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과 한자어교육, 어떻게 해야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까?
서울 강동송파교육청 소속 묘곡초 교사 민기식
국어에서 어휘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자, 한자어, 한문교육 등 얼마나 많은 시도와 방법이 있었던가? 그동안 해왔던 방법을 반성하고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1. 한자교육
어린 학생들에게 당장 궁금한 단어는 한자가 아니라 한자어다. 마법천자문에 소개되는 (하늘 天천)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는 天才, 道路, 扇風機, 冷藏庫와 같은 한자어, 학교 수업 시간, 교과서에 깔려있는 수많은 개념어인 한자어가 궁금한 것이다. 근데 이를 해결하고자 한자 공부를 통해 한자어를 이해하기란 멀고도 힘든 길이기에 초등학생의 관심과 흥미가 유지되기 어렵다.
한자 공부의 주된 방법이 자형 중심으로 치우쳐 한자 쓰기에 에너지를 소진하여 한자어 이해라는 어휘력 향상이라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자만 열심히 쓰지 한자어 이해에 도달하지 않으니 한자능력시험의 급수가 올라가는 것과 한자어 이해는 병행하지 않는다. 당연히 한자 공부를 할수록 염증은 커진다. 시작부터 실패를 노정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쓰기 중심의 한자교육은 점점 외면당하고 있다(마법천자문의 성공 사례 또한 읽기 중심 아닌가?).
한자교육의 방법 대부분 교재 제작에 열을 올릴 뿐 학생에게 던져주는 방식이라 과제로 인식되고 써야하는 부담에 시험까지 더한다면 교육이 아니라 조건화(상과 벌), 행동 통제로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자기주도학습을 놓치게 된다. 교사가 처음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학생에겐 실패로 각인되어 한자교육의 우군은 점점 줄어들게 되어 지금과 같이 한자교육의 무용성만 대중에 깔리게 된다.
소위 사교육 시장에서 90년대부터 한자능력시험과 관련하여 많은 단체가 초등학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그동안 한자와 한자어 간의 엇박자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학생들의 학업 피로감이 한자어 이해를 눌러왔기에 쓰기와 암기 중심의 한자 공부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교직생활 25년 중에 20년 가까이 한자 공부에 전력을 다했지만 보람보다는 무기력과 탈진으로 실패를 증폭시켰을 뿐이다.
2. 한문교육
한자와 한문에 담긴 심성을 순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한자교육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자 어린이 한문 교재(천자문, 사자소학, 추구(5언 절구 한시 모음), 동몽선습, 격몽요결)을 가르치기도 한다. 한문교육은 외국어교육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말 어휘력 개선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기에 초등학교에서 별도의 수업을 기획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의문을 떠올리고 갑갑한 것은 일상과 수업과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이지 한문이 아니기에 당장의 관심과 흥미를 붙잡기도 힘들거니와 지속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기에 특이한 부류의 학생에 한한다. 나의 경우 한자교육에 매진할 때, 십 년 정도 한문교육을 병행했던 적이 있다.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벗어나는 옛날 서당에서나 어울리는 특수한 문화와 언어 영역에서 노닐었기에 실질적인 어휘력을 향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방법에서 언어와 암기 중심의 예전의 서당의 모습으로는 현재의 학생과 활동 중심의 수업을 거스르기에 학교 체제와 맞지 않다.
3. 한자어교육
이 길을 최초로 여신 분은 바로 <속뜻사전>의 저자 전광진 선생님. 현재 우리말의 표기방식이 한글전용이기에 이에 적절한 방법이 한자가 아닌 한자어에 열쇠가 있다고 착안하여 한자어 사전이라는 새로운 국어사전을 창안. 좋은 사전을 두고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음.
내가 실행하는 한자어교육의 몇 가지 방법
1. 사전 없이, 사전에 찾고자 하는 어휘가 없어도 한자어교육은 가능하다.
---> 모르는 어휘를 단순하게 찾고 확인하는 것보다는 추측하고, 때로는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상상력과 사고력 외로 다양한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다. 궁금한 어휘에 대해 먼저 추측하는 시간을 크게 강조한다. 추측한 것을 공책에 기록하여 사전과 대비하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어휘력의 수준을 확인하면서 어휘력의 메타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 예1) 얼마 전 아빠와 엄마는 폭염으로 인한 누진세를 내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말하셨다. 폭염에 (터질 폭, 불꽃 염)으로 불꽃이 터질 만큼 덥다는 뜻인 것 같았고, 누진세는 (넘을 누, 추가할 진, 돈 세)로 넘어서 돈을 추가한다는 뜻 같았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사나울 폭, 불꽃 염>으로 나와 있었고 누진세는 <여러 루, 나아갈 진, 세금 세> 그리고 뜻은 등급, 가격 따위가 올라가는 비율이 여러 번 거듭 올라감 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질문은 등급, 가격 따위가 올라가는 비율이 여러 번 거듭 올라감 이라고 되어 있는데 뜻에 왜 나아갈 진이 들어갈까요?
학생 예2)
추천(내 추측) 극 추, 보여줄 천 보여줘서 극하게 소개하다
(속뜻사전) 밀 추, 천거할 천 알맞은 사람이나 물건을 책임지고 밀어 천거함
추측(내 추측) 생각할 추, 가짜 측 생각을 하여 답을 가짜로 생각하다
(속뜻사전) 밀 추, 헤아릴 측 미루어 해아림
<질문> 추측이나 추천에서 밀 추, 천거할 천, 헤아릴 측은 무슨 뜻인가?
2. 국어사전 꽃잎달기 운동
---> 사전의 뜻풀이를 확인한 후, 수고와 보람을 확인하는 의식을 거행한다. 시중(다이소, 문방구)에 파는 알록달록 예쁜 모양과 색상의 스티커를 해당 페이지 위에 붙인다. 일본의 실천 사례를 모방했는데, 효과 만점. 초등학생들은 생각하고 토론하는 1의 방법보다는 2의 꽃잎달기 방식에 적극 호응하여 작년(처음 반에서 실시하고, 무료로 전교에 진행), 올해(학급은 물론 무료와 방과후교실로 전체 학생 중 희망자에 한해 운영) 효과를 크게 보고 있음. 스티커가 50개 달리기까지 시간이 한 달~두 달 가량 걸리고, 이후에 200개까지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음. 경쟁심 유발에다 붙일수록 보람을 크게 느낌. 스티커 가격을 능가하는 내적 보람을 성취. (저학년의 경우 간혹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붙이는 경우도 있음. 그래도 어떤 단어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걸 보면 용하다 싶음)
3. 속뜻사전 꽃잎달기 확인은 매주 한 번이면 충분하다.
---> 교실 책상위에 늘 속뜻사전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궁금하면 메모하고 추측한 뒤에 집에서 찾아봐도 된다(급하면 선생님 사전을 빌려볼 수 있다. 사제 사이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집에서 활용하면 부모님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가정에서의 만족도 커질 것이다. 확인하고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음날 담임 선생님께 물어보면 금상첨화(질문하는 학생을 교사가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집에서 보는 사전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두 번(2주에 한 번) 정도 가져오는 날을 정하여 서로 그동안 꽃잎달기를 어느 정도 했는가를 확인한다면, 학생들 사이에 경쟁심이 싹틀 것이다. 사전 가지고 온 날은 재미있는 한자어 소개, 사전 빨리 찾기, 어휘력 테스트(교과서 핵심어)한다면 한 시간 정도 즐겁게 수업할 수 있을 것이다. (속뜻사전은 학생들보다 부모님이 더 좋아하시는 사전. 우리반에서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태만한 학생이 있지만, 그 부모님은 속뜻사전이 좋다는 것을 아시고 적극 지지하심. 자녀가 교사에게 매를 맞는데도 교사를 지지하는 상황에 비유)
4. 선후배 간의 교육 가능
---> 1학년의 경우도 요즘은 한글을 거의 떼고 들어오기에 속뜻사전 활용이 가능하다. 단 사전찾기가 늦어서 5,6학년 선배들이 1,2학년 후배들을 1대1로 협동교육 한다면 학교의 좋은 전통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방과후교실 성공 사례(본인의 어휘력 개선보다는 후배 가르치는 보람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