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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03
S#1. 마당 / 밤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대문에서 들어오는 자영. 승재가 뽀뽀한 볼을 한번 만져본다. 입가에 웃음이 돌고...
지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등뒤에서 신희 목소리가 들린다.
신희(E) : 잠깐 나 좀 볼래?
자영 : (뒤돌아보면)
신희 : (같쟎다는 미소로 자영을 보며) 방금 쟤 누구야? 남자친구니?
자영 : (어떻게 봤지? 뽀뽀한 것도 봤나 싶고...)
신희 : 뭐하는 애야? 재수생처럼 보이진 않던데... 대학생처럼은 더더욱 안보이고.
자영 : (기분 상한다. 내가 만나는 남자까지 무시하려는 신희의 태도가 무척 맘에 안들고) ...할말이 뭐야?
신희 : 아니 뭐 니가 날건달을 만나건 양야치를 만나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닌데.. 밤늦게 들어오면서 누가 보건말건 껴안고 더듬고
그렇게 지저분한 행동을 하고 싶니? (맵게 내뱉는) 그것도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자영 : ...뭐?
신희 : 누가 지나가다가 나로 오해 할 수도 있쟎아? 우리 아버지 이름도 있는데 지저분한 소문이라도 나면 니가 책임질꺼야?
자영 : ...
신희 : 앞으론 행동 좀 조심해 줘. (현관으로 올라간다)
자영 :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하고)
S#2. 자영 방 / 밤
들어와 가방을 방바닥에 탁 던지는 자영. 분함이 삭여지지가 않는다...
(E) : 전화벨
자영 : ... (전화벨 소리를 여러차례 듣고도 분에 겨워 가만히 서있고... )
S#3. 지하층 마루 / 밤
마루로 나와 전화받는 자영.
자영 : 여보세요... (표정이 풀린다) 네에...어디야? 벌써 도착했어요?
S#4. 승재네 동네 구멍가게 앞 / 밤
가게옆에 딸린 공중전화에 서있는 승재.
승재 : 아니...목소리 한번 더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늦었다고혼나진 않았구? ...
자영(F) : 아뇨...
승재 : 목소리가 혼난것 같은데...
자영(F) : 아녜요..
승재 : 그럼 잘 자. 이불 잘 덮구. 바람이 아직 쌀쌀하다.
S#5. 지하층 마루 / 밤
자영 : 조심해서 들어가요...네. ...잘자구... 응...먼저 끓어요. 빨리 먼저 끓어... 그럼 하나 둘 셋 하면서 끓기.
S#6. 승재네 동네 구멍가게 앞 / 밤
승재 : 좋아...하나, 두울... 둘반...둘반의 반...
자영(F) : (웃으며) 그런게 어딨어?
승재 : 알았어. 다시...하나...두울...
S#7. 지하층 마루 / 밤
자영 : 셋! ... (하고 가만히 있다) ...
S#8. 승재네 동네 구멍가게 앞 / 밤
승재 : (미소머금은 채 가만히 있고) ...
S#9. 지하층 마루 / 밤
자영 : (웃으며) 어우 뭐야...왜 안끓어... 알았어요... 먼저 끓을께...잘자요... 안녕.
전화끓는 자영. 미소짓는다. 아까의 기분나쁜 감정은 잠시 잊혀진듯...
S#10. 운전면허 필기시험장 / 낮
필기시험중인 수험생들. 신희도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
수성싸인펜으로 열심히 답안지를 메꾸는데 2번에 펜을 댔다가 다시 3번으로 갔다가 헷갈리는 표정...
종 치고 시험관, 시험지를 걷어간다...
수험생들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있고.
시험관, 앞에 서있다.
시험관 : 자, 수고많으셨습니다. 오늘 필기에 함격하신 분들은 바로 코스시험을 보시고, 거기서 또 합격하신 분들은 바로
주행시험을 보시고 합격증을 받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신희 : (기대되면서도 좀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시험관 : 그럼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 보통 2종은 70점 이상이면 합격 이십니다.
전광판에 점수가 쫙 들어오기 시작한다. 신희, 자기번호를 찾아본다. 62점.
신희 : ...
S#11. 지하층 / 밤
식탁에 앉아 라면먹는 자영과 영철.
자영 : 역시 오빠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어.
영철 : 내가 운전병으로 12개월, 취사반에서 12개월을 허트루 보낸게 아니라니까.
자영 모, 킥킥 웃으며 들어선다.
자영과 영철 엄마를 보면,
엄마 : 얘,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책 한번 보면 누구나 다 붙는다며?
영철 : 웬만한 돌 아니면 다 붙죠. 왜요?
엄마 : 신희 걔, 오늘 본 필기시험에서두 떨어졌대드라. 뿔따구가 이만큼 나서 퉁퉁거리는걸보구 사모님이 운전면허 필기시험까지
떨어진다구 한마디 하시는데 내가 대놓구 웃을순 없구...얘, 걔는 우 리 자영이한테 큰절을 해야지.
자영이 아니었으면 걔가 어디 그좋은 대학 문턱이나 밟아 보겠니?
영철 : ...그 댓가로 우린 아파트를 받았쟎아요. 나두 풀려났구요.
자영 : ...
엄마 : (할말없고) ...어떻게된게 너는 그냥 말끝마다...그나저나 주식 좀 알아보고 있는거니?
영철 : 증권회사 다니는 친구도 만나보고 다 잘하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엄마 : 사채주기엔 불안하고 은행은 이자가 너무 싸고...주식두 잘하면 돈을 번대요.
영철 : 글쎄 걱정마세요. 전세금 받은거 두배로 부풀려서 갖다드릴께요. 아니 자영이한테 줄께요.
자영 : ...
S#12. 마당 / 낮
훌라우프하고 있는 신희.
자영, 예쁘게 머리빗고 승재가 사준 스웨터를 입고 지하층에서 나온다.
자영, 신희 본척도 안하고 대문으로 가는데.
신희 : 토요일이라고 데이트 가나부지?
자영 : ...
신희 : 또 그 양아치같은 애 만나러 가니? 오늘은 작별인사를 우리집대문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해줬음 좋겠어.
자영 : (대문으로 가다가 문득 뒤돌아서) 참!
신희 : ?
자영 : 너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두 떨어졌다며?
신희 : !!
자영 : 설마 그 시험까지 나한테 봐달라는건 아니겠지? (대문을 닫고 나간다)
신희 : ...(내 약점을 건드리다니...열받는다. 분해서 한동안 어쩔줄모르다 훌라우프를 냅다 팽개친다)
S#13. 카페 / 낮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놓인 카페다.
승재와 자영, 한 테이블에 앉아있다.
승재, 선물을 내민다.
자영 : ??
승재 : 풀어봐! 선물이야.
자영 : ...
승재 : 어서...
자영, 포장을 풀면 삐삐가 나온다.
자영, 얼굴이 환해지며.
자영 : (기뻐) 어머...삐삐네...
승재 : 둘둘공에 천사!(220-1004) 번호두 좋지? 이 번호 얻어내느라고 내가 대리점을 수만번 들락거렸다.
자영 : ...(너무 좋고 기뻐) ...너무 고마워요...
승재 : 일단 비밀번호는 일공공사로 해놨어. 그게 뭔지 알지?
자영 : 천사쟎아요. 이 삐삐번호 끝자리.
승재 : 10월 4일. 작년에 우리 처음 만난날...
자영 : (그런것까지 기억하고 있었구나) ...
종업원, 콜라 두 잔을 테이블로 가져온다.
승재 :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
자영, 콜라를 한입 마시고
삐삐를 이리저리보고 눌러보며 좋아한다.
(E) : 삐삐음
자영, 갸우뚱하며 삐삐를 눌러본다. 음성메세지다.
테이블의 전화를 들어 메세지를 확인하면,
승재(E) : 자영아, 나야. 너 오늘 너무 이쁘다. 그래서... (쑥스러운듯 웃고) 그리구 니 삐삐에 메세지를 남기는 첫번째 남자가
되고 싶어서... 아... 이거 되게 쑥스럽다야... 끓을께...
자영 : (빙그레 미소)
카페 공중전화 옆에서 자영을 쳐다보던 승재, 자리로 돌아온다.
자영 : 나 방금 메세지 받았다.
승재 : 벌써?
자영 : 응.
승재 : 누구한테 온거야?
자영 : 비밀!
승재, 자영 마주보며 웃고.
S#14. 일산 호수공원 / 낮
승재와 자영의 데이트 스케치.
자전거타는 자영과 승재.
신나게 타다가 자영이 어어어... 하며 넘어진다.
승재가 후다닥 달려가 일으켜 세워준다.
다친데 없나 묻고 옷을 털어주는 승재에게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승재를 말없이 바라보는 자영...
화장실 앞에서 자영을 기다려주는 숭재.
자영이 손을 털며 나오자 승재, 바지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준다. 손시렵지... 하며 자기 점퍼속에 자영의 손을 넣어주고.
공원매점에서 사발면과 김밥을 먹는 두 사람.
초라한 데이트지만 두 사람 웃음에서 행복이 묻어나온다.
S#15. 공원 일각 / 노을녘
천천히 걷고 있는 자영과 승재.
승재 : ...나, 사실은 되게 없는 집 아들이야.
자영 : ...
승재 : 뭐 맨날 좋은것도 못사주고 벌써 느꼈겠지만...
자영 : 괜챦아요... 누가 뭐 그런거 사달랬나...
승재 : 나 공부 참 잘했는데 집안 사정땜에 공고를 갔어... 그래두 대학은 포기를 못하겠더라구. 그래서 장학금을 받고
들어갈데가 없을까...해서 체육학과에 시험을 봤지. 내가 원래 운동엔 소질이 있었거든. 일단 그렇게 입학금을 해결했구
부전공으론 경영학을 하는데 아르바이트해서 공부를 하다보니까 휴학하고 또 복학하고...
자영 : ...
승재 : 그래두, 난 내가 초라하다고 생각해본적 없어. 난 항상 10년후, 20년후를 바라보면서 살거든.
자영 : 오빤 앞으로 꿈이 뭔데요?
승재 :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마케팅쪽에서 일하고 싶어. 그러다 나중에 내 꿈은 회사를 경영하는거야.
왜 외국에보면 다 쓰러져가는회사를 인수해서 크게 키운 기업인들 많쟎아.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
자영 : 꼭 할 수 있을꺼예요.
승재 : 응, 꼭 해낼꺼야.
두 사람 걸어간다.
승재, 자영의 손을 잡는다. 자영, 멈칫하지만 손을 빼진 않는다.
승재, 자영의 손을 꼭 잡은채 걷는다.
자영, 이 순간이 따뜻하고 행복하다.
노을속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실루엣 아름답고.
S#16. 동네 / 밤
차를 타고 무선주고 받으며 순찰을 도는 승재. 가로등 앞에 자영이 서있다. 지나가는 승재의 차를 향해 손흔든다.
승재의 차, 자영에게 가 선다.
자영 문 열고 사과와 가슴속에 따뜻하게 품고 있던 캔 커피를 꺼내서 준다.
승재, 자영에게 건네받으며 자영의 손을 꽉 잡고 놓지않는다.
무선(F) : 12호! 즉시 포스트로 이동하라!
자영, 손을 빼고 문을 닫는다.
승재, 손을 흔들고 차를 출발시킨다.
자영, 아쉬운 마음...
승재의 차, 멀어진다. 백미러로 보이는 자영, 계속 손 흔들며 서있다.
S#17. 햄버거집 / 낮
재수학원 앞의 햄버거집이다.
학원 단과반 클래스 시간표를 보며 앉아있는 학생들, 책보고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쓰레기통 옆에서서 시원스레 걸레질을 하며 오고가는 손님들에게 싹싹하게 인사하는 은실.
은실 : 어서오세요...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며) 예, 손님 저한테 주세요.
자영, 들어온다. 은실, 자영을 본다.
창가로 가 앉는 자영을 보고 순간 반가움에 아는척하려하나
2부 고사장에서 자신을 외면하던 자영의 얼굴이 떠오른다. 은실, 못본척한다.
은실 : (손님들한테 인사만) 예, 어서오세요...
자영,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치나 자꾸 시계를 보고 삐삐를 확인하고...
책은 건성으로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겼다...
공중전화로 다가가는 자영.
전화 앞으로 와 대걸레질을 하던 은실과 맞닥뜨린다.
은실 : !!
자영 : !!
은실 : ... 혹시...
자영 : 은실아...!!
S#18. 햄버거집 일각 / 낮
자영, 유니폼을 벗은 은실과 마주 앉아있다.
은실 : 아... 바로 이 앞 학원엘 다니는구나... 앞으로 자주 보겠다얘.
자영 : 응, 넌?
은실 : 난 야간 간호전문대 다녀. 수업이 저녁이라서 낮에는 아르바이트하구...
자영 : 목소리 갈라지는건 여전하구나.
은실 : 그래두 중3 때까진 괜챦았어. 고1겨울방학때 완전히 가버렸지.
자영 : 왜?
은실 : 방학내내 농구장에서 (고함치는) 현주엽 화이팅! 우지원 화이팅! 잘 생긴 애들 다 화이팅! 이러구 살았거든.
자영 : (깔깔웃고) 하나두 안변했다, 너...
은실 : 지금 어디살어?
자영 : 응...구기동에서...고1때부터 지금 사는 집에서 살고 있어...
은실 : 아버진 아직 회사에서 통근버스 모시니? ...
자영 : 아니...요즘은 다른 일하셔...너 기억력 참 좋다.
은실 : 야, 내가 공부는 못했어두 사소한 기억력 하나는 병적으로 좋은 애쟎아. 너네 오빤 아직두 그렇게 흥분 잘하니?
(변강쇠 흉내로) 아니 뭐야. 얘들이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자영 : (깔깔 웃으며) 여전하지 뭐...
은실 : 재수하기 힘들지...
자영 : 뭐 그냥...
은실 : ...사실 나, 대입시날 너 닮은 애 봤다.
자영 : ...
은실 : 넌 줄 알고 가서 말시켰는데...수험표 이름이 이신희더라.
자영 : (표정 어두워져 말없이 가만히 있다) ...
은실 : ... (별로 얘기하고 싶지않구나...일부러 화제를 돌린다) 아, 근데 니가 기다린다는 친구는 왜 이렇게 안오냐?
자영 : 은실아.
은실 : 응?
자영 : ...그때... 나 맞어.
은실 : !!!
자영 : ... 그때 얘긴 나중에... 아주 아주 나중에 해줄께.
은실 : (고개 끄덕끄덕) ... 하고 싶지 않음 안해두 돼.
승재, 막 뛰어온듯 숨이 차 약간 상기되어 들어온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자영을 보고 다가온다.
승재 : 많이 기다렸지...미안해...
은실 : (감탄) 와... 잘 생겼다아...
승재 : (은실보고) ??
S#19. 신희 방 / 낮
신희, 통화중이다.
신희 : 어, 오빠. 나야, 신희. 지금 어디야?
S#20. 갤러리 / 낮
현우 한쪽에서 핸드폰으로 통화중이고
현우모는 큐레이터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중이다. 젊은 화가들의 기획전에 관한 이야기.
현우 : 어, 나 지금 어머니 화랑에 나와있어. 무슨 일이야?
신희 : 토요일인데 약속두 없구...오빠한테 맛있는거나 사달랠까해서... 오빠 오늘 바뻐?
현우 : 아니 뭐 별로...
신희 : 그럼 나 저녁사주라, 오빠. 내가 갤러리로 갈께.
현우 : 그래? 뭐 먹고 싶은데?
신희 : 아무거나 다 좋아.
현우 : 아, 그럼 잘됐다. 내가 아주 맛있는 집 데려갈테니까 그 친구있지, 자영이. 자영이도 데리고 나와라.
S#21. 신희 방 / 낮
신희 : (표정 떨떠름해) 자영일?
현우(F) : 응, 같이 갤러리로 와. 기다릴께...
신희 : (기분 나뻐 전화끓고)
신희 엄마, 들어오며.
신희모 : 얘, 방금 현우였니? 오늘 약속 정했어?
신희 : (신경질) 몰라... 엄마, 자영이네한테 아파트 분명히 줬지?
신희모 : 줬지.
신희 : 그런데 왜 그리 안 나가살고 저렇게 비비대는거야? 나 정말 저집 사람들 속을 모르겠네...
신희모 : 그 아파트는 전세줬대요. 나름대로 아주 머리쓰면서 살더라.
신희 : 엄마, 저 집 좀 내보낼 수 없어? 가서 좀 나가달라 그래.
신희모 : 얘, 아버지가 수시로 편하게 차를 쓰실려구, 일부러 이리 불러들인 건데 누구 맘대로 나가라 마라해.
신희 : 아후...운전기사가 세상에 저 아저씨밖에 없나.
신희모 : ...자영이랑 무슨 일 있었니?
신희 : 걔 나랑 마주칠때마다 은근히 날 깔보는 눈빛이 보여.
신희모 : 그건 니 자격지심이지. 자격지심으로 따지면 자영이가 더할껄.
신희 : 하긴...
신희모 : 현우랑은 만나기로 한거야?
신희 : 몰라. 그 오빠도 기분나뻐 죽겠어... 자영이한테 관심있나? 사사껀껀 자영이 자영이...
신희모 : 얘! 너 아무소리말고 현우한테 잘해. 난 걔 맏사위감으로 너무 탐난다.
신희 : 정말?
신희모 : 겸손하지, 속깊고 성실하지...거기다 알짜배기 재벌이지. 뭘 더 바라니. 현우도 널 좋아하지 않니?
신희 : 좋아...하겠지. 그런데 왜 맨날 자영이 얘기만 꺼내나 몰라.
신희모 : 현우가 자영일 왜 좋아해. 설사 좋아한다한들 너랑 경쟁이 되니? 괜히 쨍알거리지 말고 상냥하게 대해줘.
남자들은 다 어린 애야. 여자하기 나름이다.
신희 : 나 지금 그 집 갤러리에 가는데...아줌마도 있대 지금.
신희모 : 아줌마가 뭐야. 가서 어머니... 이러면서 살갑게 굴어.
신희 : 엄마, 현우오빠네 엄마 뭐 좋아하셔?
S#22. 갤러리 / 낮
장미꽃을 한아름 안고 들어오는 신희.
신희 : ...안녕하셨어요?
현우모 : 어머...이게 누구야...신희 아니야...
신희 : 네...고등학교때 뵙고 못뵀죠.
현우모 : 그러게...이젠 숙녀티가 확 나네... 이뻐졌다...
신희 : (쑥스러운듯 웃으며) 감사합니다... (꽃 내밀며) 이거...
현우모 : 어머 뭐 이런걸... 고마워...
현우 : (신희의 뒤를 본다. 아무도 없자) ???
신희 : 오늘 오빠가 맛있는것 사준대서요...
현우모 : 응, 얘기 들었어. 가서 맛있는거 많이 사달라 그래.
현우 : 혼자 왔어? 자영인?
신희 : 오빠 걔 요새 연애하느라고 엄청 바뻐.
현우모 : ??
S#23. 고급 레스토랑 / 밤
현우, 신희 와인과 함께 스테이크 먹고 있다.
신희 : 정말 걔때문에 챙피해 죽겠어. 밤에 대문앞에서 남자랑 껴안고 뽀뽀하고...
가로등 빛에 훤하니 다 보이는데도 그러구 있더라니까...
현우 : ...
신희 : 남자친구란 애도 완전히 양아치에다 무슨 삼류 제비처럼 생겨가 지고...
현우 : (말끓고) 와인 한잔 더 마실래?
신희 : 응! (하다가) 아니...됐어. 나 술 잘 못마셔 오빠...
현우 : 자영이한테 전해줬니?
신희 : 뭘?
현우 : 그때 내가 준 선물.
신희 : 응? (당황해서 얼버무리는) 아... 그거... 내가 직접주진 않았구 걔네 엄마한테 줬을껄 아마... 걔네 엄마 맨날 우리집에 와서
괜히 막 일해주고 그러거든. 와서 또 여기저기 다 참견하고 얼마나 웃기는데.
현우 : 어른한테 그게 무슨 소리야.
신희 : ...
현우 : 자영이가 별다른 말은 없구?
신희 : 오빠 도대체 왜 그래? 자영이한태 관심있어? 소개시켜줘?
현우 : 신희야. 난 내가 전해달라는 사과의 선물이 잘 갔나 궁금해서물어본거야. 왜 나한테 화를 내지?
신희 : (기분나쁘지만 할말없고) 미안해...
S#24. 거리 / 밤
걷고 있는 신희와 현우.
신희 : 아... 토요일날 오빠 만나니까 좋다. 오빠 알어?
현우 : 뭘?
신희 : 내가 고2때 오빠더러 영화보여달라고 조르니까 오빠가 대학오면 그때 같이 놀아 주마 튕겼쟎아. 그래서 나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줄 알어? 빨리 대학생이 돼서 오빠랑 영화도 보러가고 밥도같이 먹구 그래야지...
현우 : 그랬어?
신희 : 그래. 그런데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두 어쩜 이렇게 보기가 힘드냐... 앞으론 학교에서 자주 점심도 사주고 그래. 알았지?
현우 : ...그래.
현우와 신희, 예쁜 악세사리점 쇼윈도우를 지난다.
신희 : (슬쩍 현우의 팔짱을 끼며) 오빠... 나 저거 사줘.
S#25. 고급 악세사리점 / 밤
멋진 인테리어의 고급스런 액세사리 샵.
머리띠, 귀걸이, 머리핀... 값 나가보이는 물건들이 즐비하다.
신희, 머리띠를 이것저것 하며 거울을 본다.
신희 : 오빠 이게 나? 아님 이게 더 이뻐?
현우 : 다 이뻐.
신희 : 딴 것두 해봐야지.
현우 : (나름대로 이것저것 만지며 머리띠를 골라본다)
신희 : 오빠, 나 정했어. 나 이걸루 할래. 이쁘지?
현우 : 응.
신희 : (거울보고 머리띠 하며) 오빠가 사준거니까 그냥 하고 가야지...
현우, 카운터로 머리띠 하나 들고가며,
현우 : 이건 포장해 주십시오.
신희 : (좋아서) 어? 오빠 난 이거 하나면 되는데...
현우 : 이건 자영이 갖다줘.
신희 : ...
S#26. 좌석버스 / 밤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는 승재와 자영. 손 꼭 잡고 있다.
차창으로 스치는 서울의야경. 두 사람 행복하고...
승재 : 이러구 그냥 바다보러 갔음 좋겠지?
자영 : 응.
승재 : 다음에 꼭 가자. 너 시험 끝나구.
자영 : (고개 끄덕끄덕 미소) ...
S#27. 신희 방 / 밤
문열고 들어오며 머리띠를 뽑아 화장대에다 패대기치는 신희. 가방에서 포장봉투도 꺼내 집어던진다.
침대에 앉아 식식거리는데 정희, 들어온다.
정희 : 언니...자영언니 언제쯤 오는지 알어?
신희 : 걔는 왜?
정희 : 아니 수학문제 모르는게 있어서...
신희 : (화를 버럭) 넌 수학문제 물어볼 애가 걔밖에 없니? 니네반에 그거 하나 물어볼 친구도 없어?
정희 : ... 나가서 무슨 일 있었어?
신희 : ... 엄마는?
정희 : 아빠랑 무슨 저녁모임 있다고 나가셨어...언니 오늘 현우오빠랑 데이트 있었다며?
신희 : (침대에 털썩 누으며) 몰라...
정희 : (화장대위의 머리띠를 본다) 머리띠 샀어? 이쁘다...
(포장 봉투안에 들은것 보고) 어? 야... 우리 언니가 나 줄려구 하나 더 샀구나...
신희 : 가져라.
정희 : 진짜? 언니 이거 정말 나줄려구 산거야?
신희 : (침대에서 발딱 일어나 앉으며) 야, 현우오빠 정말 왜 그러냐?
정희 : 왜?
신희 : 아니 자영이를 데리고 나오라질 않나, 그 머리띠를 사주면서 자영이 갖다주라질 않나... 도대체 왜 그러나 이유를 모르겠어.
그 오빠도 좀 동정심이 넘쳐나는 사람인가봐.
정희 : 동정심?
신희 : 그래 연말연시에 불우이웃 돕기하는 그런 동정심. 야, 빨리 그 머리띠나 들고 사라져.
정희 : 이거 진짜 내가 해도 되나...
신희 : 똑 분질러서 쓰레기통에 쑤셔박던지 하고 다니던지 니맘대루해.
정희 : ...
S#28. 편의점 / 밤
나란히 붙어서서 사발면 먹고있는 승재와 자영의 모습, 유리창으로 보인다.
꼬마김치하나를 가운데 놓고 다정하게 먹는다.
승재 : 자영아...왜 맨날 그 옷만 입어?
자영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준거니까.
승재 : 그게 누군데?
자영 : (진열대에 있는 둘리인형을 가리킨다)
승재 : (껄껄 크게 웃는다)
자영 : (같이 웃고)
S#29. 집 앞 / 밤
자영을 바래다주는 승재.
승재 : 잘 자... (자영얼굴에 살짝 뽀뽀한다)
자영 : (눈을 살짝 감았다 뜨고) ...
승재 : 니 꿈 꿀께...
승재, 손 흔들며 간다.
가다가 뒤돌아보고 가다가 또 뒤돌아서 손흔들고 그렇게 멀어져가고
자영은 아쉬움에 벨도 안누른채 대문 앞에 서있다.
자영, 가만히 서있다가 승재에게 달려간다.
승재 : (인기척에 뒤돌아보면)
자영 : 내가 버스타는데까지 바래다 줄께요.
S#30. 버스정류장 / 밤
손 잡고 서있는 두 사람. 버스가 와서 선다.
자영 : ...잘 가...
승재 : 사람이 너무 많다. 다음꺼 탈래.
버스 떠난다.
자영과 승재, 손잡고 서있다.
승재 : 안 추워?
자영 : 안 추워.
승재 : ... 배 안고파? 떡볶이 사줄까?
자영 : 방금 라면 먹었쟎아.
승재 : 그래두...
텅텅 빈 버스 와서 선다.
자영 : (승재를 본다)
승재 : 형광등 켜져있는 버스는 싫어. 다음꺼 탈래.
자영 : (푸하하...웃고)
승재 : 자영아.
자영 : 응?
승재 :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께. 너 혼자 놔두고 못가겠어. (손 잡아끌면)
지영 : (따라가며 웃는다) 이러다 우리 밤새겠다.
S#31. 승재 방 / 밤
자리에 누워 싱글싱글 웃고 있는 승재.
용석, 이부자리를 깔다가 승재를 보며,
용석 : 참 신기하다야.
승재 : 뭐가?
용석 : 연애하는거랑 뭐랑은 못 숨긴다더니 그말이 널 보니까 꼭 맞어. 누구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니 이상형을 딱 만난거야?
승재 : 솔직히 말해서 내 이상형 타입은 아냐.
용석 : 그럼? 뭐가 맘에 드는데?
승재 : 그냥 뭐 여러가지...
용석 : 우리가게에 한번 데려오라니까.
승재 : 형, 나 지금 누구 사귀는지 알어?
용석 : ??
승재 : 돈두 없고 빽도 없는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집안의 딸이야.
용석 : 재벌 딸이라도 돼?
승재 : 돈뿐 아니라 힘도 있는 집안이야.
용석 : 그런 애랑 사귀고 있단거야 지금?
승재 : 걔 나한테 푹 빠진것 같애.
용석 : 도대체 누군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집안이야?
승재 : 형, 국회의원 이택중 알어?
용석 : 이택중? 당연히 알지. 여당 실세 아냐. 자기 회사도 하나 있고.
승재 : 그 사람 딸이야.
용석 : (놀라) 뭐?
승재 : (눈빛을 불태우는) 형, 난 꼭 출세할꺼야...
S#32. 자영 방 / 밤
노크소리나고 영철 들어온다.
영철 : (들어오며) 자영아... (하는데 아무도 없고) 화장실 갔나?
영철, 두리번 거리다 앉는데 책상에 놓인 모의고사 성적표 보인다.
영철, 무심코 보다가 표정이 굳는다. 성적이 거의 중위권으로 내려와 있는 자영.
자영 : 어? 오빠 왔어?
영철 : ...
자영 : 오빠...중학교때 내 친구 정은실 기억나? 왜 맨날 오빠가 투포환 선수라고 놀리던 애 있쟎아...
은실이를 우연히 만난거 있지. 너무 반갑더라...
영철 : 자영아...
자영 : 응?
영철 : 내가 볼려구 본건 아닌데...이거 니 성적표 맞어?
자영 : ...
영철 : 작년엔 전교에서 5등밖으로 나가본적이 없던 애가 이게 뭐야? 너 요새 무슨 일 있니? ...
자영 : .....
영철 : 너한테 내가 뭐라 그러겠니... 나때문에 이렇게 된걸.
자영 : 아냐, 오빠...
영철 : 자영아...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참어. 올해만 잘 넘기면 이제다 끝나는거야. 나두 이제 다른 일을 시작해볼꺼구,
전세계약도 내년이면 끝나니까 조금만 더 버텨봐...
자영 : 나 괜챦아, 오빠... 너무 걱정하지마...
영철 : 짜식...오빠가 미안하다 임마...
자영 : (승재때문인걸...자기도 미안해서) 아니라니까 그러네...
S#33. 국회사무실 / 낮
전화받고 있는 비서관.
비서관 : 예, 예... 이리루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드리죠. 네.
준엽과 이의원 들어온다.
비서관 : 의원님! 오늘 3시에 나라일보 인터뷰, 기자가 직접 이리로 방문 하겠답니다.
이의원 : 거 잘됐구만.
준엽 : 저 ...신희가 시간이 괜챦으면 오늘 인터뷰때 같이 있으면 좋을것 같은데요.
이의원 : 신희가?
준엽 : 같이 사진을 찍고 하진 않아도 기자가 보기에 늘 대학생 딸과 대화를 한다,
지금 대학가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같이 토론한다...이런 이미지를 주면...
이의원 : 그래? 문비서관은 어때?
비서관 : 제 생각에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의원 : 그럼 당장 신희 불러.
S#34. 네일 샾 / 낮
카페 소파에 눕듯이 기대고 앉아 잡지를 보고 있는 과 친구1, 2.
공부와는 거리가 멀게 생긴, 화장이며 옷차림이 화려한 아이들이다.
미자, 신희의 손톱을 갈고 있다.
미자 : 벌써 수업 끝났어?
신희 : 땡땡이치고 온거야... (뒤돌아 친구들보며) 경민이가 대출은 확실하게 해주겠지?
친구1 : 성대모사의 황제 아니니. 한번에 다섯사람 목소리는 문제없대.
친구2 : 현대와 매스미디어 수업때는 여섯사람 목소리까지 성공했대.
미자 : (목소리를 달리하며 흉내내본다) 이신희...네! 최민정...네! 구영희... 네!
친구1, 2 : (깔깔 웃고)
신희 : 미자야 나 오늘은 아주 새빨간색으로 해줘. 그리구 손톱도 아주길게 붙여줘. 섹시하게...
미자 : 알았어... (후후불며 손톱을 열심히 갈다가) 참 자영이는 어떻게지내니? 걔 아직도 너네 지하에 사니?
신희 : ... (못마땅하다는듯 끄덕끄덕)
미자 : (흑자주빛을 꺼내보이며) 이거 어때?
신희 : 너무 좋아.
(E) : 삐삐음
신희 : (삐삐를 본다. 놀라 눈이 커진다)
S#35. 국회사무실 / 낮
긴장해있는 신희. 짧게 자른 맨 손톱의 손, 가지런히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기자와 인터뷰중인 이의원.
옆에선 준엽과 비서관,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려는듯 같이 웃고 얘기하고...
기자 : 따님이 자주 사무실에 놀러오나요?
이의원 : 네...뭐 틈나는대로 와서 요즘 대학가 돌아가는 얘기도 해주고 만득이 시리즈 얘기도 해주고
아주 중요한 정보원 역활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하하...
신희 : (미소 짓고)
기자 : 아버님이 집에선 어떠신가요?
신희 : ...좋으세요... 저희랑 같이 서태지 노래 들으면서 춤도 춰주시고... 세대차이를 전혀 못느껴요.
기자 : 대학교 1학년이라면서요? 고3때 아버님이 잔소리 많이 안하셨어요?
신희 : 아뇨...
이의원 : 우리나란 교육제도가 매년 갈팡질팡 바뀌질 않습니까. 한창 꿈많은 애들이 거기에 맞춰서 휘둘리는게 불쌍하더라구요,
그래서 공부보다 니가 더 원하는게 있으면 그걸 해라...꼭 대학 대학 강요하진 않았습니다.
기자 : 아, 예...
신희 : ...
S#36. 대학로 / 오후
비둘기 날아가는 마로니에 공원.
자영과 승재,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자영이 친 콕을 승재가 못받는다.
자영 : (신나서) 일대 빵!
승재, 자영이 치기좋게 공을 넘기고.
하늘위로 왔다갔다 하는 콕.
웃으며 즐거운 자영과 승재.
자영, 떨어진 콕을 줍는데 승재 몰래 다가와 배드민턴 채로 자영의 엉덩이를 볼기치듯 장난스럽게 때린다.
자영, 소리지르며 일어나고.
승재 달아난다. 자영, 따라가 배드민턴 채로 엉덩이를 때리려한다.
두 사람 결국 칼싸움 하듯 배드민턴 채로 챙챙거리며 장난친다.
자영, 승재의 배를 찌르면 승재 '윽'하고 쓰러진다. 자영 까르륵 웃고.
S#37. 집 앞 / 밤
손을 잡고 걸어오는 두 사람.
대문 앞에 서서도 자영의 손을 안놔주는 승재.
승재 : 오늘은 입술에다 하면 안돼?
자영 : 안돼, 아직은.
승재 : 그럼 언제 되는데?
자영 : 시험끝나고...
승재 : 그때까지 기다리라구?
자영 : (고개 끄덕끄덕)
승재 : ....좋아. 그때까지 기다린다. 대신 시험끝나면 약속 꼭 지켜야돼.
자영 : 응...
S#38. 집 앞 어귀 / 밤
승재, 걸어오다 승용차가 지나가는걸 본다.
안에 탄 이택중의 얼굴이 보인다. 집쪽으로 올라가는 차.
승재, 걸음을 멈추고 서서 본다. 차 집앞에 와서 선다.
대문으로 들어가려던 자영, 차를 보는데 자영 아버지가 내려서 문을 열어주면 이택중과 신희가 내린다.
자영 부, 자영을 본다.
자영부 : 지금 오니?
자영 : 네.
자영부 : 왜 이렇게 늦게 다녀. 지금 시간이 몇시냐?
멀리서 바라보던 승재, 표정이 굳는다.
승재, 신희를 본다. 도도한 표정으로 이의원옆에 서있다.
자영부 : (허리굽혀 인사하며) 그럼 쉬십시오 의원님.
이의원 : 응, 이기사도 오늘 수고많았네.
신희와 이의원, 집으로 들어가고.
자영부 : 먼저 들어가. 차 한번 닦아놓고 들어갈테니까.
자영 : 네. (들어간다)
승재 : (헛다리 짚었구나...낭패감과 화가 치민다) !!!
S#39. 거 리 / 밤
승재,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입술을 깨문채 성큼성큼 걷고있다.
S#40. 신희네 동네 (회상) / 낮
신희네 집 앞.
경비차를 타고 있는 승재와 출동대원 주임.
주임 : 이 동네는 말이야...그 유명 인사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우리 관리고객이 아주 많어요.
그래서 아예 순찰횟수도 늘려잡고 있지. 일하긴 좀 피곤해.
승재 : 예.
주임 : 저기 보이는 저 집은 3공때 무슨 장관인가를 지낸 어른 집이고...저 쪽은 명동백화점 회장댁...다 우리 관리처고...
승재 : 예...
주임 : 그리고 이 집은 우리 관리고객은 아닌데 요새 여당 실세, 이택중의원집. 아마 다른데서 경비시스템을 놨는지 안놨는지...
승재 : 예에...
승재, 집을 쳐다보며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교복에 가방을 맨 자영이 나온다.
승재 : (자영보며) ...
주임 : 이의원 딸내미인가 보네. 심야토론보니까 내 딸도 고3인데 어쩌고 하면서 교육문제 개선돼야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던데.
승재 : (차 옆으로 지나가는 자영을 바라본다. 계속) ...
S#41. 거리 / 밤 (회상)
1부 회상. 순찰도는 승재 차.
멀리로 불량배들을 피해 달아나는 자영의 얼굴이 선명히 들어온다.
승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자영의 모습...
S#42. 승재네 동네언덕 / 밤
초라한 불빛들이 깜빡이는 승재네 동네.
언덕에 서서 깜빡이는 불빛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승재.
승재 : ...(헛다리 짚어 지금까지 시간과 정성을 들인게 화나고)
S#43. 자영 방 / 밤
시계를 보는 자영. 고개를 갸우뚱하고 삐삐를 본다. 삐삐를 흔들어본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문을 열고 나간다.
S#44. 지하층 마루 / 밤
전화 수화기를 들어본다.
이상없이 들리는 신호음.
자영, 전화를 놓는다. 전화옆에 가만히 앉아있는다.
울리지 않는 전화, 조용한 삐삐.
자영, 이상하다 삐삐가 고장났나... 전화를 들어 삐삐를 친다.
잠시후 울리는 삐삐...고장이 아니다...
자영 : (왜 승재한텐 연락이 없나) ...이상하네...
정희(E) : 자영언니...
자영 : 어, 정희니?
책과 연습장을 가슴에 안은 정희, 지하층 현관문을 살며시 열고,
정희 : 들어가도 돼?
S#45. 자영 방 / 밤
수학문제를 풀어주고 있는 자영.
정희,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듣는다.
자영 : 이럴땐 이 X를 부등호 뒤로 넘겨서 마이너스를 만들어준 다음에 계산을 하면 되지.
정희 : 아...
자영 : 쉽지?
정희 : 응. 언니가 설명해주니까 머리에 쏙 들어온다... 고마워 언니...
자영 : 그래.
정희 : ...(안가고 미적미적)
자영 : 왜 또 모르는거 있어?
정희 : 아니 그게 아니구 내가 언니를 찾아 온 이유는 두 가진데...하나는 수학문제 물어보러 온거구 또 하나는...
(포장지에 싸인머리띠를 내민다)
자영 : ??
정희 : 이거 언니꺼야. 현우오빠가 언니 주라고 그랬대.
자영 : 누구?
정희 : 현우오빠...정현우...왜 우리 언니 생일날도 왔었던... 그 대성 그룹 아들있쟎아.
자영 : (생각난다는듯) 아...
정희 : 그 오빠가 이거 언니갖다주라고 그랬대...
자영 : ...이걸 나한테 왜 ?
정희 : 모르지 뭐. (책들고 일어서며) 어쨌든 난 전해줬다.
자영, 머리띠를 보며 벙하니 있다가 관심없다는듯 방 한쪽에 던져놓는다.
S#46. 학원 공중전화 / 낮
쉬는 시간. 2번 누르고 승재에게 메시지 남기는 자영.
자영 : 오빠...어떻게 된거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어디 아퍼요? 걱정돼 죽겠어... 이따 밤에 연락 좀 해줘...
전화 올때까지 전화기 옆에 붙어 앉아있을꺼야...
자영, 전화끓고 돌아선다.
몇발짝 가다가 멈칫, 다시 돌아선다.
S#47. 승재 사무실 / 낮
옷갈아입는 승재와 동료1. 승재의 삐삐 울린다.
승재, 확인해보고 짜증난다는듯 삐삐를 꺼 책상에 던져버린다.
동료1, 왜 저러나 하는 눈으로 보고.
(E) : 전화벨
동료1 : 네, 감사합니다. 코콤입니다... 네...승재씨요, 잠깐만요...
승재 : 나?
S#48. 학원 공중전화 / 낮
너무 반가운 자영의 얼굴.
자영 : 오빠...나 자영이예요...어떻게 된거야... 연락도 없구...
S#49. 승재 사무실 / 낮
괜히 받았군 낭패다 싶은 표정으로 전화받는 승재.
승재 : 그동안 많이 바빴어... 너 여기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자영(F) : 오빠가 준 명함에서...
승재 : (쌀쌀한) 무슨 일이야.
자영(F) : 수요일날 잠깐 만나자...
승재 : 나 근무있어.
자영(F) : 그날 오빠 생일이쟎아. 잠깐이래두 보자.
승재 : 좀 곤란해...
자영 : 알았어, 그럼 내가 다시 전화걸께.
승재 : ...(다시 전화를 걸어?)
자영 : 목요일쯤 다시 전화해볼까?
승재 : 야, 잠깐만... 그래, 수요일날 보자.
S#50. 학원 공중전화 / 낮
자영 : (기쁨에 들뜬) 그래, 오빠... 수요일날 보자. 음...어디서 볼까?
승재(F) : 근무중이라서 오래 못만나. 니네 동네 공원에서 한시쯤 보자.
자영 : 알았어 오빠...그때 봐... (날아갈듯 좋고)
S#51. 백화점 / 낮
고급 신사복 코너.
가방을 멘 자영, 양복을 구경하고 서있다.
멋진 넥타이에 바바리, 서류가방등으로 코디네이션을 이룬 마네킹 옆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승재에게 이걸 입히면 얼마나 멋있을까...
넥타이도 만져본다. 애인과 함께 와 넥타이를 골라주는 여자를 부러운듯 본다.
점원 :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자영 : 이거... 한벌에 얼마예요?
점원 : 셔츠랑 타이까지 2백 25만원입니다.
자영 : 네에... (계속 양복에 시선을 주고 있다)
S#52. 백화점 잡화코너 / 낮
남자 손수건 세트 앞에 서있는 자영.
이걸 할까 저걸할까...꺼내서 펼쳐보고 만져보고... 한참을 망설이고 서있는 자영, 그러나 너무 행복한 표정.
자영 : (점원에게) 이걸루 주세요...
S#53. 캠퍼스 일각 / 낮
현우의 차 옆에 서있는 구두. 따라 올라가보면 예쁜 치마를 입은 신희.
본네트 위에 책과 노트를 올려놓고 차에 기대 서있다. 콧노래를 부르며 차안을 들여다보고 시계를 보고...
현우,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걸어오다 신희를 본다.
현우 : 신희야...
신희 : (반갑게) 오빠아...
현우 : 웬일이야?
신희 : 웬일은... 오빠 보고 싶어서 왔지. 오빠 배고프지? 가자, 오늘은 내가 저녁 사줄께...
현우 : ... 아니 오늘은 됐어... (밍적거리면) ...
신희 : 왜 다른 약속있어?
현우 : 오늘 축구하쟎아. 잠실로 보러갈까 했는데 표가 다 매진됐대서...
신희 : 암표사면 되지. 갈래?
현우 : 그렇게까진 보고 싶지 않구. 집에가서 축구나 볼까했는데.
신희 : 간단하네. 우리집에 가서 축구보구 저녁두 먹구. 그럼 다 해결되 쟎아. (차 창문 똑똑 두드리며) 빨리 문 열어주세요.
S#54. 거리, 달리는 차 안 / 낮
현우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있는 신희.
신희 : 아... ...나두 빨리 차 몰고 다니고 싶다.
현우 : 넌 왜 면허 안따니? 시험은 봐 봤어?
신희 : 응? 아니... 아직 안봤어... 참, 오빠가 사준 그 머리띠 있쟎아...어제까지 매일하고 다녔는데... 애들이 그거 너무 이쁘대.
그래 서 내가 이거 내 남자친구가 사줬다 이랬더니...
현우 : 참, 자영이한테두 줬어?
신희 : ...
현우 : (신희를 보면)
신희 : (딴데보며 건성으로) 응.
S#55. 1층 부엌 / 밤
부엌으로 들어오는 신희와 현우.
신희모 : 어서 와서 앉어. 좀 자주 놀러와서 저녁도 먹고 가고 그래. 현우가 오면 참 든든한게 기분이 좋아.
현우 : (웃으며) ...정희는 아직 안왔어요?
신희모 : 올해는 또 걔가 고3이라 정신없지 뭐.
자영모, 찌개를 갖다가 식탁에 놓는다.
현우, 자영엄마를 본다.
신희 : 우리집 기사아저씨 아주머니셔. 자영이 어머니.
현우 : ...아... 안녕하세요...
자영모 : 대성그룹 외아드님이라면서요...어쩜 이렇게 인물도 훤하니 선하게 잘생겼을까...
현우 : (쑥스럽고)
자영모 : 어서 많이 들어요. 이 찌개 내가 특별히 아주 입에 짝짝 붙게 끓였으니까.
신희 : 자영이 오늘도 남자친구 만나러 나갔어요?
자영모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신희 : 모르시나? 아녜요 그럼...
자영모 : 걔 요새 남자 사귀니?
신희 : 직접 물어보세요...
자영모 : 그래서 요새 맨날 전화기 앞에서 똥마련 강아지마냥 오락가락하나? 그래, 그러구보니까 삐삐두 생겼더라구.
신희 : 연애하는데 삐삐는 기본이쟎아요. 그 남자가 사줬겠죠.
신희모 : (일부러 현우 들으라는듯) 신희 넌 뭐하는거니? 재수생도 연애를 잘만 하는데 넌 왜 여태 남자친구도 하나없어...
신희 : (현우 슬쩍보며) 나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지 뭐. 오빠... 먹자.
현우 : (자영엄마에게 공손히) 잘먹겠습니다.
자영모 : 그래요 그래요 많이 드세요...
(E) : 전화벨
자영모 : (무선전화기 받아) 여보세요...그래, 너두 양반은 못되는구나. 뭐? 아, 내가 지금 1층에 있으니까 초인종 소릴 못들었지.
지금 열어줄께. (부엌을 나가며) 그럼 많이들 드세요...
현우 : ...참, 축구중계 시작했나?
S#56. 1층 거실 / 밤
TV를 켜는 신희. 현우, 창밖을 내다본다.
마당으로 자영이 들어오는 모습 보인다.
현우 : (자영을 보며) ...
신희 : 오빠, 아직 안하는데...
현우 : 응? 응...
S#57. 지하층 마루 / 밤
엄마, 자영의 팔을 잡아끌고 들어온다.
자영모 : 너 요새 연애한다며?
자영 : ...
자영모 : 누구니?
자영 : 신희가 그래?
자영모 : 그래.
자영 : (기분 나쁘고 화가 솟는다)
자영모 : 누구냐니까? 같은 학원 다니는 애야?
자영 : (대꾸하기 싫다는듯 방으로 가는데)
자영모 : 재수하면서 너 연애질이나 하고 돌아다닐꺼야?
자영 : 엄마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요? (방으로 들어간다)
S#58. 자영 방 / 밤
승재에게 줄 손수건, 예쁜 리본을 달고 포장돼 있다.
작은 카드에 정성스레 뭔가를 쓴 자영, 카드를 리본 앞에 끼운다.
상자를 만지작 거리며 행복한 표정... 빨리 내일이 왔으면...
S#59. 편의점 앞 / 낮
손에 선물을 꼭 쥐고 설레이는 표정으로 걸어가는 자영.
공원쪽으로 걸어가다 저만치 편의점 앞에 멈춰서 있는 승재의 차를 본다.
자영, 반가운 마음. 편의점으로 다가간다.
S#60. 편의점 / 낮
자영, 들어서면 한쪽에 서서 동료와 라면을 먹고 있는 승재가 보인다.
자영, 너무 기쁘고.
자영, 살금살금 몰래 다가간다.
동료1 : 잘 돼가냐?.
승재 : 뭐가?
동료1 : 다 소문났어. 요즘 열애중이란거.
승재 : 내가?
동료1 : 구역도 좋은델 맞고 볼일이야... 이의원집 딸이라며?
자영 : (놀라 멈춰서고) !!!
승재 : 이의원 딸... 흥! 나도 그런줄 알았지.
동료1 : 그런데?
승재 : 헛다리 짚었쟎아.
동료1 : 왜?
승재 : 이의원 딸이 아니구, 그 집 운짱 딸이었어.
자영, 충격으로 놀라 얼어붙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