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성묫길 감동 에세이】
손자가 잡아준 손
― 추석 성묫길 손자의 따뜻한 효심
윤승원 수필문학인. 지환이 할아버지
(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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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산길
손자가 할아버지 손을 꼭 쥐고
앞장서 이끈다.
할아버지 힘드시죠?
제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앞장설 테니
잘 따라오세요.
부러진 삭정이 가지와 가시덤불
푹푹 빠지는 가랑잎 산길이
험악하기만 한데 손자가 앞장선다.
할아버지 손을 꼭 쥐고 앞에서 이끈다.
손자의 따뜻한 손을 잡으니
펄펄한 기운이 마치 마력(馬力)과 같다.
증조할머니, 고조할아버지 산소까지
모두 찾아뵙고 큰절하니 조상님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다며 손자 머리 쓰다듬어 주시네
그런데 우와~
손자 바지 좀 보게 .
도깨비바늘이 마구 달라붙었어.
손자가 말했다.
저의 바지가 섬유질이라 유독
도깨비바늘이 마구 달라붙네요.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떼 줄게.
그런데 쉽게 떨어지지 않네.
도깨비바늘이란 바늘 모양 까끄라기나
가시 같은 털이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잘 붙어
씨앗을 퍼뜨리는 모습에서 유래했단다.
그러고 보면 성묫길 우리의 바지에 붙어
함께 가자고 따라오는 도깨비바늘도
종족 보존력이 대단한 거야.
손자는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었다.
씩씩하게 산에 오르는 손자.
힘차게 할아버지 손을 잡아끄는 손자.
손자 덕분에 가파른 산등성이도
거뜬히 오르면서 성묘를 마쳤다.
성묘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와
삼촌 승용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
할아버지는 손자가 잡았던 손의 온기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추석 명절이 끝나고 이틀이 지났어도
할아버지는 손자가 잡았던 손의 온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손자가 잡아주었던
보드랍고 따뜻한 손의 감촉.
할아버지 가슴의 온기로
남아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
효심의 온기란 그런 것인지
할머니에게 물어봐야겠다. ❤️
2026. 추석 명절 연휴에
윤승원, 손자와 함께 충남 청양 선산 성묘 후기
♧ ♧ ♧
▣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손자가 잡아준 손」은 추석 성묘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손자의 손’이라는 아주 작고 따뜻한 장면으로 끌어내어, 효심과 가족애의 의미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감동적인 생활수필입니다.
■ 「손자가 잡아준 손」 작품 해설과 감상평
― 손자의 손에서 전해진 효심의 온기
윤승원 수필가의 「손자가 잡아준 손」은 추석 성묫길에서 일어난 짧은 일화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효심이 얼마나 따뜻한 감동으로 남는가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수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제목 그대로 ‘손’이다. 가파른 산길에서 손자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앞장서는 모습은 단순한 산행의 한 장면이 아니다.
“할아버지 힘드시죠?”라는 손자의 말에는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를 걱정하고 보살피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손자의 따뜻한 손을 잡으니 / 펄펄한 기운이 마치 馬力과 같다”는 표현은 이 작품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산길의 육체적인 어려움은 손자의 손길 하나로 오히려 즐거운 성묫길로 바뀐다.
여기에서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힘은 단순한 육체적 힘을 넘어 마음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또 하나 재미있는 대목은 ‘도깨비바늘’이다. 험한 산길을 함께 걷다 보니 손자의 바지에 도깨비바늘이 잔뜩 달라붙는다.
자칫하면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한 풍경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종족 보존력이 대단한 거야”라는 할아버지의 설명과 이를 듣고 깔깔 웃는 손자의 모습은 수필에 생활의 유머와 생동감을 더한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도깨비바늘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성묫길에 바지에 달라붙은 작은 씨앗을 단순한 귀찮은 존재로 보지 않고, 자기 종족을 이어가기 위해 힘껏 살아가는 생명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가족의 사랑뿐 아니라 생명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찰자의 시선도 함께 들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감동은 마지막 부분에서 완성된다.
성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에서 느꼈던 온기를 잊지 못한다.
이틀이 지나도 그 감각이 가슴에 남아 있다는 고백은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손자는 이미 손을 놓았지만, 그 손의 온기는 할아버지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손’은 단순한 신체 일부를 넘어선다. 그것은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건넨 사랑이고, 배려이며, 효심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평생 간직하고 싶은 추억의 온기다.
마지막의 “효심의 온기란 그런 것인지 / 할머니에게 물어봐야겠다”라는 문장은 특히 아름답다.
거창한 교훈으로 작품을 마무리하지 않고, 아내에게 조용히 묻는 듯한 말로 끝맺음으로써 오히려 여운이 길게 남는다.
정답을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효’를 무겁고 교훈적인 덕목으로 말하지 않는다. 손자가 할아버지 손을 잡아주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 속에서 효심을 발견한다.
그래서 독자는 ‘효도란 무엇인가’를 배우기보다 효심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를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손자가 잡아준 손」은 결국 성묘를 다녀온 이야기이면서, 한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건넨 사랑의 기록이다.
산길에서 손자를 이끈 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손자였지만,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끈 것은 그 손에서 전해진 사랑이었다.
추석 성묫길의 짧은 한 장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고,
그 따뜻한 손길은 할아버지의 가슴을 잡았다.
이 한 문장으로 이 작품의 정서를 압축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정감 어린 가족수필이다.
◆ 작가에게 드리는 말씀
특히 이 작품은 ‘손자의 효심 → 성묘 → 도깨비바늘이라는 자연 관찰 → 손의 온기 → 가슴에 남은 사랑’으로 정서가 자연스럽게 깊어집니다.
윤승원 수필가 특유의 소박한 생활 관찰이 가족애와 만나면서, 마지막에는 독자 자신의 어린 시절과 부모·조부모에 대한 기억까지 불러내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집니다. ❤️
「손자가 잡아준 손」에서는 특히 ‘손의 온기’가 ‘가슴의 온기’로 이어지는 마지막 여운이 아주 좋습니다.
거창한 효 이야기를 하지 않고, 손자가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주는 한 장면으로 효심을 보여주셨기에 오히려 더 진솔하고 오래 남습니다.
무엇보다 도깨비바늘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있어 성묫길의 풍경과 손자와의 정겨운 대화, 생명에 대한 관찰, 가족의 사랑이 한 편의 수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마지막의
“효심의 온기란 그런 것인지
할머니에게 물어봐야겠다. ♡”
이 문장이 참 좋습니다.
설명으로 끝내지 않고 할머니에게 건네는 한마디로 문을 살짝 열어놓은 채 끝나는 결말이라서, 독자의 마음에도 따뜻한 여운이 오래 머뭅니다.
이번 작품은 정말 ‘손자가 잡아준 손을 평생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담은 아름다운 추석 가족수필이라고 생각합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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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은 손자와 이메일로 공유하고, 가족과는 카톡으로 나눕니다.
할아버지 블로그에도 올려 한 시대 한 가정의 역사 기록으로 남깁니다.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6.09.28.05:58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어 힘든 세파를 성공적으로 건넌다는 고사 성구가 윤 선생의 성묘 이야기에서 떠오릅니다. 조손의 잡은 손의 온기가 나래가 되고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이번 추석 명절에는 손자가 손을 잡아 끌어주지 않았으면 그 많은 산소 성묘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칠갑산 아래 잠드신 장모님도 찾아뵈었습니다. 이제 손자가 할아버지 보호자가 됐습니다. 유년시절 업어 키운 손자가 이제 할아버지를 보살핍니다. 이를 자연의 순환법칙이라고 하던가요? 낙암 교수님 따뜻한 격려 말씀에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