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더위에 질릴 때면 꽃을 찾아, 그것도 물위에 핀 꽃, 연꽃을
찾아서 떠나보자. 푸른 연잎에 둘러싸여 한 점 두 점 고고히 솟은 아담한
연꽃송이를 보고 있으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한 줄기 청신한 바람이
스며든다. 고아한 그 자태도 자태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리라. 진흙수렁 속에서 청정하게 꽃을 피어 올리는 연꽃의
생태에 대한 우러름 같은….
6월말쯤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는 연꽃은 8월말에서 9월 초순경이면
전국의 크고 작은 연못에서 활짝 아름다운 꽃송이를 터트린다. 충남 아산
인취사와 김제 청운사의 연꽃들은 8월초 한창이고, 전남 무안의 회산지를
위시해 전북 전주의 덕진공원, 정읍 피향정은 9월초까지 연못을 뒤덮는
소담스런 연꽃들이 시인묵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특히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회산지는 10여만 평의 드넓은 저수지를
가득 채운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해마다 이곳에선 연꽃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8월 14∼17일까지 개최된다. 하지만 혹여, 연꽃 축제 기간과
어긋난다고 해도 아쉬워할 것은 없다. 오히려 제대로 구경하려면 축제기간이
끝난 다음에 찾는 것이 요령이다. 몰려드는 인파의 행렬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저수지를 꽉 메운 연꽃의 활짝 핀 대장관과 마주할 수 있어서다.
이곳 회산지 연꽃은 8월말에서 9월초에 피크를 이룬다.
무안 회산지의 연꽃바다와 마주하면 도대체 이 연꽃을 누가 왜 가꾸었나,
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6·25직후 이곳 주민 정수동(작고) 씨가
아들이 주워온 연줄기 12개를 가지고 키워낸, 기적 같은 연꽃 서식지다.
이곳에는 특히 불교에서 중시하는 백련이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백련은
홍련에 비해 꽃송이는 작지만 흔치 않아 귀히 여기는 꽃이다. 홍련처럼
화려하진 않으나 소담스런 꽃송이는 고아한 정취를 풍긴다.
연(蓮)은 연못의 진흙바닥에 뿌리를 내린다. 연이 자라면 연못물은
절로 맑아지는데, 연뿌리가 물을 정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진흙 수렁에서 피어나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게 피는 연꽃의 생태(生態)를,
마치 오탁악세(五濁惡世)에 살지만 번뇌에서 해탈(解脫)하여 청정한 닐바나(涅槃)의
경지를 지향하고자 하는 불교의 이상에 비유하여 일찍이 불교의 상징으로
삼았다.
서역에서 들어온 연은 열대 아시아가 원산으로, 뿌리는 마디가 있는
둥근 막대모양이고, 옆으로 길게 뻗어있다. 잎줄기가 부채살처럼 퍼져
있는 연녹색의 크고 둥근 잎(40cm 정도)이 뿌리줄기에서 나와 물위에서
자라는데 물에 젖지 않는 게 특징. 또한 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7~8월
사이에 피는데 한 꽃대에 한 송이만 핀다. 꽃 속에 원추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녹색 연밥(꽃받기;花托)이 있고 윗면에 구멍이 있으며 그 안에
2cm 정도의 타원형 씨가 있으며 10월경에 익는다. 연씨는 수명이
길어서 3,000년이 지나도 싹을 틔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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