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설날이란 긴 연휴의 꼬리가 몇시간 남지 않았다
잣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생각도 다를테지만
아직도 명절 앞에서 어떤것이 맞는지 확실한 줄거리는 찾지 못했다
어른들의 나이라고 하는 곳까지 와 봤지만
옛것이 다 옳다고는 말 못하겠다
아무리 좋은 관습과 풍습이라 해도 시대가 변했는데 그대로인것은 아닌것 같다
두 애들이 결혼을 했다면
난 장모이기도 하고 시어머니 이기도 했을 나이다
그래도 역시나 명절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
어쩌면 내가 이상할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개인차가 있겠지만.
생각이 변할줄 알았다
내 위치가 바뀌면?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역시나 명절 문화랑 나랑은 맞지 않는다고 봐야 하는 것 같다
개인주의가 더 커서 일까로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아닌것 같고
무엇이 맞는지도 모르지만
내 작은 세상을 다스리라고 한다면
난 치워버릴 것이다
명절이란 단어를.
가족들이라 해도
간격이 있어야 한다
말을 하는 사람이니까
안 부딪치고 좋은 관계를 유지 하려면.
친자식들과도 함께 살면 누군가는 희생을 하는데
명절이란 날에 친척들에 그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까지
한번에 다 모여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모임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힘들다는데
죽은 조상을 위해 힘들어야 하고 참아야 하고
이것이 싫다.
계란과 닭도 생명이 우선인 닭을 먼저 친다면서
산 사람이 먼저이지 않을까?
휴~~
지나가긴 했다
이 진통이 오기도 전에
다른 바람을 넣어 두었었다
빈틈으로 명절의 진통이 끼어들까 해서.. 미리.
기차여행
온전히 나만을 위한
비소식이 있었지만
그런것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어나길 잘했어 라고 해줄수 있는 날이니까
이른 새벽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역으로 향했다.
발걸음,.물론 가벼웠다
겨울 외투 물론 가벼웠다
혼자니까.
그것이 그렇게 가볍다고 느끼는 이유라면
함께 산다는 것은 참 무겁긴 한것 같다.
아무도 없는 역사
일등이었다
문도 열리지 않았다
열리자마자 들어선 사람이 나였다
뭔가에 밀려서 들어왔나 했더니 보이지 않는 자유였다
구금당하고 살고 있지도 않았지만
여행은 그렇게 진정한 자유를 주곤 하는 것 같다.
두번째 역에서 언니가 탔다
그렇게도 바라던 여행
그렇게도 기다리던 여행
새벽의 피곤함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해맑은 얼굴
그저 행복한 얼굴
그렇게 전철은 나랑 언니를 태우고 새벽 철길을 달렸다
판교를 지나고 서울 도심으로
도심에서 도심으로 연결된 철로를 타고
다시 달리고 달리는 철로는 강원도를 향했고
고향과 가까운 곳에 내려주었다
비는 강원도에도 만만찮게 내려서
미끌 미끌한 도로가 되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딱 좋게 생겼다
어린 아이들 눈에서 첨벙 첨벙 놀고픈 놀이터로 보일테고
빙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빨대를 넣고 빨아먹고픈 슬러시가 생각날 풍경이었다.
비록 눈은 없지만
살짝 얼은 길은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걷는 내내 즐겁게 해주었다
그렇게 올라간 구곡 폭포
자주 가던 곳이어서 별 흥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겨울에 얼어버린 폭포는 감탄을 자아내게 해버렸다
물길이 되어 떨어질때는 높다라는 느낌이 없었는데
꽁꽁 얼어버린 얼음기둥은 참 높디 높은 하얀 탑이었다
여름과 가을 자주 보던 풍경이 아닌 겨울에 본 구곡폭포.
많이 오르지도 않고 많이 걷지도 않은 그 폭포
딱 그곳까지 다녀왔는데 종아리에 새알같은 아픔이 들어 앉았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라기보다
미끄러운 길 아이젠 없이 종종걸음을 해서 였는지도 몰랐다
일본 여자들 처럼 기모노를 입고 올랐다가 내려온 길이었으니까 말이다
펭귄 걸음걸이
그렇게 조심했어도 몇번을 넘어질뻔 했었다
그럴때 떠오르는 시조 한편,
두터비 리를 물고 두험 우희 치라 안자,
건넌 山(산) 바보니 白松骨(백송골)이 잇거,
가슴이 금즉여 풀덕 어 내다가 두험 아래 잣바지거고.
모쳐라, 랜 낼싀만졍 에헐질 번괘라.
두꺼비가 파리를 입에 물고 두엄 위에 치달아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하얀 송골매가 떠 있거늘,
가슴이 섬뜩하여 풀쩍 뛰어서 내달리다가 두엄 아래에 넘어져 나뒹굴었구나.
다행히도 날쌘 나이기에 망정이지 멍이 들 뻔하였구나!
옛 말들로 이루어진 시조라서 외우진 않고 내용만 알고 있는 시조다
뭔가 나였기에 망정이지 싶은 생각이 들면 윗 시조가 떠오른다
물론
잘난체하다가 더 힘쎈 자에게 놀라서 자빠지는 양은 요즘 말로는 사이다같은 문장이다
그렇게 깊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윗 시조가 떠오르곤 한다. 살아가면서.
버스 안 창은 습기로 가득차서
차창 밖은 뿌우연 안개서린 풍경이 보여질뿐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더욱더 동양화속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길에
굽이 굽이 돌아가는 길목에 어르신
그 어르신이 짚고 있는 지팡이
세월이 흘러가는 풍경이 그려지기를 반복하며 도착한 곳
나비스토리였다
가평에 있는 이화원 식물원
한 겨울에 봄이 있고 푸르름이 가득한 그곳은 천국이었다
제주도도 보였고 동남아 먼 어떤 나라도 보였고
그곳에 앉아 나비도 되었다가 벌도 되었다가
동화속의 공주도 되었다가 한참을
만화속에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하얀 눈을 기대하며 떠났던 여행에
올라간 기온탓에 하루종일 우산을 받쳐야 했지만
또한편으로는 이렇게 봄빛 가득한 세상을 만날수 있었음에
얼마나 감사했던지
여행은 날씨예보에 따라서 굳이 뭐라고 단정 지을필요는 없는것 같다
요행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날씨의 변동은 그런대로 또 하나의 설렘지수를 만들어 주는지도 모른다
알지못하던 신비의 나라
신밧드가 될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다
그렇게 흐른 시간 마지막
불빛축제였다
아침고요수목원에 불빛축제
워낙 비요일이라서 시간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시간을 봐야 몇시인지 감이 오는 날 비요일날
수목원이 있는 산세는 그야말로 더 멋지고 분위기는 최고였다
뭉실 뭉실 비 구름이 만들어 낸 안개는 굽이 굽이 산능선을 휘감아 돌고 있었고
그 아래 펼쳐진 불빛의 찬란함은 또 다른 세상의 멋스러움을 발휘하고 있었다.
우와~~~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오색 빛이 가득한 불빛 만큼
오색빛의 홍조를 띤 언니와 나의 얼굴은 행복함 그 자체였다
어느때는 빨갛게 어느때는 파랗게 어느때는 노랗게
수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비록 하루종일 걸어서 다리는 아플지언정
잠시도 우산에서 자유롭지 못했을지언정
얼굴과 눈빛 만큼은 최고의 날이었고 행복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입이 힘들다 말하면 뭐해
눈은 웃고 있는 것을.
오색 빛깔의 우산이 나무에 걸려 있고
곳곳에 빛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더불어
외국 관광객 일반 관광객
밤을 수놓은 불빛을 보고자 검은 그림자는 수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외계행성이 있다면 이런 풍경일까 싶은 장면들이었다.
비는 오는데
투둑 투둑 하루종일 머리위에서 노크를 해대는데
어느순간부터 그 빗소리도 불빛과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을뿐이었다.
돌아올 명절 같은 것은 잊은지 오래고
오직 빛과 나
반짝이는 세상뿐이었다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는 쉴틈이 없고
열일하느라 힘들었는지
밧데리가 쓰러지기를 몇번이던가?
다행이도 운전기사 아저씨가 고향 아저씨였지
그래서 쓰러진 밧데리는 두번이나 회생을 시킬수가 있었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
멀고 먼 길을 의도치 않은 수면제로 난 눈 떠보니 여주였다
잠깐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내리던 언니를 본것 같았는데
그새 또 잤는지....종점이었다.
여행가야 해..
이번엔 꼭
무조건 가야 해
어떤 일이 있어도
그렇게 간절했던 언니의 여행은
기차여행으로 예매가 이루어지고
마지막은 뒤뚱거리는 펭귄이 되고나서야 끝맺음을 할수 있었다.
잊을수 없는 여행이었다...
언니와의 단둘이서 기차여행은.
Stand by your man-piano-3.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