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산 정약용의 `유년 시절의 수종사를 다시 찾은 즐거움`

[이장희]

 [한강을 바라보는 운치가 가장 아름다운 '수종사']

유년 시절의 수종사를 다시 찾은 즐거움

遊水鐘寺記

정약용(1762~1863)

『유년 시절 노닐던 곳을 장년이 되어 이르게 되면 이는 한 즐거움일지라. 곤궁한

시절에 지나던 곳을 뜻을 이루어 이르게 되면 이는 한 즐거움일지라. 외롭게 홀로

오가던 곳을 아름다운 손들과 좋을 벗들을 이끌고 이르게 되면 이는 한 즐거움일지라.

나는 예전 더벅머리 아이 적에 처음으로 수종사에 노닐었다. 두번째 노닌 것은 책을

읽기 위함이었다. 매번 몇몇 사람과 함께 갔지만 쓸쓸하고 적막하게 돌아오곤 하였다.

건륭 기묘년(정조 7, 1783) 봄에 나는 경학으로 진사가 되어 소내로 돌아가려 하니,

부친께서 말씀하셨다.

"이번에 갈때에는 초라하게 가서는 아니 될 것이야. 두루 벗들을 불러 함께 가려무나."

이에 좌랑으로 있던 목만중, 승지로 있던 오대익, 장령으로 있던 윤필병, 교리로 있던

이정운 등이 모두 와서 배를 타고 갔다. 광주부사가 세악을 연주하는 한 패를 보내주어

흥취를 도왔다.

소내로 돌아온 사흘 후에 수종사를 가려 하였다. 따르는 젊은이들이 또한 십여

인이었다. 어른들은 탈 것에 타고 갔는데 어떤이는 소를 타고 어떤이는 노새를 탔다.

젊은이는 모두 걸어갔다. 절에 이르니 해가 막 서산에 넘어 가려 하였다. 동남쪽의

여러 봉우리에는 저녁 햇살이 막 붉게 비쳤다. 이에 강물빛과 햇빛이 창에 어리비치었다.

여러 공들과 서로 즐겁게 노닐었다. 한밤이 되니 달빛이 낮처럼 밝아, 서로서로 배회하며

관망하였다. 술을 내오게 하고 시를 지었다. 술이 한 순배 돌자, 나는 세가지 즐거운

일에 대해 말하여 여러 공들에게 들려 주었다.

수종사는 신라의 고찰이다. 절에 샘이 있는데 물방울이 바위틈 구멍에서 나와 땅에

떨어질 때 종소리가 난다. 이 때문에 수종사라 이름한 것이라 한다.』

누워서 노니는 산수

(조선시대 산수유기 걸작선)[태학사/이종묵 편역] 95쪽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조선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로서 본관은 나주, 자는

미용(美庸), 호는 사암(俟菴)·탁옹(?翁)·태수(苔?)·자하도인(紫霞道人)·철마산인

(鐵馬山人)·다산(茶山)으로 진주목사 정재원의 4남이며, 어머니는 해남윤씨로 윤두서의

손녀이다.

1783년(정조 7) 경의진사(經義進士)가 되었으며, 지평, 암행어사, 동부승지, 형조참의,

금정찰방, 곡산부사를 역임하였다.

1801년 2월에 형인 정약종의 천주교 책자 소지 등에 관련된 책롱사건(?籠事件)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같혔다. 그리고 다시는 관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포항, 강진으로

유배생활이 시작되었다. 1808년 봄에 강진 다산초당으로 유배생활지가 바뀌고 본격적으로

저서 활동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수많은 저서로 냈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의 대표적인 서적을 기획하여‘다산학’이란 산고를 탈고한 것이다.

수종사를 방문하던 1783년 2월에는 세자 책봉에 따른 증광감시에서 형 약전과

경의초시에 합격하고, 4월의 회시에도 합격하여 진사가 되어 성균관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개혁군주인 정조와 처음으로 만나 영원한 후견인이 되어 준다.

관직의 길이 열린 다산은 고향인 소내로 금의환향하게 된 것이다. 아들이 장원 급제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도록 좋았을 것이다. 이에 부친은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 기쁨을 함께 나눌 것을 권했던 것이다.

장원 급제한 다산은 수종사에 올라 뜨거운 석양이 강물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온 세상이 내 것이 된 양 기뻐하면서 친구들과 한 순배씩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낙조의

한강을 바라보며 시도 한 수 지으면서 조선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며 밤을 지새웠다.

  아마 이때가 다산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성균관에 들어가

각종 시험에 장원을 하자 학자군주 정조는 '팔자백선', '대전통편', '국조보감',

'병학통'의 서책을 하사하였다. 관직으로 나간 다산은 정조의 총애로 승승장구하였다.

그러나 1800년 6월에 정조가 승하하고 순조가 즉위하여 노론 벽파가 정권을 잡자

다산은 귀양 길에 오른다.

그는 유배기간 동안에 조선사회가 부패하여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탄식을 하면서 어떡하면 도덕성이 회복되고 양심있는 사람이 살수 있는 청렴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자신의 혼과 정열을 쏟아 500여권의 책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나타낸다. 200여 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도서라고 생각한다. 힘없는

소시민들과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해 실학사상을 집대성하고 자신을 희생한

다산에게 큰 경의를 보낸다. 다음 답사 여행에는 수종사에 올라 해지는 모습을 꼭 보고

다산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와 함께 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