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인해 유난히 눈도 많고 추운 긴긴 겨울이 지나가나 싶더니 입춘이 지났건만 지난 12일 기상관측이래 하루 적설량이 1m 안팍의 기록적인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강원 영동지역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뉴스의 첫 화면으로 보도 된 바 있었다.
▲<첫삽>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걱정 뿐,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내게 긴급재난구호 요청이 왔다. "그럼, 그렇지!" 대한적십자사가 있는 한, 제일 먼저 국민의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달려가는 봉사원들이 있고 나 역시 노란 적십자 봉사원조끼를 입는 봉사원 중의 하나라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16일 새벽 5시 30분, 강원도를 향해 집을 나섰다. 4시간을 달려 강릉 어느 농가에 도착해서 보니 특수재배 비닐하우스가 눈 폭탄을 맞아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고 비닐하우스 안에는 1m쯤 되어 보일까 줄기를 타고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노란 오이꽃이 새끼손가락 같은 새끼오이를 힘없이 매달고 있었다.
▲<사랑과 희망이 걷고 있다>
▲<버스 안에서 찍은>
▲<버스 안에서 찍은>
▲<복대 봉사회원들과>
봉사원 모두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장갑을 끼고 삽을 들었다. 허리까지 차오른 눈을 한 삽, 한 삽 퍼내며 오솔길을 텄고, 머지않아 수확을 기다렸을 오이를 무참히 걷어 내야했고, 엿가락처럼 휘어진 비닐하우스 위에 눈은 손에 물집이 차도록 퍼내도 끝이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폭탄 그 자체였다.
▲<일을 마치고 >
▲<안타까운 장면>
▲<이 사진을 보고 어떻게 느낄까?>
3000여 평의 농지에 20억이 투자 되었다며 농주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따뜻한 희망을 주는 조끼, 노란 적십자 봉사원의 사랑으로 다시 한 번 굳건히 딛고 일어서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빌어본다.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위에 쌓인 눈 치우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않은 비닐하우스>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돌아서는 우리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다른 지역 봉사원이 다음날 바턴을 이어 줄 것이기에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설 수 있었다
▲<엿가락처럼 휘어져버린 비닐하우스>
2007년 사상 첫 거대한 기름유출사건으로 인해 검게 죽어가는 서해바다를 적십자 봉사원을 비롯한 전국 봉사원의 작은 손길로 기름을 제거, 바다를 살린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곳 강원 영동지역의 피해 주민에게도 희망과 꿈이 샘솟기를 바란다.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오듯이, 희망이 온다고.
첫댓글 생생한 정보로 많은 봉사원들이 실감했을듯하네요 ~~이날 누구나 할껏없이 열심히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다음날 일어나니 양쪽 팔이 아파서 파스부치고 집안일을 하였네요~~~
오랜만에 순일씨 글을 읽을수가있네반가워요무참히무너진 비닐하우스 .생생한 현장을 보니 또한번가슴이 저려옵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