명의 손님이 도착할 것이며,
그들은 이후락 정보부장의 따뜻한 영접 속에서 남북 분단 이후 최초의 상호 방문 회담을 열 것이다.
백수웅은 그 시간 온양 별장으로 달려가 테러를 자행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백수웅이 만날 사람은
이후락이나 박성철이 아니라 노옥진 자신이 될 것이다. 내일은 목숨을 걸고라도 그를 설득하여 어디로든
쫓아 내든가 일본으로 되돌려 보낼 것이다. 어쩌면 함께 죽음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편에게는 미라와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화약 구덩이 같은 온양별장을 미라와 함께 갈 수는 없다.
새벽같이 일어나 미라를 삼선교 아버님 댁에 맡겨 놓고 온양으로 달려갈 것이다.
백수웅보다 한 발 앞서 도착해야 한다.
노옥진은 저녁 7시쯤, 미라가 2층에서 혼자 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내일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몸이 나 깨끗이 닦아 둘 생각이었다. 잡다한 생각에 빠져,
샤워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몸의 물기를 말리고 난 뒤에야 미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미라가, 미라가 보이지 않아!'
가슴이 섬뜩했다.
2층 서재로 화장실로 미친 듯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지만, 있어야 할 미라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가정부와 별채의 비서들 모르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따금 맞은편 구멍가게로 달려가 먹지 말라는
불량 과자나 껌등을 사 들고 들어오는 일이 있어 그 곳으로 뛰어가 보았지만, 이 날따라 구멍가게는
문도 열지 않았다. 마음이 후끈 달아오르고 눈앞이 캄캄했다. 이렇게 멀리 나가는 미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수웅!'
생각이 기어이 백수웅에게까지 미쳤다. 그가 미라를 납치한 것이다. 미친 년처럼 뛰어다니던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비서들의 별채며 가정부 방에까지 가 보았지만, 사라진 미라가 나타날리 없었다.
이 때가 밤 8시였다. 미라가 납치되었다면 납치자는 백수웅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백수웅은 미라와 함께
온양 별장으로 갔을 것이다. 노옥진은 집안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집에서 빠져나와 승용차를 몰고
천안을 향해 달렸다. 조급해 견딜 수가 없었다. 만일 온양 별장이 위장 회담장이라는 것을 알면,
그 화풀이로 백수웅은 미라의 생명을 빼앗을지도 모른다.
'설마, 설마, 하던 우려가 드디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숙련된 운전 실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우리를 빠져나온 맹수처럼 온양을 향해 질주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천륜을 무시하고 자신의 딸을 살해할 백수웅을 생각하면 두렵고 무섭기 짝이 없었다.
'안 돼요! 미라를 돌려 보내 주세요! 미라를 죽여서는 안 돼요! 불행은 우리의 몫만으로도 충분해요.
불행하게 태어난 아이지만, 허열이 아버지인 줄 알고 구김살 없이 자란 아이예요.'
그녀는 울부짖고 있었다. 아마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비극의 결과인 미라. 미라에게 이 비극을
넘겨 주어서도 안되고, 알려 주어서도 안 된다. 더구나 미라의 출생 비밀이 세상에 알려지는 날에는
가문이 파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가문도 채면도 아니다. 미라의 목숨이다.
오직 아이의 생명 하나뿐이다.
"미라야, 살아 있어 다오! 죄 많은 에미가 갈 때까지 목숨을 지키고 있어 다오! 모든 것은 내가 책임져 주겠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미라만 구해 낼 수 있다면 소원이 없다. 그녀의 승용차는 어두워진 고속 도로를
마구 질주하고 있었다. 핸드백 속에는 탄환이 장전된 남편 허열의 호신용 권총이 들어있다.
오늘은 기어이 권총이 불꽃을 토할 것이다. 하지만 그 총알이 누구를 향해 날아갈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만일 남편 허열이 미라의 출생 비밀을 눈치챈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그가 쓰러질 것이고,
자신의 딸인 줄도 모르고 백수웅이 미라의 목숨을 빼앗겠다면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자신이 죽어 엉클어진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면 자신을 향해 기꺼이총을 쏠 것이다.
아무튼 미라만은 무사해야 한다.
저주받은 5월 28일 일요일 밤 7시 30분, 제일 먼저 백수웅이 온양을 향해 달려갔고,
그로부터 30분 후인 8시에 노옥진이 백수웅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노옥진이 떠나고
1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허열이 이호영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온양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온양의 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은 백수웅이었다. 그의 넓은품 속에서 미라는 아직도 정신을 잃고 있었고,
미라가 다칠세라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운전한 오토바이는 별장 그림자가 멀리 보이는
한적한 언덕 밑에 세워져 있었다.
'미라야, 조금만 더 고생하자.'
백수웅은 늘어진 미라를 등에 들쳐 업었다.
미라를 들쳐 업은 백수웅은 오토바이에서 밧줄을 풀어 미라를 자신의 등에 단단히 묶었다.
두 팔이 자유롭게 풀리자 몸이 날듯 가벼워졌다. 그는 폭약이 든 가방을 어깨에 대각선으로 걸친 다음,
어둠 속을 향해 살금살금 걷기 시작했다. 그림자처럼 아련히 보이던 별장이 코앞 으로 다가왔다.
경비가 삼엄하리라 생각했는데, 전날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낯익은 순경과 한국 물산의 경비 두 명이 어슬렁어슬렁 순찰을 돌고 있었다.
별장은 여전히 어둠에 묻혀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회담장 문제로 속을 일이 없지. 내일 아침이면 이곳에 회담 당사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미라의 납치가 다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별도의 계획이 있었다.
별장 잠입에 성공만 하면 곧바로 우이동 노옥진에게 전화할 것이다.
'미라는 내가 잘 데리고 있다. 나는 워커힐 어딘가에 숨어 있다. 내일 아침까지 미라를 찾지 마라.
틀림없이 안전하게 보내줄 것이다.'
노옥진과 허열은 눈이 뒤집혀 워커힐을 뒤질 것이다. 아니면, 미라의 실종을 노옥진은 남편에게 감출지도 모른다.
아무튼 백수웅은 많은 시간을 벌게 될 것이며, 수사의 초점을 워커힐로 옮기는 데 성공 할 것이다.
만일 허열이나 노옥진이 이 곳 별장 잠입을 눈치채고 에워싼다면, 미라의 생명을 담보로 잡을 것이다.
'곱게 물러가면 미라의 생명은 보장한다.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마라.
회담장을 밤 사이로 바꿔 버리든가 나의 침투를 공개할때는, 노 범호와 허열의 미래는 끝이 난다.'
그러나 백수웅이 가장 믿는 것은 노옥진이었다. 자신의 이 곳 침투를 절대 남편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미라를 위해! 열차에서 만났던 미행자는 한적한 철로 가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 백수웅은 별장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경비원들과 순경들은 잡담도 하고 담배도 나눠 피우기도 했다. 이미 한 번 다녀간 장소다.
제법 높은 콘크리트 담장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별장 정문을 피해 어둠속에 묻힌
뒤쪽 담벼락으로 기어갔다. 이제 경비원들과 순경들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담의 높이는 3미터 가까이 되었다. 몸을 잔뜩 구부렸다가 펄쩍 몸을 날려 콘크리트 담장에 매달렸다.
뒤에 업힌 미라의 고개가 뒤쪽으로 휘청 꺾였다가 등에 부딪쳤다.
담벼락에 매달린 채 발끝에 힘을 주어 날렵하게 솟구쳤다. 담 위로 올라선 그는 어둠을 응시하며 조심스렵게
주위를 살펴 보았다. 그의 월담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담을 넘어 뒤채 마당으로 뛰어내리는 것은 올라갈 때보다 한결 쉬웠다.
그는 마치 고양이처럼 소리를 죽여 가며 별장의 정원을 가로질러 거실 문 앞에까지 다다르는 데 성공했다.
백수웅은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대마도에서 밀입국하여 회담장인 이 온양 별장까지 오는 데 3개월
가까이 소모된 셈이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고, 목숨을 건 도박을 치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허술한 경비로 보면 절대 회담장이라는 긴장을 찾아볼 수 없는 데,
이것이 허열과 이후락이 자신들의 함정에 스스로 빠진 결과가 된 것이다.
'허열은 내게 속을 것이다. 미라가 실종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면, 그리고 만일 나를 미행하다 열차에서
떨어진 그 녀석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내가 온양을 향해 달리고 있더라고 보고한다면,
허열은 온양을 포기하고 워커힐에 수사력을 집중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내 행동이 그랬으니까
그래서 허열은 언제나 뒤통수를 얻어맞았으니까 또, 만일 미행자가 현장에서 즉사했다면, ]
체 발견의 보고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아무튼 나는 완벽하게 침투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이제 머지않은 시간에 노옥진이 찾아올 것이다. 미라는 내일 아침 돌려 준다.
박성철과 이후락이 도착한 이후가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백수웅은 주머니에서 쇠붙이를 꺼내 자물쇠 구멍에 넣었다. 응접실로 들어가는 현관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백수웅은 미라를 등에 업은 채 다시 고양이 걸음으로 기어들어갔다. 밖은 아직도 쥐죽은 듯 조용했다.
문을 닫은 다음, 지난번 답사 때 보아 두었던 2층 창고로 들어 갔다.
'휴-우!"
그는 마침내 길고 긴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미라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내려놓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았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서지아와 노옥진의 얼굴이
어지럽게 스쳐 갔다. 백수웅은 머리를 털며 애써 그 영상들을 지워 버렸다.
그리고 손으로 품 속을 만져 보았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성명서 가 간직되어 있었다.
혁명은 레크리에이션이 아니다. 노래를 한다거나 꽃을 그린다거나, 향연을 베풀고 술잔을 기울이는
그런 고상한 작업이 아니다. 혁명이란, 한 계급의 편에 서서 다른 계급의 권력을 탈취하는 격렬한
싸움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혁명은 권력을 빼앗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무너뜨리는 데 있었다.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면 다시 일어설 명분을 잃게 되며, 그 대상은 남북한 권력자들이다.
자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분명히,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양쪽의 권력자들을 뒤집고
새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이다. 그 피의 작업이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다.
이 밤만 무사히 지나가 다오. 다시는 내게 슬픔과 고통의 술잔이 오지 않도록 신이여 보살피소서.
끙-. 미라가 몸을 뒤척였다.
백수웅은 미라를 끌어안았다. 아이가 실눈을 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어디야 , 아저씨? 여기가?"
백수웅은 미라를 품 속에 감싸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미라야, 피곤하지? 그냥 잠깐만 기다려라."
미라가 백수웅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어둠뿐인 분위기에 질려 버린 듯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아저씨? 무서워 나 집에 갈래."
백수웅은 한 손으로 미라를 껴안고 한 손으로 가방을 부지런히 뒤졌다. 작은 약병이 손에 잡혔다.
이 약을 먹이면 미라는 아침까지 깊은 잠에 떨어질 것이다. 다소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내일 일이다. 지금은 눈 감고 세상을 잊는 것이 가장 편하고 행복할것이다.
"자, 이걸 조금 마셔 봐. 정전이 됐나 본데, 곧 불이 들어올 거야. 맛있는 저녁 사 줄게."
백수웅은 더듬더듬 미라의 입을 찾아, 그 속에 약물을 들어부었다.
영문을 모르는 미라는 입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씁쓸한 맛에 얼굴을 찡그렸다.
"이게 뭐야?"
"잠깐만 기다리면 돼 미라는 엄마가 좋은가 봐."
"엄마? 응, 좋아. 그런데 싫을 때도 있어. 엄마는 만날 화난 사람처럼 웃지를 않아.
어떤 때는 혼자 울기도 하구 그럴 때는 엄마가 불쌍해 보여."
"그래? 엄마는 그누구에게나 좋은 거야. 아저씨 엄마도 참 좋았는데 죽었어."
"죽어? 왜?"
"아팠거든. 시골에서 돌아가셨어. 그런데"
백수웅의 대답이 거기서 끊겼다. 미라의 머리가 다시 옆으로 떨어진다.
미라는 백수웅의 품 속에서 다시 잠들었다. 백수웅은 미라의 뺨에 입술을 댔다.
처음 이 아이의 사진을 우이동 집 2층 피아노 위에서 보았을 때는, 허열의 딸이라는 증오심 때문에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어머니가 노옥진임을 알았을 때는 경악의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두번 만나면서부터는 마침내 이 예쁘고 똑똑한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만일 노옥진과 헤어지지 않고 같이 살게 되었다면, 이 또래의 아이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외적 조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말 그저 귀엽고 사랑 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감정이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아이의 엄마가 노옥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웬일인지 피붙이 같은 끈적임이 심장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미라야, 푹 자거라. 더러운 어른들 세계의 다툼 같은 것은 절대 보지도 듣지도 말아라.
네 아빠나 엄마에게는 너를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내가 왜 귀여운 너의 목숨을 끊겠느냐.
어른들 싸움에 널 끌어들여 정말 미안하다.'
미라는 새근새근 숨쉬고 있었다. 백수웅은 애처로운 듯, 손으로 잠든 미라의 얼굴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밥 먹여 주고 품에 넣어 잠재워 주던 아련한 추억들이 몸서리치게 몰려왔다.
감성 약한 백수웅의 눈에 또 다시 흥건히 눈물이 괴었다.
"어머니, 어머니"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죽은 어머니를 또 부르는 스물아홉의 백수웅.
한 사람을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병을 앓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옥진으로서는, 사랑하는 백수웅에 대한 집념은 열병과 같은 것이다.
반도 호텔에서 허열과 웨딩 마치를 울릴 때도, 경주에서의 신혼 여행 때도, 결혼 후 곧 떠나 시작한
미국에서의 신혼 생활 때도, 단 한시도 백수웅을 잊어 본 일이 없었다. 지난 추억을 털어 버리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던 백수웅의 환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임신을 느꼈다.
그것은 여자만의 비밀이었다. 일 주일, 그 일 주일의 비밀을 남편이나 아버지가 알 턱이 없었다.
몇 번이나 지워 버려야 한다고 다짐해 보았지만, 백수웅이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까지 지워 버릴 용기는
차마 없었다. 그녀는 마침내 백수웅을 바라보듯 아이를 바라보며 살아가기로 작정하고 출산해 버렸다.
그것이 미라였다. 다시 허열의 아이를 갖는것이 두려워, 건강을 핑계로 불임 수술까지 해 버렸다.
정말 지독한 결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남편은 권력 지향적인 인물인데다가
아버지 노범호와 자기의 아버지인 허경만 전 법무 장관의 후광까지 있어 대단한 정치 야욕을 가지고 있었다.
문학이나 그림을 좋아하는 자신의 정적(靜的)인 취향과는 전혀 반대였으며, 대단한 에고이스트여서,
아내쯤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남편의 이런 성격은 아버지 노범호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기까지 하여,
가정은 건조할 대로 건조했다. 그래서 노옥진은 마치 인형처럼 살아 왔다.
이 미칠 만큼 답답한 생활을 이기게 해 준 것이 바로 미라였다. 백수웅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일뿐, 백수웅과 연결하여 생각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애써 의식을
잠재우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비극은 아이의 진정한 아빠 백수웅이 출현하고부터 시작되었다.
백수웅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의 열병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고, 불행히도 백수웅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자기의 딸 미라를 볼모로 삼으려 한다. 원통하고 분한 운명이다. 이제는 슬픔도 노여움도 느낄 겨를이 없다.
불쌍한 미라는 자신을 낳아 준 아빠를 아빠라고 불러 보지도 못하고 아빠의 손에의해 생명을 잃게 될
절박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노옥진은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트럭들을 추월하고 차선을 넘나들며
고속 도로를 미친 듯 달리고 있었다. 수원을 지나 길고긴 벌판길을 어둠 속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백수웅도 허열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미라의 이름만 미친 듯 외쳐 대며 달렸다.
커브를 두 번이나 위험스럽게 지난 후, 이윽고 천안 인터체인지에 다달았다.이제 온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톨게이트에 통행권을 던지듯 넘겨주고 다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온양을 향해 거칠게 차를 몰았다.
20분 후면 자동차는 별장에 도착한다. 백수웅은 미라와 함께 그 곳 에 숨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설득하여
일본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 만일 남편이 눈치챈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에 휘말려 들 것이다.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애간장이 타서 견디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푸른 신호가
나오면 속력을 내곤 했다. 천안 벌판을 지나자, 멀리 온천 도시의 불이 보였다.
심장이 방망이 두드리듯 뛰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침내 온양에 도착한 것이다.
밤이 늦었는데도 거리는 밝게 조명되어 있었다. 그녀는 도심을 가로질러 몇 분을 더 달린 뒤에,
저 멀리 보이는 별장의 그림자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별장은 등 하나 켜져 있지 않아 캄캄했지만,
백수웅이 미라를 납치하여 숨어 있다는 것은 추호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자동차는 언덕을 숨가쁘게 올라가 정문 앞에서 멈추었다.
"누구야?"
순경들과 경비원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 왔다. 그들은 칼빈 소총의 총구를 겨누며 달려왔다.
노옥진은 차의 헤드라이트를 껐다. 그리고 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나예요."
훤칠한 키의 여인을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은 회사에서 파견한 경비원이였다.
"아니 사모님, 이 밤중에?"
"집 지키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누구, 들어간 사람은 없었나요?"
분위기가 너무 조용했다. 미라를 납치하여 이 곳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들어간 사람요? 들어갈 사람이 없는데요."
"됐어요. 이젠 다들 돌아가셔도 좋아요."
순경 하나가 의아한 얼굴로 경비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귀엣말로 속삭였다.
"누구요, 저 여자?"
"아, 노범호 회장님 따님이십니다. 그 유명한 허열 검사님 사모님이시죠."
노옥진이 거듭 말했다.
"자, 모든 건 제가 책임지겠어요. 다들 돌아가세요."
시간이 없다. 이들을 쫓아 내고 한시바삐 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미라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순경들과 경비원들은
함부로 움직일 형편이 못 되었다. 더구나 순경들은 서장의 명령을 받고 와 있는 것이다.
"저 저희들은 "
"빨리 돌아가라는데 뭐해요? 당신들이 우물대면 서장 목이 달아나요."
청와대 실력자 노범호의 딸이고, 서슬 퍼런 공안 검사 허열의 아내다.
더구나 이들의 뒤에는 권력의 제2인자 이후락이 있다.
순경들과 경비원들은 노옥진의 호통에 어쩔 수 없이 철수하고 말았다,
그들이 철수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노옥진은 핸드백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시선이 건물 입구에 꽂힌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현관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노옥진이 별장에 도착한 시간, 허열은 그 때야 겨우 수원을 스쳐 가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헨들을 쥐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미라와 백수웅도 서로 낯이 익을 정도로 만난 것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낯선 사람에게 끌려가며 발버둥치지 않을 미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와 미라와 백수웅은 지금 별장에
함께 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대체 이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허열은 이미 혼란에 빠진 지 오래 되었다. 그의 명석한 두뇌가 녹슬어 가고 있었다. 아내와 미라와 백수웅의
관계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아내가 왜 그 곳에 박 대통령의 사진과 김일성의 사진을
걸어 놓았는지조차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의 불륜 현장을 덮치려 한다는 그런 지저분한
분노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운전이 너무나 불안해 최일우가 몇 번이나 핸들을 넘겨 달라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허열은 문득, 은퇴한 남성우가 머리에 떠올랐다.
최일우 대신 남성우가 있다면 한결 위로가 될 것이다.
최일우는, 이런 저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기에는 아직 미숙한 데가많은 부하였다.
워커힐 에메랄드를 지키기 위해 달려간 박상남도 있지만, 그와는 아직 정이 덜 든 상태다.
여전히 침묵 속에서 미친 듯 차를 몰아 대는 허열을 최일우는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원을 지나 천안에 도착한 허열은 사이렌을 울리며 천안역을 향해 차를 몰았다. 천안역을 봉쇄하여,
'어린 아이를 동반한 30세 전후의 남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치안국에 내려 놓았기 때문이다.
중앙정보부 특명으로 지시를 내려서인지, 서장까지 정복으로 나와 있었고, 병력이 자그마치 3개 소대는 되어 보였다.
사이렌을 켜며 달려드는 허열의 차로 경찰 간부들이 모여들었고, 서 장이 앞장 서서 허열을 맞았다.
"허 검사님, 오랜만입니다."
나이 많은 서장이 거수 경례를 올려 붙였다. 허열은, 낯익은 얼굴이지만 기억에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허 검사님 대학 선배 되는 사람입니다. 긴급 사항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수배한 사내는 있었습니까? 일곱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를 데리고 온 남자"
"용의자를 다섯 명 잡아 놓았습니다."
"용의자를!"
허열이 반색을 하며 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역 파출소에 연행되어 온 죄 없는 시민들은 나이도 용모도 전혀 달랐다.
하긴, 시골 순경들에게 잡힐 백수웅이 아니다.
허열은 그래도 대학 선배라는 서장에게 격려의 인사를 하고 파출소에서 나왔다.
쓸데없이 30분이나 허비한 셈이었다. 자동차 키를 최 일우에게 넘겨 준 뒤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백수웅의 행방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천안 경찰이 백수웅을 체포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과연 백수웅이 경찰의 손아귀를
피해 갔는지, 아니면 중간 어딘가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갔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천안까지 달려와서 그냥 서울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온양 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가자. 최대한 빨리."
허열은 뒤의 시트에 몸을 푹 파묻은 채 최일우에게 명령했고,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자동차는 아스팔트를 박차고
온양을 향해 쏜살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만일 백수웅이 온양에만 있어 준다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납치된 어린것을 되찾기만 하면 녀석을 벌집처럼 만들어 다시는 땅 위에서 걷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허열은, 백수웅과 아내가 지나간 벌판을 무섭게 내달았다. 마침내 저만큼 멀리 별장의 그림자가 보였다.
"자. 여기서 멈추자. 헤드라이트 꺼라. 조용히 다가가자. 만일 녀석이 별장 안에 있다면 역습당할지 모른다."
두 사람은 백수웅이 그랬던 것처럼 별장이 보이는 야산 중턱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권총을 꺼내 단단히 움켜쥔 채 조심스럽게 접근해 가기 시작했다.
"?"
허열이 먼저 걸음을 멈추었다.
회사 경비원들과 순경들이 담소를 나누며 거닐고 있는데, 그옆에 낯익은 소형 승용차가 보였던 것이다.
"음, 미라 엄마가 와 있군."
허열은 풀섶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낮게 부르짖었다.
"나다. 조용히 해라."
갑작스러운 사내의 출현에 경비 요원들이 깜짝 놀라 총구를 내밀었다.
"누구냐!"
"조용히 하라니까. 허 검사다."
경비 요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리고 마치 유령처럼 나타난 허 검사를 경악에 찬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니, 검사님께서"
"아내가 왔지?"
"네, 들어가신 지 좀 되었습니다."
"그래? 혼자 왔나?"
"네, 혼자 차를 몰고 오셨습니다."
"그 외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왔습니다. 사모님께서 혼자 오셔서 들어가셨습니다."
"최일우!"
"네?"
"너는 여기서 경비 요원들과 잠시 별장을 지키고 있거라, 난 읍내엘 좀 다녀올 테니.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
허열은 몸을 돌려 자동차를 향해 뛰어갔다.
아내가 별장으로 들어갔는데도, 어느 구석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혹시 콘크리트 담을 넘어
백수웅과 함께 도주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던 허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아내가
미라와 백수웅을 데리고 도주를 ? 자동차도 없이? 그렇다면 두 사람은 별장 어딘가에 함께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장인 어른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상황이든 어른이 알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
백수웅과 아내에 대해 그는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결심은 단호했다. 만일 백수웅과 아내 사이가
아직도 밀월 중이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딸 미라를 빼앗은 뒤 둘 모두를 사살해버릴 작정이었다.
그의 마음은 질투라기보다 치욕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감히 이 허열의 아내가 테러리스트와
옛 정을 잊지 못해 함께 있다니 그렇다. 아내는 이 온양 별장을 이용해 백수웅을 끌어들여 함께 도주할 생각이었다.
훗날을 생각해 아내는 미라와 백수웅 간에 정을 들여 놓았고, 그래서 미라는 백수웅에게 납치당하면서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열은 읍내에 도착하여 서울로 전화를 걸었다.
남북 회담 전야여서 노범호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고 있었다. 사위로부터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지만,
최소한 이 시간까지는 별 탈 없이 시간이 흘렀고, 영빈관은 완벽한 회담장으로 준비를 마쳤다.
이후락 부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회담의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합의 사항을 계속 검토하고 있고,
박정희 대통령은 백수웅이란 테러리스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허열이 전화를 하기 위해 온양 읍내로 가는 시간에도, 노범호는 계속 사위와 딸과 백수웅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쨌든 백수웅의 목표가 영빈관을 빗겨 간 것만은 틀림없어 한 걱정 던 셈이지만,
이번에는 딸 노옥진과 백수웅의 문제가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그깟 녀석 하나 단숨에 해치우지 못하다니"
철석같이 믿었던 사위가 아직도 명쾌하게 매듭을 짓지 못해, 노범호는 그것이 큰 불만이었다.
대통령 각하에게도 이후락 정보부장에게도, 테러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쳐 놓은 터였다.
불안과 걱정이, 그 녀석이 나타난 이후 오늘까지 한시도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일찌감치 없애 버리지 못한 것이 크게 후회되었고, 하고많은 사내들 중 하필이면 그런 골칫덩이를
사랑했는지 옥진이가 미워지기도 했다. 슬하에 후손 하나 있는 것도 여식(미라)이어서 큰 걱정인데,
만일 백수웅이 미라를 공격한다면 이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며 태산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벨이 요란스레 울린 것은 그 때였다.
밤 늦은 시간의 전화는 노범호를 몹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 시간에 전화가?'
대통령이나 이 부장의 긴급 전화, 아니면 사위의 전화가 틀림없다.
요즈음은 벨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누구십니까? 노범호입니다."
"접니다. 아버님."
예상대로 전화를 건 주인공은 사위였다.
노범호는 초조한 듯 되물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이시간에?"
"보고 사항입니다. 백수웅의 은신처를 찾아 냈습니다. 오늘 밤 결판이 날 겁니다."
"그래? 그 녀석, 지금 어디 은신하고 있느냐?"
"온양 별장입니다."
"뭐라구? 온양 별장? 그 녀석이 거긴 어떻게?"
"아버님, 긴 시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간단히 보고 올리겠습니다.
백수웅이 미라를 유괴한 뒤 온양 별장에 숨어든 것이 확실합니다."
"뭐? 미라를 유괴해? 잘못 안 거 아니냐?"
"아닙니다. 미라 에미도 지금 거기 함께 있습니다."
앉아서 전화를 받던 노범호가 벌떡 일어났다.
"옥진이가 그 녀석과?"
"네, 지금 함께 있습니다."
"그럼 백수웅이란 녀석이 미라와 미라 에미를 함께 끌어갔다는 거냐?"
"아닙니다. 미라는 백수웅이 먼저 데려갔고, 에미는 혼자 뒤늦게 내려와 합류했습니다.
어쨌든 미라를 구출해야 합니다. 미라 엄마 생명은 보장할 수 없구요,사실은 그래서 전화드린 겁니다."
"알았다. 내가 내려간다."
그뿐,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백수웅이 아내와 함께 있다고 확신한 것은 미라 때문이다. 만일 미라가 다른 곳에 있다면, ]
미라 엄마가 이 곳에 눌러앉아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허열은 다시 속이 끓어올랐다.
장인 어른에게 전화까지 해 두었다. 만일 노옥진이 생명을 잃는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장인 어른으로서는 자신의 딸의 생명에 관한 문제다. 허열이 자신의 딸 미라를 구출하기 위해
노옥진의 생명을 담보하듯, 노범호는 자신의 딸이 더 소중할 것이다.
그래서 이 밤중에 온양으로 내려갈 결심을 했을 것이다.
노범호는 먼저, 회담 전야여서 바쁘기 이를 데 없는 이후락 부장에게 전화했다.
"노범호입니다. 내일 회담 시간 이전에 서울로 돌아온다는 전제하에 저는 지금 온양으로 갑니다."
"온양요?"
"네. 허 검사가 지금 백수웅을 포위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딸자식과 외손녀를 납치해
감금하고 있는 모양임니다. 오늘 밤안으로 결판내고 돌아오겠습니다."
"병력이 필요하시면"
"아닙니다. 정 급하면 현지 경찰을 동원하겠습니다."
이 부장에게도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노범호는 운전 기사를 깨워 자동차를 대기시켰다. 이 밤은 숨가쁘고 위험한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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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더해지네요...
과연 이 사람들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노범호와 허열도 함께 죽게 될것인지?
즐감요 ~~
잘 읽고갑니다~~
감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