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빛이 사라진 자리엔
꿈을 꾸며 태양의 시간을 흘려보낸
수많은 별들이
하나 둘씩 쏟아져내려와
푸른 넝쿨 위에 앉아 속살거린다.
달뜬 그믐밤
왕벌의 유혹도 잉태의 꿈도
어둠이라야 자릴 펼 수 있는
수줍은 미색,
초록의 치마자락 속에
질펀한 정사를 꿈꾸며
여름내 감춰온 속살 드러내어
성급한 온기라도 좋으니
허연 달덩이 같은 갓난 아이 한 번
안아볼 수 있는 그런 사랑 하자고
그늘속에 하얀 꽃잎 마구 뿌려
이부자릴 편다.
시렁위 보리밥 담아 하루 끼니 잇는
반쪽 말라비틀어진 것이어도 좋고
뒤주 속 연명거리 떠내는
볼품없는 작은 것이어도 좋으니
바스락이며 마른 꽃잎 부서져
나뒹굴어도 싫지 않을 삶
달그락 달그락일 때마다 튀어나오는
향기 깊은 삶의 싯귀들을 위한
아랫배 볼록하고 젖가슴 푸른 힘줘
돌담 타고 넝쿨로 번성하더니
구름 한자락 잡아 굴뚝에 연기 피워
수재비 끓이는 가난한 이들의
여린 속살 입맛 돋우어내는
조롱박으로 여물려
서리 내리기 직전
퇴색한 꽃잎 떨어진 배꼽마다
꽃으로 피던 마냥 시절을
아픔없이 스스로 아물려 가는
오롯한 생의 마감을 위한
지혜도 지녔음을 알겠더라.(07.07,10)
지난해 대표작으로 내놓았던 박꽃시를 음미하면서, 여름내 무언가를 그리워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것은 어쩌면 박꽃 때문인지도 모르리라.
언제 부터인가 내 눈 앞에서 귀한 꽃이 되어버린 박꽃, 난 그 꽃을 찾아 이 여름이
다가도록 그리움의 언덕을 넘고 산을 넘는지도 모를 일이다.
꽃에 취하고 박꽃을 그리워 하는 사이 은하수 차있는 곳에서 빨리 오라 손짓을 하기에
박꽃 생각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에어컨 수리가 되었는가 하고 달려가 보았더니만..
.....ㅎ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느냐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 하고, 차만 굴러서 완도까지 무사히
도착 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줄 것을 간절히 원하면서, 땀 흘리는 것쯤이야 정상을
오를 때 흐르는 것쯤으로 생각 하기로 하고.....
그런데 일행중엔 초등 저학년 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자리를 함께 하였음에도 불구
하고 불만의 소리 한 번 나오지 않고 조용하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늘이 도와 비라도 내려주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7시간의 긴 시간을 어찌 찜
통속에 견디어 내었을 것인지, 모두모두 감사한 일들 뿐이었다.
대단한 인내심과 제주도를 열망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별탈 없이 완도에 2시 30분경 도
착, 준비 되어있는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는 비를 맞으며 겨우 3시 30분발 제주행 카페
리 1호선에 승선, 일단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내일의 산행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배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설레이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어젯밤 아침에 늦을까봐 걱정이 앞서서 였을까, 통 밤잠을
못이뤘던 탓인지 아니면 완도까지 오는 동안의 무더위 때문이었는지 배안의 넓은 공간
을 보니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왔다. 다른 일행들 술한잔 하느니 하면서 밖으로 나
가고들 비어있는 사이 긴 자리 펴고 깊은 잠에 취하였었나 보다.
제주도 다왔으니 일어나라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니 배를 제주항에 대고 있었다.
드디어 제주도에 발을 내려 딛고 사진 한 장 찍어달라 하는 주희님 요청을 받아들여 한 컷
하고는 부둣가에 대기중인 제주관광버스에 올랐다.
첫댓글 참 좋군요. 지금까지 나는 하얀 꽃만 피였을 때 그 길을 걸었는데... 10월에 가면 또 다른 꽃이 기다리겠지요...! 수고많으셨습니다.
여름산행이 무더위 때문에 여러시간 하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만, 막상 산을 오르며 악조건과 맞부딪혀 보면 할만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대신 안전산행을 위하여 컨디션 조절이나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되겠지만......막상 여름내 산을 즐기다보니 어느 해 보다도 지루하지 않은 여름을 보낸 듯 싶어 가슴 뿌듯함이 앞섭니다. 뜻이 깊은 한 여름이기도 하고요.....10월쯤엔 글쎄요 단풍이 좀 들어줄라나, 따뜻한 고장이라...기온이 낮은 정상쪽엔 단풍들 나무들이 없는 것 같고,산 아래 단풍이 들려면 언제쯤에나 가능할런지? 벌써 나무열매들이 붉게 익어가고 있더만,
그 때쯤엔 산열매들이 붉은 자태를 뽐내며 가을볕에 빛을 발하고 있지 않을까요? 날씨도 선선한 것이 한결 산행길이 부드러울 듯 하여이다. 하늘도 푸른 기를 한층 더할 것이고요......이렇게 먼 길 달려내려와 고운 발자취까지 남겨주시고요, 감사드립니다. 늘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라면서.....
일본과의 야구 승리감에 만족하며..편히 앉아 제주여행을 합니다..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두루두루 기쁜 일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좋은 글과 사진에 함께하진 못해도 함께 다녀온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 산타랴, 사진 찍으랴 바쁠텐데 언제 이렇게 하나하나 기억하셧다 좋은 글 남기시는 지 부럽습니다 .. 제주도와 마라도구경 잘 하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이렇게 찾아주시는 님들이 계시기에 사진찍고 머릿속에 메모리 하는 것쯤 하나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 즐거움으로 힘든 산행길 오르는지도 모르겠구요. 긴 글 읽어주시고 이렇게 고운 흔적 남겨주시는 님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질 뿐이지요.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주신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먼 곳까지 달려내려와 댓글까지 주시고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ㅎ, 소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상쾌한 초가을날, 늘 즐거움이 함께 하시는 나날이시길 바라겠습니다.
한라산 등반은 재미없다고 들해서 피했는데 담에 한라산등반있음 꼭 가보렵니다 너무도 생생한 산행기감사드립니다 담에 산에서 꼭뵙기를바라며...건강하세요
생기발랄하고 이쁜 모습들을 자주 좀 뵙기를 원하였더니만 이렇게 저렇게 빗나가버리고 언제쯤에나 만나지려는지?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제주도 산행이 겨울 산행들을 즐기시기에 저도 좀 미뤄왔던 일이었는데 전혀 생각 밖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함께 하셨던 분들도 겨울산행이 눈꽃 한가지를 즐기는 것에 비하여 너무나도 많은 것을 보고 즐거웠다고들 하시더이다. 돌밭길이라 눈길을 걷는 것보다는 좀 더 힘이 들기는 하나 땀 흘린만큼의 보람을 가져 오는 것 같더이다. 이번에는 운이 따라주었기에 한라산 등반과 마라도 관광을 최고의 만족감으로 즐기는 기회가 되었더이다. 10월에 또 한번 제주산행이 있을 예정이라니
그 때쯤엔 산열매도 풍성하고 청명한 하늘을 여는 날이 많을 것이니 가을 바람과 함께 한라산의 정취를 느껴보심도 좋을 듯 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다녀오시라 권하고 싶네요. 이렇게라도 소식 안겨주시니 참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산행을 하다보면 또다시 산에서 뵙게 되겠죠. 늘 고운 모습으로 지내시구요 또 뵈어요.
안녕 하십니까 진즉에 답글이라두 달아드려야 했지만 아직 뵈지도 못한 대감이라서 이리늦게라도 박꽃향기님의 한라산 산행 200% 즐기기에 멋없는 대감 흔적 남김니다 너무도 글의조화가 아름답고 수없이 한라산 올라지만 박꽃향기님의 산행기을 읽고나니 대감 마음속에 한라산이 그려집니다 우리나라 남쪽에서 제일높은곳 아주멋지고 아름다운 한라산 그리고 최남쪽 마라도 아주멋진 제주도 님의후기에 만족을 배로 느기고 갑니다 늘건강하시고 좋은날 이어가시고 은제가는 상봉하리라믿습니다 그대는 반가운 마음으로 멋없는대감이 인사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 내어 일요산행에도 한 번 나서보리다. 늘 즐거움이 함께 하시길 바라면서.....
감사합니다 10월에 한라산...시간나면 꼭 가볼께요^^
네 고맙습네다
신혼여행때 갸보고 아직까지 ...... 그립습니다 제주도 , 일출봉,, 용두암 ,중문단지.......박꽃 향기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글귀와함께 제가 같이 그 길을 가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 역시 사실에 입각한 충실한 내용의 마음을 전덜한 글 이란 이렇게 사람 마음을 감동 시키는 건가 봅니다 . 감사합니다 .글~~구 마니 마니 행복 하세요 ㅎ
산행길에 다시 만나지려는가 했더니 혹 지가 뵙고도 못알아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산행길에 함께 할 일 있음 아는 체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한 일이지요. 이렇게라도 찾아주시어 소식을 주시니, 늘 고마운 마음입네다. 좋은 일로 즐거운 나날이시다가 산행길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기대하면서......행복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