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떠나는 남도 문학기행 (낙안읍성→벌교 문학기행→보성 차밭→율포 해수탕)
낙안읍성은 살아 있는 민속촌이다. 주민은 모두 288명. 4만평이 넘는 성 안에 초가집이 312채 있다. 성 남서쪽 성곽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읍성 풍경은, 장관이다. 식당, 놀이시설, 각종 민속 체험 공간도 있다. 성곽 오르는 입구 부근에 있는 도예방은 꼭 들러본다. 조선 태조 때 왜구를 막기 위해 토성으로 성곽을 만들었다가 인조 때 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도술을 써서 '하룻밤' 만에 돌로 다시 쌓았다는 전설이 있다. 동편제의 거장 송만갑, 가야금 병창 중시조 오태석이 자란 집도 여기에 있다.
읍성에서 3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벌교가 있다. 마을에 흐르는 강에 뗏목으로 만든 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 이름이 벌교(筏橋)였다. 1728년 홍수에 벌교가 떠내려가자 선암사 스님들이 돌로 만든 다리를 세웠다. 그 다리는 지금도 남아 있다. 벌교 홍교라 한다. 굳이 이 작은 어촌 마을에 가야 할 이유가 있다. 꼬막과 소설 '태백산맥'이다.

꼬막식당가가 있는 거리 이름이 태백산맥로다. 작가 조정래를 기념하는 거리다. 꼬막거리에 있는 보성여관 한번 구경하고, 강 건너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과 현부자집에 가본다. 꼬막은 모래가 없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 갯벌에서 온종일 여자들이 잡아온다. 양념꼬막은 물론 꼬막전, 꼬막무침, 피꼬막, 기타 등등 벌교에서는 꼬막만으로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
일본식과 한식이 뒤섞인 현부자집은 근대사의 독특한 양식을 보여주고있다. 소설 태백산의 내용이 떠오른다.
아침 7시쯤에 다원(茶園)에 봄이 온다. 여자만에서 불어온 봄바람에 해무(海霧)가 살짝 끼면 더 좋다. 대한다원 입구를 거쳐 잘생긴 삼나무 길을 지나 차밭 꼭대기로 올라간다. 무조건. 그리고 가만히 서서 봄을 기다린다. 삼나무 숲 사이로 떨어지는 빛줄기, 햇살에 반짝이는 녹차 잎, 햇살 속에 아득하게 흔들리는 산속 나무들까지 봄이 출렁인다. 두 시간쯤 지나면 아개가 거치고 차밭 풋풋한 전경이 또 펼쳐진다. 다원에 있는 찻집에서 녹차를 즐긴다.

인근의 율포 해수욕장이있다. 해산물도 해산물이지만, 율포에 있는 해수탕을 즐겨본다. 목욕을 하고 나면 피부가 매끈매끈하다. 봄에 취하고 다향(茶香)에 취하고 몸도 개운하다.
언젠가 예전 처럼 마그마 식구들과 함께 떠나고 싶은 녹차밭과 해수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