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運(국운)이란 것, 360 년 순환의 관점에서 #2 2014.9.23

[야전사령관]

國運(국운)이란 것, 360 년 순환의 관점에서 #2    2014.9.23

앞의 글에서 국운 제3기가 지나친 대외팽창과 그것이 자칫 제국주의적 확장으로 갈 경우 그 뒤탈이 염려된다는 말을 했다.  

2024 년부터 시작되는 우리 국운의 제3기는 우리의 역동성이 그야말로 거침없이 외부로 뻗어가는 시기가 될 것이라 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감의 과잉이 불러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과잉된 자신감과 과시적 행동은 반드시 그 이면에 심리적 콤플렉스와 열등감이 숨겨져 있다. 국운의 제1기와 제2기에 존재했던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어쩌다 기세를 타게 되면 과잉 자신감과 과시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잠깐 자존심이란 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자존심이란 弱者(약자)의 것이다. 가지지 못한 자와 힘이 없는 자가 현실을 견뎌나가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힘이 바로 자존심이다.

물론 强者(강자)에게도 당연히 자존심이 있지만, 그것을 구태여 밖으로 내보일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강자가 자존심을 내세우면 그 자는 사실 강자라 하기엔 그렇다.  

강한 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너그러움이라 하겠고 양보하고 겸양하는 마음이라 하겠다.

강한 자를 욕보이면 다치거나 손해를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약자를 욕보이면 약자가 다친다, 약한 자가 상처를 입으면 당장은 아무 탈이 없어도  훗날의  보복은 세월의 利子(이자)까지 붙어서 되돌아오니 두려운 것이다.

그러니 약자에겐 자존심을 세워 주어야 하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1825-1885 년 사이의 60 년간이 국운의 제2기였다. 이 기간 중의 대표적인 사건은 메이지 유신이었다. 그리고 페리 제독의 으름장에 눌려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미국을 필두로 서구 열강들과 체결한 조약이 불평등조약이란 사실을 곧 알게 되었고, 깊은 열등감을 느꼈다. 동시에 일본은 서구 열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엄청난 열정을 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871년, 메이지 4년에 파견된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이었다.

이와쿠라 도모미와 세 명의 부특명 전권대사, 그리고 행정가와 학자들까지 해서 모두 48명의 일행이었고 그때 함께 데려간 유학생 60명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한 뒤 일본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들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미국 수도 워싱턴을 거쳐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러시아, 프로이센,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를 여행한 뒤 귀로에 이집트, 아덴, 실론, 싱가포르, 사이공, 홍콩, 상하이를 방문했다. 근 2년간의 여행이었다.

이와쿠라 사절단 일행은 조국의 조속한 근대화를 위해 업무를 분담해서 서구의 모든 것, 교육과 과학기술, 문화, 군사, 사회와 경제에 관한 실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해왔다.

이와쿠라 일행은 그 과정에서 미국과 서구 각국으로부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실로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통감했던 것이다.

이에 이와쿠라 자신 또한 일본인의 혼이라고 생각하여 자르기를 거절했던 상투까지 미국 방문 중에 잘라버리고 말았다. 다시 말해서 메이지 유신기의 일본 지도자들은 비록 몸은 동양인이었지만, 정신은 철저하게 근대화된 서구인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이와쿠라 사절단에 대해서는 한림신서 일본학 총서 #83 ‘메이지 유신과 서양문명’이란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독자는 찾아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

서구화에 대해 일부 저항이 없진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일본인 전체가 근대화된 서구인이 되고자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결코 편안하게 진행되었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종교적 개종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모든 것을 서구화와 근대화로의 改宗(개종)을 시도했던 일본인들이기에 그로서 받은 자존심의 상처와 굴욕감 또한 실로 대단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 상처받은 자존심은 뒤이어 일본 국운의 제3기, 1885-1945 년간의 이른바 ‘군국주의’ 시절에 이른바 ‘大和魂(대화혼)’이란 이름 아래 거칠고 여과 없이 표출되었다는 것이 나 호호당의 생각이다.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지만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미국 국운의 제2기는 1833-1893 년간으로서 남북전쟁에 이어 서부로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었던 시대였다. 당시 미국인들은 그들의 모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 당시 대영제국에 대해 상당한 열등감을 간직하고 있었다.  

‘소공자(Little Lord Fauntleroy)’란 소설이 있다. ‘소공녀’, ‘비밀의 화원’ 등을 쓴 프랜시스 버넷이란 미국 여성작가의 소설이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분도 많을 것이다.  

시대배경은 1880 년대 중반이다. 미국 뉴욕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던 가난한 소년 세드릭은 어느 날 찾아온 영국인 변호사로부터 자신이 영국 백작가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세드릭은 엄마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백작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지만, 미국인을 경멸하는 할아버지에 의해 엄마는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인근에 따로 살아야 했다.

이에 세드릭은 좋은 품성으로 완고한 할아버지를 감동시키게 되고 마침내 할아버지는 세드릭의 엄마를 정식 며느리로서 인정하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되는 해피엔딩이다.

소설 속에서 영국의 늙은 백작은 미국이란 나라를 오만 잡것들이 좀 살아보고자 건너간 땅이며, 그곳에 사는 미국인들은 여전히 교양 없는 천한 것들로  여기고 있다.

당시 미국은 한창 철도를 부설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은 각주의 정부가 주로 영국의 은행들로부터 차관의 형식으로 충당했다. 그런데 툭 하면 많은 주정부들이 원리금을 갚지 않고 부도선언 즉 디폴트를 선언하곤 했다.

당시 미국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열강제국들에게 있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신용불량의 국가였던 셈이다.

그러니 소공자에서 주인공의 할아버지 백작이 미국인 며느리를 괄시하고 천대하는 장면은 무척 설득력이 있다. 반대로 미국인들은 열등감과 굴욕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1893-1953 년간의 미국 국운 제3기에 들어 미국은 일약 세계권력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에서 소련과 더불어 승리의 주축 멤버가 되었고 이윽고 달러를 전 세계의 기축 통화로 만들었다.

미국 역시 여타 열강들과 유사하게 막무가내의 제국주의적 행동을 무수히 보여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이나 독일과는 달리 영토적 야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착한 영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이나 독일은 국운의 제3기에 강한 제국주의적 성향과 함께 영토에 대한 야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미국과 소련에게 패배하면서 그간의 모든 행위는 정당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독일과 일본은 결국 敗者(패자)가 되었기에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有口無言(유구무언)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최근 아베 정부가 이 점에 대해 볼멘소리로 뭐라 중얼거리고 있기는 하다.)

국운 제2기에 받았던 정신적 상처와 굴욕감이 국운 제3기에 들어 탄력을 받게 되자 지나치게 오만불손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것이 결국 패망으로 귀결되었던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니 거대한 역사의 이면에 놓여있는 본질적
맥락이라 하겠다.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2024 년부터 시작되는 우리 국운의 제3기에 우리 또한 그간의 열등감이 지나친 팽창과 자기과시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점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한다.

분명 2024-2084 년간의 우리 국운 제3기는 놀라운 발전과 팽창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는 것일까? 이 좁은 한반도에 갇혀있는 우리라고만 여긴다면 그건 착각이다.

멀지 않은 시점에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서 통일의 문이 열릴 것이고, 이전에도 말한 바 있듯이 북한체제는 동북아시아의 한 가운데에 알을 박아놓은 형국이란 말을 했듯이 통일과 함께 우리의 기운은 만주로 몽골, 러시아로 그리고 베트남 등지로 거침없이 뻗어나갈 것이라 본다.

물론 그리고 당연히 우리에게 남북한의 통일은 실로 엄청나고도 多大(다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우리 국가의 재정 역시 사정이 그리 녹록한 편이 아니다. 재정적자에 찌들대로 찌든 서구 국가들이나 일본에 비해서 양호하다는 것이지 결코 만만치 않은 실정에 우리는 이미 처해있다.

그런 마당에 북한이 덜커덕 하고 무너지면 그 순간부터 엄청난 돈을 퍼붓기 시작해야 할 터인데 장차 그 부담은 실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대한민국은 통일에 따른 엄청난 偶發債務(우발채무)를 지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이다.

우발채무, 당장의 빚은 아니지만 장래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불확정한 채무인데 북한 붕괴와 남북한의 통일은 시기의 문제일 뿐 이미 확정적 채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남북한 통일과 그에 따른 재정수요가 30 년에 걸쳐 최소한 3 조 달러 정도는 들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나라 1년 GDP의 근 3배는 된다는 생각이다.

재원 조달 방법은 우리 자력이 아니라 결국 국채를 발행해서 해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자지불만 해도 실로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고.

오늘 아침 공무원 연금 개혁이 이슈였다. 수령액을 줄이겠다니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일단 실력행사에 나선 공무원 노조 때문에 토론회는 열리지도 못했다고 한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저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정부가 참 용감하기도 하지, 선진화법으로 국회가 마비된 상태에서 저런 일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참 嘉尙(가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런 거 미리 준비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보다는 그저 늦추어지다가 어느 날 남북한 통일 프로세스가 시작되면 한 방에 해결될 수밖에 없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글이 길어졌다. 이번에는 분량을 따지지 않고 그냥 속에 있는 말들을 편하게 털어놓을 생각이다.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

[출처]<a href='http://www.hohodang.com/?bbs/view.php?id=free_style&amp;no=1235' target='_blank'>호호당 블로그</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