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국연카페에 출석이 저조했습니다.
여름방학 때부터 그랬던 것이 2학기가 시작되었는데도...ㅠㅠ
띄어쓰기가 궁금했지만 '묻고 답하기'에 올리려니
새삼 창피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서 쥔장님께 쪽지를 살짝 보냈지요.
그랬더니...역시나 어찌나 친절하게 답변해 주시는지 ~
물건을 '사 놓다' '사놓다' 그리고 '사 놔야', '사놔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합성어가 아닐까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나와 있지 않더라구요.(찾아보고도 질문했다는...ㅠㅠ)
합성어는 아니라는 말인데...(그러니 띄어쓰면 안 된다는 말)
바생을 수강하고도 새삼 헷갈리는 겁니다. (마치 통사적 합성어처럼 여겨져서...)
용언과 보조용언 관계라는 건 왜 생각도 못했는지 참 한심하죠?
간단한 것을...
붙여쓰기와 띄어쓰기 모두 허용된다는 답변만 있었다면 혼자 고개 끄덕이고 말았겠지만
아래쪽으로 갈수록 심오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구요.^^
저 혼자 보고 말기엔 아깝기에 국연 가족과 공유하려고 올립니다.
단순히 '띄어 쓴다, 붙여 쓴다'에만 매달린 제게 더 많은 걸 가르쳐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쥔장님의 답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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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놓다.
받아 놓다.
챙겨 놓다.
본용언+보조용언 구성이므로 띄어써야 합니다.
(물론 붙여쓰는 것도 허용하고요)
만약에 합성어라면 사전에 나와야지요.
그런데 안 나오니 합성어는 아닙니다.
'놓아'가 구어체에서 '놔'로 줄 수 있는데
'사놔'는 '사+아+놓+아'의 구조입니다.
오히려 합성어보다는 '어놓아'가 준 '어놔'가 마치 어미처럼 어간인 '사-'에 딱 달라붙어 있는 느낌입니다.
문법화란 게 있어요. 실질형태소였던 것이 문법형태소로 변한 현상을 말해요. 즉, 단어가 조사나 어미로 변한 것인데 '가고자 했다'에서 어미 '-고자'는 '고(연결어미)+지(보조용언)+어(연결어미) 구조로 '고져'가 나중에 '고자'가 됐고 아예 한 어미로 굳어졌어요. 보조사인 '부터'나 '조차'도 동사의 활용형이 조사가 된 문법화의 대표적인 예이구요.
'사놔'의 '어놓아'도 마치 약간의 문법화가 진행된 것처럼 보여요. 보조용언들이 문법화 과정에 있는 게 많거든요. '가고파'는 완전 문법화가 되었고 '멀어지다'의 '지다', 하지 마'의 '마'도 약간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아.. 그리고 또 '받아 놔'와 '사 놔'는 똑같은 구성입니다. '사 놔'만 붙여써야 할 것 같다면 균형이 안 맞는 시각이지요. '사다'의 어간이 '아'로 끝나 연결어미 '아'가 결합한 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첫댓글 '돌아-가다, 알아-보다, 가려-내다, 덤벼-들다'와 같은 통사적 합성 동사와 위의 본용언+보조용언 구성(사아+놓다, 받아+놓다)과는 어찌 다른지 구분이 잘...거기서부터 헷갈립니다.ㅠㅠ
그놈의 법때문에 더 어려운 우리 글....ㅠㅠ 언니 덕분(?)에 더 헷갈립니다.....ㅋㅋㅋ
칭찬이여, 비난이여~ㅋㅋ 앞의 말 '덕분'이란 말만 봐야징~ 칭찬으로 알고 혼자 좋아하고 있는...낄낄~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라'는 말은 하지마셈~^^)
1.어떤 게 합성동사이고 어떤 게 본용언+보조용언 구성인지 저도 헷갈려요. 합성동사의 상당수가 본용언+보조용언 구성이었던 것들이니까요. 2.그럼 본용언+보조용언 구성이 합성동사 즉, 한 단어가 되는 변화를 겪는 데는 '①빈번히 사용됨, ②새로운 의미 형성, ③결합력 강화'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꼭 동시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직관엔 개인차도 있고 사전별 차이까지 합치면 정말 쉽지 않은 문제죠. 3.단어인지 아닌지 판별할 때 종이사전이 기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종이사전 이전에 언중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단어로 인식되는 머릿속 사전도 중요하고 종이사전도 이를 기본으로 하게 됩니다.
'덤벼들다, 달려들다, 뛰어들다, 끼어들다'는 단어이지만 '따져 들다, 걸어 들다'는 한 단어가 아닙니다. 여기서 '들다'는 모두 적극성의 의미로 보조용언(이었거나)인 것은 맞으나 뒤 단어들이 바로 사용빈도와 결합력의 기준에서 한 단어라 보기 힘든 거죠. 그래도 역시 그 기준의 정도란 애매하기 마련이죠. 전문서나 논문을 보셔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입니다. 차라리 사전을 많이많이 보십시오.
마무리하면, 이런 어려움 때문에 동사+어/아+동사 구성은 붙여쓰는 것을 허용하니까 어떤 것이 합성동사이고 어떤 것이 보조동사 구성인지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리고 헷갈리는 것은 '맞춤법 검사기'한테 맡기세요.
ㅋ~~~ 확실히 구분되는 단어도 어려운데 이런 경우은 참말로...여러 예문을 놓고 혼자서 들이대고 봐도 도대체 구분이 안 되더라구요.ㅠㅠ 분명 기준이 있기에 띄어쓰기도 구분이 되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허용'으로 겨우 숨통을 열어두다니...'원칙'이 있다면 '원칙의 이유'도 있어야 하건만...(흐미~찝찝하구로~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답변까지 해주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원칙은 두 단어면 띄어쓰는 게 원칙이고 기준은 사전이지요. 아무래도 그 보조용언임을 판별하는 검증기준이 궁금하신 것 같네요. 한번 보조용언으로 논문 검색해 보세요.
'띄어쓰기' 정말 어려워요. 저는 이런 것은 그냥 직관에 맡겨요. 1. '사 놓다 --> 사서 놓아두다' '사는 행위'와 '놔두는 행위'가 따로따로 구분되니까 띄어서 쓰고, 2. '놓아두다 --> 놓아서 두다(?)' '놓는 행위'와 '두는 행위'의 구분이 이상하니까 그냥 붙여서 '놓아두다/놔두다'로. (쥔장님한테는 혼날지 몰라도) 직관이 틀리면 할 수 없지만, 웬만한 건 그냥 슬쩍 넘어가고 싶거든요.
네. 본래의 의미가 유지되느냐도 본용언인지 보조용언인지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런데 1의 '사놓다'는 너 그 집 나중에 오를테니 일단 '사 놔라' 하면 여기서 '놓다'는 '그 책 내 자리에 놓고 가'의 '놓다'의 '무엇을 어디에 두다'의 의미가 없으니 보조용언입니다. 붙여써도 되는 거죠. '놓다'나 '두다'는 '어디에'란 정보가 대체로 필요하므로 동사+동사 구조로 뒤에 위치하게 되면 거의가 보조용언입니다.
여기서 본용언 보조용언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하나 더 중요하게 들 수 있는 것이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느냐'입니다. 여기서 '기능'이라면 동사가 문장 안에서 어떤 성분들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느냐 즉 서술어의 자릿수와 관련된 것입니다. '먹다'는 본동사로서는 '무엇을'(목적어)을 요구하지만 '이름을 잊어 먹었다'에서의 '먹었다'는 목적어가 없습니다. 생략된 것으로 상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름을'은 '잊어'의 목적어이지 '먹다'의 목적어가 아닙니다. '이름을 먹다'는 의미가 통하지 않습니다. '먹다'가 아예 목적어를 요구할 수 없는 보조용언으로 쓰인 것이죠.
정은주 학우님, 동사+아/어+동사 구성 중 ①본용언+보조용언 구성과 '②본용언+보조용언 구성이 합성동사로 굳어진 것'의 차이는 정말 갈라내기 힘듭니다. 그래서 붙여쓰기가 허용되어 있는 것입니다. '규범이라는 이름의 함정'에 너무 빠지지 않는다면, 즉, 잘 띄어쓰는 것만이 지상최대의 목표가 아니라면, 이것은 자연현상을 관찰하는 것과 같이 아주 재미있고 오묘한 현상의 관찰이 될 것입니다. '덤벼들다'가 한 단어인 것과 '따져 들다'가 두 단어인 것의 차이가 단순히 '사용빈도'의 차이라면 그 경계는 도대체 몇 회일까요? 어쩌면 그건 편의상의 구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종이사전의 한계와 상관없이 언중들이 단어를 판별해내는 능력, 즉, 언중들의 머릿속 사전에 공통으로 내재된 '어휘부'에 대해 또 그 어휘부에서의 단어의 생성과 기억과 산출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규범'은 잘 지켜야 할 민주시민의 '덕목'이지만 우리는 언어를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는 '기본'이야말로 정말 중요합니다.
네...말씀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규범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언어 전체를 보는 시각이 경직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넷님 말씀처럼 '직관'에 따라 구분을 하다가도 어떤 부분에서 저는 그것조차 오리무중이라...더욱이 그 직관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가려내지 못하니 그게 답답했던 것입니다. 에공~인간의 언어 형성 능력은 어디까지일까...ㅎㅎ 조언 감사합니다.^^
에공 이글을 읽어야 하는데 애절한 음악에만 필이 더 꼿혀서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