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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관
진안 대표음식 애저찜의 원조
진안에서는 주요 먹거리로 8미(味)를 선정해 놓았다. 더덕구이, 모듬버섯전골, 산채비빔밥, 애저, 흑돼지삼겹살, 쏘가리매운탕, 송어회, 흑염소전골이 그 여덟 가지다. 이 음식들 중 애저 한 가지만을 빼고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애저는 이곳 진안이나 광주가 아니면 먹기 어렵다. 그래서 애저는 진안의 별미로 대표적인 음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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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저는 태어난 지 1개월 안팎의 어린 돼지를 말한다. 돌 전골판에 애저와 각종 양념을 넣고 푹 익힌 다음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다. 진안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고 물맛이 뛰어나다. 이런 조건에서 태어난 애저라야 그 맛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보양식으로도 크게 알려져 있는데, 진안읍 군상리에 있는 ‘진안관(063-433-2629)’은 애저찜의 원조로 50년을 넘긴 전통을 쌓고 있다. 창업주인 1대 김영춘(84) 할머니로부터 며느리, 손녀로 대를 잇고 있다. 지금은 2대인 며느리 김금주(61)씨가 업소를 운영하고 손녀 이영미(29)씨는 3대로 가업을 잇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현장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전국 각지로부터 애저찜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모범업소에 진안향토전통음식(애저)업소로도 지정되어 있다. 많은 마이산 관광객들의 요청에 따라 애저찜 이외에도 다양한 한식도 차려낸다. 애저찜 한 상(3인 기준) 4만 원, 백반·비빔밥 각 5,000원, 갈비탕·육개장 각 6,000원, 돼지불고기 8,000원, 소불고기·불낙전골 각 1만 원.
송천가든
“바깥주인 얼굴 좀 봅시다”
월간山 2009년 1월호 ‘산따라 맛따라’ 장수 장안산 편에는 백운면에서 서구이재를 넘으면 닿게 되는 장수읍 송천리의 ‘송천가든(063-351-2296)’을 추천한 바가 있다. 버섯전골을 잘하는 집으로 논개사당을 참배하는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기에 관광업계에서는 논개사당 하면 송천가든을 연상할 정도라고 소개했었다. 그러면서 집주인 이야기에 장수 토박이인 주인 한준상(54)씨가 경남 통영 출신 이문숙(50)씨와 결혼했다고 밝혔다. 남편이 경상도 출신 여인을 부인으로 맞은 가장 큰 이유는 ‘동서와 영호남 화합 차원’이었음을 크게 강조하더라고 했는데 책에는 부인의 사진만 나갔다.
어느 짓궂은(?) 독자가 필자에게 전화로 애교(?) 있는 항의를 했다. 필자는 엉터리라고. 동서와 영호남 화합 차원이라면 당연히 두 분의 사진이 게재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덕태산과 선각산은 장수에서 서구이재만 넘으면 닿는 지역이라 이번 취재길 코스로 장수를 경유, 서구이재를 넘고 데미샘을 거쳐서 백운동계곡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송천가든 주인 내외의 사진을 확실하게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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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낮 시간, 논개사당을 찾아가서 일어통역안내를 맡고 있는 한지희(韓知希·43)씨를 만났다. 일본 여인(다니노리코·谷典子)으로 한국에 시집와서 귀화한 그녀의 남편 고향이 하필이면 바로 논개사당이 있는 장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는 일본 참배객들에게 ‘논개님의 민족혼을 일본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를 낳아 준 모국(일본)에 대한 죄책감과 논개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으로 많은 갈등을 했었다는데, 깊은 신앙심이 이 갈등들을 풀어 주더라고 한다. 정(情)이 넘치는 농사꾼 남편을 성심껏 내조하며 2남1녀를 낳아 잘 기르며 한국인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고 했다.
논개사당 안 논개 영정의 시선이 사당 앞 의암호를 건너 팔공산 정상과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사당을 참배하는 산꾼이라면 누구나 다 알아두어야 하겠다.
서울숯불갈비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장계 산꾼들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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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장계면은 군청소재지는 아니지만 예로부터 장수 교통의 요지다.‘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장수의 ‘로마’같은 땅이다. 전북 동부산악권 산악고원의 길들은 모두 이곳을 지나는데, 이제는 익산-장수 간 20번 고속국도가 35번 대전-진주 간 35번 고속국도와 만나는 장수분기점마저 이곳에 있다. 진안읍내를 거치지 않고 덕태산과 선각산 산행의 진출입 포인트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는 뜻이겠다.
교통의 요지에는 원래 이름 높은 먹거리집이 있게 마련인데, 장계면 사무소에서 뒤쪽으로 100여m 거리 길가에 외롭게 떨어져 있는 집, ‘서울숯불갈비(063-352-2933)’가 바로 이런 집이다. 이 집은 오래전부터 현지는 물론 외지의 산꾼들과도 끈끈한 인연이 닿아 있다. 골수 산꾼인 부인 신점선씨가 장계여성산악회(회장 박찬숙) 회원이라 이 집은 암참새들의 방앗간 구실까지 한다는데, 앞으로는 만천하 산꾼들의 장계 거점이 될 날도 머지않다.
식탁 100석 규모에 옥호 그대로 돼지갈비(250g 7,000원)가 대단한 인기. 냉면(5,000원)과 한우불고기(200g 9,000원)도 먹을 수 있다.
논개생가 참숯가마찜질방
“그냥 갈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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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마치고 귀환길. 장계에서는 한 곳 꼭 들를 만한 곳이 있다. 논개생가터 가는 곳의 ‘논개생가 참숯가마찜질방(063-352-1116)’이다. 고속국도 장수 분기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장계와 육십령을 잇는 26번 국도 상에서 남향으로 743번 지방도로 꺾어들면 대곡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이 저수지 도로변에 폐교가 된 주촌초등학교가 있는데 뽕밭이 변하여 바다가 되는 것처럼 식당과 민박방으로 꾸며졌고, 참숯가마찜질방까지 만들어 손님들을 맞고 있다. 산행에서 지친 몸을 목욕과 전통 참숯을 이용한 찜질방에서 풀고 초등학교 교실로 사용하던 넓은 방에서 다리를 쭉 뻗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찜질방 이용료 6,000원, 단체 5,000원).
식당에서는 천연보약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청국장(5,000원)을 차려낸다. 하산주라도 한 잔 걸치고 싶다면 목초액에 담아 구워 먹는 흑돼지참숯구이(200g 8,000원)를 주문하면 되겠다. 먼 곳에서 온 산꾼들이 이 집에서 먹은 음식맛이 ‘짱’이었다며 크게 소문을 내는 홍보요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착하고 순박하기 그지없는 주인 박종태·안옥이씨 내외는 60평생을 이곳에서만 살아오면서 슬하에 1남4녀를 훌륭하게 키워 크게 소문이 나 있다. 특히 부인은 이름난 효부로 2003년 장수군 효열장(孝烈章)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집이고 보니 현지에서는 많은 이들이 이들 부부에게 큰 신뢰를 갖고 찾는다고 했다.
/ 글·사진 박재곤 대구시산악연맹 고문 www.sanchonmir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