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리드하고픈 여성들에게는 세계적인 패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통해 올 시즌과 다음 시즌의 유행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봄·여름 컬렉션을 통해 본 올해의 키워드는 ‘여성스러움’과 ‘컬러’다. 불안한 세계정세와 불경기는 패션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울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은 ‘컬러’와 ‘페미니티(여성스러움)’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하고 싶어한다.
우선 눈부시게 화려한 컬러. 화이트를 기본으로 옐로, 그린, 핑크, 오렌지 등 모든 종류의 컬러를 두려움 없이 표현하는 것이 올해의 트렌드다. 클래식하면서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한층 더 강조해 젊고 화사하게 해준다. 다음은 ‘페미닌 룩’. 2000년대에는 80년대 룩이, 2001년도에는 70년대 룩이, 2002년도에는 50년대의 룩이 등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시대가 공존한다. 20년대와 40년대, 50년대와 60년대를 만끽하며 플레어 스커트, 화사한 플로럴 프린트와 섬세한 시폰 소재에 도전해볼 만하다. 디자이너들은 배우 그레타 가르보, 마를레네 디트리히, 마릴린 먼로, 브리지트 바르도와 같은 각 시대의 패션 아이콘에서 영감을 받아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의 크리스찬 디올 컬렉션은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룩을 선보였다. 메이크업과 헤어도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 가는 눈썹, 강렬한 컬러의 입술, 그리고 웨이브 진 클래식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잘록한 허리의 재킷, 글렌 체크를 사용한 콤비네이션, 긴 진주 목걸이 등이 돋보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미국의 인기 드라마인 ‘섹스 & 더 시티’에서 사만사도 로 웨이스트의 드레스와 원피스를 실크, 시폰 소재를 사용하여 매우 여성스럽고 로맨틱하게 연출했다.
프라다도 50년대로 눈길을 돌려 우아하고 세련된 ‘레이디 라이크 룩’을 선보였다. 길이가 짧은 니트 카디건과 플레어 스커트, 벨트로 허리를 강조한 플레어 원피스를 보여주었다. 클래식하고 여성스러운 룩은 올 가을, 겨울까지 이어질 전망. 2004년 가을·겨울 지춘희 컬렉션에서도 레이스를 이용한 플레어 원피스, 잘록한 웨이스트 라인을 이용한 드레스와 재킷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레트로 페미닌 룩’을 스포티브하게 응용한 디자이너들도 있다. 샤넬, 랄프 로렌, 라코스테 등은 테니스를 소재로 레트로한 페미닌 스포츠 룩을 선보였다.
미니 스커트가 모든 브랜드를 휩쓸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스커트의 길이는 무릎 밑으로 다시 돌아왔다. 또한 트위드 소재를 사용한 ‘샤넬 수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재에 있어서는 실크 시폰, 새틴과 같은 매우 여성스러운 소재가 선보였고, 여기에 스웨이드, 악어가죽, 뱀피와 같은 가죽이 액세서리나 디테일에 고급스럽게 사용되었다. 또 이번 시즌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있다면 트렌치 코트일 것이다. 새틴 소재를 사용하거나 폭을 넓게 한 매우 드라마틱하고 우아한 감각의 트렌치 코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