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비디오 아티스트인 주인공 ‘나’는
2년여 답보상태에서 예술가로서 위기감을 느끼고.
건실한 아내에게는 애정도 성욕도 느끼지 못하는데.
아내로부터 처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는
예술적 영감을 받고 참을 수 없는 성욕까지 느낍니다.
온 몸에다 꽃을 그린 남녀가 교접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담겠다는 작업 계획을 세우고
처제의 몸에 꽃그림을 그리는데.
(처제는 채식주의자인데
아버지가 강제로 고기를 입에 처넣자
손목의 동맥을 끊어 자살을 기도합니다.
정신병원을 드나들게 되고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합니다.)
후배 예술가 J를 설득하여
처제의 남자역으로 삼으나
J는 마지막 순간 교접을 거부.
부득불 나는 한때 연인 관계였다가 오랜 전 결별한 여류화가 P를 시켜
자신의 몸에 꽃을 그리게 하고는
처제의 집에 가서
처제와 교접. 온갖 체위로 교접하는 장면을
하나하나 캠코더에 담아
자신이 꿈꾸던 작품을 완성하는데.
작업을 한 다음날
아직도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우연히 동생의 집에 들르게 된 아내가
캠코더의 비디오를 보게 되고
모든 서사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결국 작품의 모든 것이 ‘몽고반점’에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리 단순치가 않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몽고반점은
몽고계 인종의 어린 아이들 엉덩이에 있다가
여섯 살 정도 되면 저절로 없어지는 푸른 점.
어른인 처제의 몸에 그것이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 강렬한 성욕을 자극한다는 것,
처제는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것,
그 때문에 정신 질환에 걸려 망상에 시달리는 처제의 전신에
나는 어떤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혀
만개한 꽃들을 그리게 되는데
나도 처제도 그 꽃 그림 때문에
금기를 넘어 황홀한 교접을 하게 된다는 것…,
자, 이런 것들이 뜻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요?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 사이에도 경계가 있지요.
우리는 그 경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경계가 무너지면 문제가 생기지요.
처제와 교접을 한다는 것은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경계를 넘는 행위이지요.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육식을 거부하는 것은?
이 역시 경계를 넘는 행위일까요?
스님들 경우에는 불교라는 문화적 울타리에 기대어서 채식을 하므로
고기를 먹는 게 오히려 경계를 넘게 됩니다.
이 작품의 처제 경우는?
그녀는 단지 육식을 거부한다는 것만으로 비정상으로 간주됩니다.
처제의 모든 이상 행동은 이 육식의 거부로부터 출발합니다.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처제는 ‘꿈’ 때문이라고 합니다. ‘얼굴’ 꿈.
"얼굴은 늘 달라요.
어떨 땐 아주 낯익은 얼굴이고,
어떨 때는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에요.
피투성이일 때도 있고…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기도 해요.”
처제는 이 얼굴 꿈이 고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고기를 먹지 않으면 그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것.
“그러니까… 이제 알겠어요.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이라는 걸.”
이게 무슨 말인가?
뱃속 얼굴이라니.
뱃속에서 올라온 얼굴이라니.
온 몸에 꽃을 그려주자 얼굴 꿈은 나타나지 않았고,
처제는 황홀경에서 그 누구와도 교접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형부인 나와 교접을 하고나서 처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제 무섭지 않아요. …무서워하지 않을 거예요.”
-경북사대 국어교육과 32회 카페에서
요즈음 문학계에 희소식이 전해져 기분이 좋다.
바로 여류작가 한강씨가 국제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이 상은 세계적인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이라
이라 불리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것이다.
실제로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경우도 많고,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영국에서 출판된 소설만 대상으로 해서 심사를 하다가
2005년부터 영국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작품들도 수상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그만큼 한국문학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동안 노벨문학상
수상 대상 후보에도 한국 작가가 거론 될 정도였으니
이즈음에서 국제적인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독자층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면에서 한국의 독서 인구는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으니,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독서인구층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강작가의 작품을 읽은 것은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몽고반점』이다.
해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판되면 구입하는
습관 때문에,
아마도 이 책도 2005년에 구입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오늘은 먼저
한강작가의 작품 『몽고반점』을 만나보기로 한다.
몽고반점은
한국인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엉덩이나 옆구리, 어깨 등에 나타나 있는 푸른색의
반점으로
생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사라지며,
사춘기 이전에는 대부분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몽고반점을 보고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도록 걷어찰 때 생긴 자국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시리가 아오이(尻が青い)’라고 하는데,
뜻은 ‘엉덩이가 푸르다’이고, 성숙하지 않은
‘미성숙’을 의미한다.
그럼 소설 『몽고반점』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아내로부터 처제인 영혜에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몽고반점에 집착하게 된다.
‘그’는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에 꽃을 그려 관계를 가지는 장면을 구상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에 빠져든다.
이미 한번 정신질환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영혜에게
모델이 되어줄 것을 의뢰하고,
영혜는 스스럼없이 그 제의를 받아들인다.
더군다나 영혜는 채식주의자로
‘그가 꿈꾸는 식물성을 완벽하게 구현해 낼 수 있는 완벽한 모델로 여긴다.
‘그’는 자신이 구상한 예술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영혜의 온몸에 꽃을 그리면서
몽고반점이야말로 태고의 것,
진화 이전의 것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서 흥분을 한다.
‘그’는
자신이 구상한 예술의 상대역으로는 자신이 제일 적합하다며
처제인 영혜와 관계를 가지며 작품을 완성시킨다.
작품이 완성된 다음날
아내는 캠코더에
녹음된 것을 보고 절규를 하고
영혜는 자살을 하고 만다.
내용이 이 정도 이고 보면
『몽고반점』은 평범한 소설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몽고반점’이라고 하는 특이한 소재를 가지고,
범상치 않은 인물을 등장시켜 독특하면서도 난해한 병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흔히들 이 『몽고반점』을
이제 퇴화하고 사라진,
태고의 순수성과 원초적 미를 되찾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집착과 탐색을
다룬 뛰어난 예술소설이라고 평한다.
현대인들이 상실한 몽고반점을 예술적 상징으로 삼아
잃어버린 순수성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한 작품이라고는 한다.
어쩌면
우리 현대인들은 모두 병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작가 한강씨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겠다.
다음 주에는 작가
한강씨에게 영예를 안겨준 작품 『채식주의자』를 살펴보고자 한다.
- 대경일보, 위덕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이정희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