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목요일/근로자의 날)부터 동월 6일(화요일/석가탄신일)까지 장장 6일간의 연휴에 월급쟁이들은 마냥 신이 났겠지만 업자인 갑판장은 한숨만 푹푹 나왔습다. 주인의식은 개뿔, 노는 날 마다하는 월급쟁이는 보질 못했습니다. 갑판장도 과거 월급쟁이 시절에는 노는 날에는 정말 푹 놀았었습니다. 하지만 주인의식으로 고취된 작금에는 연휴라고 맘 편히 놀 수 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놀 수도 없으니 강구막회는 5월 3일(토요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쉬기로 했습니다. 암튼 쉬기는 쉬는데 가족여행을 빙자하여 그간 미뤄 두었던 포항 출장길에 나섰습니다.

상대온천관광호텔/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갑판장은 지방여행에 나설 때 가급적 현지에서 아침식사를 하자는 주의입니다. 잘 것 다 자고 어정쩡한 시각에 출발을 하면 급심한 도로정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차안에서 시간과 체력을 다 방전하고 해질녘쯤 현지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 풀다 보면 하루가 그냥 깨집니다. 그래서 갑판장은 이른 새벽, 잠에서 깨자마자 씻지도 않고 곧장 출발을 하여 최고속으로 순간이동을 하여 현지에서 온천욕(혹은 목욕)을 즐긴 후에 벼르던 맛집에 찾아가서 식사를 합니다. 이번에도 새벽 4시 40분에 출발하여 3시간 30여분 만에 중간 경유지인 경상북도 경산에 있는 상대온천에 도착하여 두어시간 가량 온천욕을 겸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동행하신 어머니께서도 간만의 온천욕과 세신이 무척 흡족하신 눈치십니다.
상대온천은 1982년 12월 18일 관광호텔이 개장을 한 이후로 개발이 지지부진하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는 원탕의 수질이 좋기로 유명하답니다. 갑판장도 단골로 다니는 커피예술의 쥔장(대구출신)에게 추천을 받아서 이번에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30년도 더 된 낡은 호텔과 온천욕장뿐이지만 갑판장네가 이번에 경험한 바로도 수질이 좋았기에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시설이 좋은 곳을 찾자면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갈 수 있지만 수질이 좋은 곳은 애써 찾아 다닐 만 하다는 것이 갑판장의 주장입니다. 참고로 서울근교에서 갑판장이 물 좋은 온천욕장으로 꼽는 곳은 김포에 있는 약암온천입니다.



남산정육식당/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포항의 거래처분들과는 저녁에 만나기로 하였기에 도중에 경산에 들러 소문난 쇠고기구이를 먹을 궁리를 했습니다. 본시 궁리한 곳은 경산시 자인면에 있는 자인식육식당이었는데 앞서 언급한 대구 출신의 아지매가 남산면의 남산식육식당을 적극 추천하길래 온라인 검색을 하여보니 과연 기대할 만 하여 이리로 정했습니다. 개점을 하는 시각이 오전 11시이고 개점 후 바로 문전성시를 이뤄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최소 한 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한다길래 아예 첫 손님으로 입장을 할 요량으로 서둘러 온천욕을 마치고 10시 50분경에 미리 입장을 하였습니다. 상대온천과 남산정육식당은 차량으로 이동하면 10여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식당측 인사와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지만 한 눈에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유추해 보건데 남산식육식당에서는 아마도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들이지 싶습니다. 벽면에 부착된 보드판에 쇠머리나 사골 따위를 판매한다는 광고문안이 적혀 있는 것도 그렇고, 쇼윈도가 설치된 저장고에 있는 고기의 상태(중간 사진 참조)도 그렇고, 입구에 놓인 커다란 도마 위에서 갈비를 짝째 놓고 즉석에서 발골을 하며 고기를 손질하여 손님 상에 나갈 접시에 썰어 담는 모습(아랫 사진 참조)도 그렇고 하여간 보여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메뉴판(2014년 5월 3일 기준)/남산식육식당



구이(1인분 150g당 16,000원)/남산식육식당
메뉴중 토시와 안창은 하루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생고기는 도축을 하는 평일에만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토요일에 예약을 안 하고 방문한 갑판장네는 구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고기를 못 먹은 것은 아쉽지만 애시당초 토시와 안창이 아닌 가장 대중적인 구이를 선택할 생각이었기에 그리 섭섭할 것도 없습니다. 구이는 여러 부위를 막 썰어 담아서 내줍니다. 1인분에 150g인데 정량을 내주는지 서울에서 먹던 150g보다 양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윗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방은 백설처럼 새하얗고 고기는 진홍빛이 선명한 것이 척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하여간 때깔부터 다르니 기대감이 절로 상승합니다. 이런 양질의 쇠고기를 저울눈을 안 속이고 150g당 16,0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지방임을 감안하더라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어머니, 아내, 딸아이는 물론이고 갑판장도 연신 '맛나네'를 연발했습니다.

쌈채소와 재래기/남산식육식당
남산식육식당의 상차림은 간소합니다. 상추, 깻잎, 풋고추, 생마늘 등의 채소와 파와 상추를 섞은 재래기(겉절이의 경상도 방언)가 나오는데 재래기도 최소한의 간으로 새콤한 맛을 냈습니다. 쌈장과 참기름장도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참기름장은 소금이 없이 딱 참기름만 담아 내줍니다. 소금을 넣은 기름장은 따로 주문을 해야만 내줍니다. 채소의 숨이 살아 있으니 별다른 반찬이 안 나와도 별불만이 안 생깁니다. 괜히 젓가락도 가지 않을 전시용 반찬따위는 차라리 안 내주는 편이 낫습니다.


맛있는 참소주/(주)금복주
여지껏은 갑판장이 운전을 했으니 여기서부터의 운전은 아내에게 맡기고 갑판장은 룰루랄라~ 반주를 곁들였습니다. 경상북도에 왔으니 희석식 소주 한 병을 마셔도 그 지역의 소주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경상북도의 소주는 주식회사 금복주의 참소주인데 요즘엔 맛있는 참소주가 대세인가 봅니다. 그런데 헐! 알콜함량이 고작 17.5도. 이것이 정녕 대한민국 희석식 소주의 알콜함량이란 말입니까? 도데체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누구의 소주란 말입니까? 갑판장은 25도 짜리 진로소주의 '큭'하면서도 '커헉'하는 맛을 깨우친 이래로 1997년 출시된 23도 짜리 참나무통 맑은소주까지는 환영을 했지만 그 이후로 출시된 밍밍한 희석식 소주의 맛은 전혀 환영을 하질 않습니다. 소주가 소주다워야 소주지 이러다가는 청주와의 경계가 모호해지겠습니다.


된장찌개/남산정육식당
이 식당을 추천한 이에 따르면 구이를 먹은 후에 반드시 된장찌개로 마무리를 해야 제대로 먹은 것이랍니다. 자투리 쇠고기가 듬뿍 든 된장찌개인데 인수 상관없이 한 테이블당 2천원입니다. 여기에 공기밥(1천원)을 주문하여 말 듯이 비벼 먹으면 만족도가 2% 상승을 합니다. 예전보단 자투리 고기함량이 많이 줄었다는데 구이로 포식을 한 후라 그닥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콩나물도 들어있는 찌개라 약간 쫄이 듯 충분히 끓여야 제 맛이 우러납니다. 어머니께서는 구이를 드신 후에 또 다시 고기를 넣은 된장찌개가 나오니 느끼하다며 차라리 멸치로 맛을 낸 된장찌개가 낫겠다고 하셨습니다만 아내와 딸아이, 갑판장은 쇠고기된장찌개가 더 낫지 싶습니다.


시골김치/남산식육식당
밥을 주문하면 반찬으로 김치와 멸치볶음 등이 따라 나옵니다. 반찬그릇의 크기에 비해 내주는 양은 박하지만 이런 편이 차라리 재활용을 안 할 것 같아 미덥습니다. 항아리에서 막 꺼낸 김치인 듯 아삭하니 맛이 좋아 친창을 하며 더 달라 요청을 하니 직접 담근 김장김치랍니다. 역시 시골이라 채소류와 양념류를 직집 재배 또는 지척에서 구하기에 원산지도 불분명한 대도시의 것들과는 품질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맛이 나옵니다.

2014년 5월 3일(토요일) 오후 12시 3분경의 식당 앞 전경/남산식육식당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니 온동네가 주차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갑판장네가 이 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 식당에 대한 소문은 거의 다 사실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쪽 방향으로 오게 된다면 다시 방문하고픈 의사가 있습니다. 그 땐 평일이라 생고기도 맛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물 좋은 온천과 땟깔 좋은 고깃집을 소개해준 커피예술 사장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쇠고기 들어간 된장찌개 좋아하는 1인...
여행의 시작이 좋구먼 ^^
가족여행과 업무출장의 병행은 역시 힘들어...
암튼 잘 먹고 온 여행은 맞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참 눈에 쏙쏙 들어오게
글을 잘 쓰십니다.
저도 식당에 발 하나 걸치고 온듯 합니다. .
이어지는 여행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뭐하나. 집에선 개차반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