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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람의 여행일기 원문보기 글쓴이: 서리풀
조금 색다른 섬여행, 대이작도에서 백패킹을 즐기다
배낭무게 줄이는데 비화식발열도시락 편리
송이산 및 부아산 종주 2시간 반, 해안일주트레킹 5-6시간 소요
지난 4월 7-8일, 1박2일 일정으로 오랫만에 인천앞바다에 위치한 대이작도로 섬 백패킹을 다녀왔다. 코로나 이전에는 종종 백패킹을 다니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부터는 자제했었다.
백패킹은 역시 트레킹의 꽃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 매력을 잊을 수가 없어 무거운 캠핑배낭을 다시 챙기곤 한다.
늦깎이로 백패킹을 시작한지도 어언 16년. 첫 비박(Bivouac)산행은 2008년 6.28-29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지 중의 오지, 파로호를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육지 속의 섬,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였다. 비박 전문 산우들과 무려 100L의 그레고리 배낭을 메고 무서우리만큼 깊은 숲에서 밤을 지세웠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2012년 6월에는 또, 100L 그레고리 배낭을메고 왕복 10시간의 산행과 함께 지리산맥 봉우리 중 하나인 세걸산 정상(1,261m)에서 밤을 보내지않았던가?
2019년 5월에는 남해 어느 '무인도'에서 1박2일을 보낸 적도 있었지. 작지만 아름다운 섬에서 텐트 치고 해산물과 삼겹살 등으로 직접 요리를 해먹으면서 소줏잔을 기우렸던 추억. 사람들은 왜 상상의 세계로 무인도를 그릴까? 우리가 태어난 원초적자연이 그리워서일까? 쏟아져내리는 별빛·은하수에 취해 잠못이루던 그 밤, 그때의 기억 역시 생생하다.
대이작도에서는 작은풀안해수욕장이 캠핑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잘 갖춰져 있고 세면 및 캠핑용기를 닦을 수 있는 야외 수도시설도 잘 되어 있다. 특히 쓰레기 분리시설도 있어 굳이 쓰레기를 육지로 가져올 필요가 없다. 해수욕장에 소나무숲이 울창하여 텐트 및 타프치기도 좋다. 캠핑장 사용료는 2만원.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대이작도까지 가는 배편은 차량을 실을 수 없는 쾌속선과 차량 적재가 가능한 카페리호가 있다. 카페리호는 약 2시간, 쾌속선의 경우에는 1시간 20분으로 카페리호에 비해 조금 빠르기는 하지만 운항 도중 선실 밖에 나갈 수 가 없어 답답한 편이다. 이에 비해 카페리호는 운항 도중 갑판에 나가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페리호는 07시 50분 출항 1회, 쾌속여객선은 08시 30분과 15시 두번 출항한다.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08시 30분 출항, 10시경 대이작도에 도착했다.
요즘 등산이나 백패킹에서는 비화식(非火式) 음식이 유행이다.
산이나 국립공원 등에서는 불을 피울 수 없는데 비화식은 불을 피우지않고도 핫팩과 비슷한 발열제에 물 만 넣으면 금방 100도 내외까지 발열하여 음식을 익힐 수 있다.
핫앤쿡, 핫플러스 등 발열제, 비화식음식을 세트로 포장한 비화식발열팩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스웨덴, 프랑스 등 외국의 전투식량도 국내에서 판매된다. 쿠팡 등에서 쉽게 구입 가능하다.
발열제를 이용한 비화식조리용기도 바로쿡, 워킹쿡, 쓰리스타나들이쿡, 에코매직쿠커 등 여러 제품들이 있다.
원형 국그릇 모양의 플라스틱 제품도 비화식용기로 개발되어 있는데 라면이나 육개장 등 국물이 있는 음식 끓이는데 편리하다. 검정 그릇은 발열제를 바닥에 깔고 열을 내는 외(外)용기, 힌색 그릇은 내(內)용기로 익힐 음식을 넣는 그릇이다. 내용기를 외용기에 넣고 뚜껑을 덮고 발열이 되기 시작하면 손잡이 모양의 틈으로 김이 빠져나온다.
필자의 경우 이번 여행에는 비화식발열팩 및 바로쿡 발열용기는 물론 버너 및 코펠, 고체연료 등도 함께 가져갔다. 섬 해변이기 때문에 버너나 고체연료 사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밥짓기나 다양한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버너와 코펠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속도도 버너를 사용하는 편이 빠르다. 이번엔 현지에서 직접 채취한 쑥으로 쑥국도 만들어봤다. 쑥향 가득한 국물이 별미였다. 바위해변에서 고둥을 주워 넣으니 금상첨화다.
백패킹은 배낭 무게와의 싸움이다. 최대한 가볍게 배낭을 꾸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대이작도의 경우에는 섬 길이가 제법 긴데도 대중교통이 없다. 민박을 하면 대개의 경우 민박집에서 주요 관광지까지 태워다준다. 그런데 민박집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캠핑의 경우에는 모든 여행지를 도보로 해결해야 하므로 꽤 부담이 된다. 특히 백패커들에게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수킬로미터를 걷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선착장에서 캠핑장인 작은풀안해수욕장까지는 3.2km거리.
차량을 섬까지 가져가면 좋기는 하지만 운송료가 만만치않다. 일반승용차의 경우 인천여객선터미널에서 대이작도까지 왕복 10만원 내외가 된다. 선착장에서 작은풀안해수욕장까지 3.2km거리를 무거운 캠핑배낭을 메고 걸어가야 한다는 게 꽤 부담스럽다. 다행히도 대이작도 선착장에는 전기차대여소가 있다. 하루 대여료 66,000원. 시간당 대여도 가능하다. 할 수 없이 1박2일 동안 전기차를 빌렸다. 전기차로 섬 곳곳을 정말 편하게 돌아다녔다. 전기차가 많지않기 때문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전기차대여소 전번 010-2501-5133
대이작도는 큰풀안, 작은풀안해수욕장 이외에도, 영화 섬마을선생 촬영지, 25억년 한반도 최고령바위해안, 오형제바위, 하루 두번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무려 30만평에 이르는 신비의 모래섬 '풀등', 부아산 및 송이산 등산코스 등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다. 그리고 특히 해안산책로는 대부분의 구간이 데크길로 이어져 있으며, 썰물 시간대에는 데크길-숲길-바위해안길로 섬 둘레를 완전히 일주할 수 있어 환상적이다.
텐트 및 큰배낭은 캠핑장에 그대로 두고 작은 간이배낭을 메고 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필자는 대이작도 여행이 두 번째다. 10년 전 아내, 아들 등 가족과 함께 2박3일이던가? 이 섬에서 휴가를 즐긴 적이 있다.
우선 캠핑장 바로 옆에 인접한 데크산책로를 걸어봤다. 이곳 산책로는 풀등선착장이 위치한 정대정 정자를 지나 큰풀안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썰물 때는 다시 바위해안 및 데크길로 계남마을까지 갈 수 있다.
물이 빠졌을 때 작은풀안 해변 모래사장을 걷는 맛도 괜찮다.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간 흔적들. 어느 누구도 걸어보지않은 전인미답의 모래벌판이다. 처얼썩 처얼썩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걸어본다. 유치환의 시 ‘그리움’이 생각난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 이 시는 답답하고 외롭고 그리운 이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해서 참 좋다.
물 빠진 모래사장에 파도가 그려놓은 그림들도 신비롭다. 다양하게 그려져 있는 줄무늬들. 살짝 패인 무늬들이 판화같기도 하고 음각으로 새긴 난초꽃같기도 하다.
*OBS 동영상에서 캡처
풀등은 썰물 때면 3-5시간 정도 바다 위에 나타났다가 밀물이 들면 다시 사라지는 신비의 모래섬이다. 약 30만평에 이르는 규모의 이 모래섬을 이곳 섬사람들은 '풀등' 혹은 '풀치'라고 부른다. 섬도 아닌, 그렇다고 바다도 아닌 시한부 모래섬인 셈이다. 풀등은 이곳 대이작도에서 갈 수 있고 승봉도에서도 갈 수 있다.
필자는 승봉도에서 민박집 낚싯배로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다. 풀등은 작은풀안해수욕장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지만 부아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더 좋다. 하늘에서 드론촬영을 하면 환상적이다. 만조 때는 바다였다가 간조 때만 하루 두 번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모래섬이기 때문에 풀등을 보려면 물때를 체크해야 한다.
부아산 정상에서 풀등 모습을 보기 위해 서둘러 부아산을 오른다. 부아산 등산로입구까지는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부아산을 오른다.
아치형 통로를 지나면 긴 계단길이다. 계단길이 끝나면 곧 부아산의 명물 구름다리.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 색의 구름다리가 한 폭의 그림이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팔각정이 나타난다. 팔각정 옆에는 봉수대와 함께 부아산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부아산은 옛부터 인천, 경기, 충청, 황해도 해상의 요충지로 봉화대가 설치되었던 장소이다. 옛부터 백성을 품어 왕도의 터라 일컬어 왔으며, 부아산(負兒山)이라는 이름대로 이곳에 오르면 아이를 갖게 해준다는 영험한 명산이기도 하다. 정상은 이곳으로부터 100m 남았다.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능선은 산객의 마음자세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칼날같은 바위능선이다.
드디어 부아산 정상 도착. 정상에는 사방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서는 날씨가 좋을 경우 인천 시내는 물론, 큰풀안, 작은풀안, 목장불, 떼넘어해수욕장, 그리고 소이작도, 자월도, 승봉도 등 주변 섬들이 파노라마로 조망되며, 특히 썰물 때 만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모래섬 ‘풀등’이 그림같이 내려다보인다. 대이작도 선착장과 소이작도 사이의 바닷길이 하트 모양이다. 하트해안 경관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부아산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다.
주차장이 있는 전망데크에서 정상까지는 왕복 30분 정도. 송이산 들머리에서 부아산 정상을 거쳐 큰마을까지 종주산행을 해도 약 2시간 반 정도 밖에 걸리지않는다.
부아산 입구에는 ‘삼신할미약수터’도 보인다. 삼신할머니 약수터는 물맛이 좋고 풍부하여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병의 치유 및 소원성취를 위한 정한수(井一水)로 애용되어 왔다. 부아산의 정기를 받아 아기의 점지, 갓난아이의 수호 등 생명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영험한 생명수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은 계남마을. 대이작도 남동쪽 끝마을이면서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다. 1967년에 이곳 대이작도 계남마을을 중심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당시 크게 유행했던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의 내용을 영화화한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연출하고 문희, 오영일, 이낙훈, 김희갑 등이 출연했다.
낙도에 부임한 총각선생님이 몸담았던 학교는 이곳 계남분교였다. 대이작도 선착장 인근에는 섬마을 처녀 문희가 선생을 태우고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눈물짓던 소나무가 지금도 남아있다.
대이작도에서 가장 큰 보물은 25억년된 바위해안이다. 25억년 바위는 작은풀안해변에도 있지만 둘얼래해안이 가장 크다. 둘얼래 해안은 이별모퉁이를 넘어가야 한다. 대이작도 선착장에서 큰마을 가는 길 중간 갈림길인 '이별모퉁이'는 고갯마루에 공동묘지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죽은 자의 상여가 공동묘지로 가기 위해 이 모퉁이를 돌아서면 더 이상 마을이 보이지않기 때문에 '이별모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둘얼래'는 물고기가 많아 돌로 잡는다는 '돌어렵'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이곳 해안에는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이 즐비하다.
형성된지 25억년이 넘는 이들 암석은 땅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에 의해 암석의 일부가 녹을 때 만들어지는 혼성암으로 지하 약 15-20km 깊이(약 4,000-6,000기압의 압력)의 고온(700-750도)에서 생성된 것이라 한다. 25억년이 넘도록 살아남은 저 바위들. 지구생성의 산 역사를 보는 듯 하다.
대이작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마을은 이름 그대로 '큰 마을'이다. 선착장에서 좌측으로 몇분만 걸어가면 마을에 이른다. '큰마을'은 인천 남부초교 이작분교, 파출소, 교회 및 성당 등이 위치한 마을이다.
큰마을은 우측에 부아산, 앞에는 갯벌해안을 끼고 있어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특히 2010년 가을부터 주민과 예술가들이 벽화, 조형물 등을 꾸며 더욱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감로천이라고 부르는 옛날우물도 눈에 띈다. 수량이 풍부하여 지금도 이 우물을 통하여 집집마다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에 머물렀던 이레민박(펜션)도 일부러 찾아가봤다. 식당도 운영하고 있어 머물기에 편리하다.
백패킹 여행자들은 물, 맥주, 소주 등을 육지에서 무겁게 가져올 필요가 없다. 대이작도는 비교적 큰 섬이기 때문에 곳곳에 편의점들이 있다. 섬에 도착해서 구입하면 된다. 큰마을 입구 비탈길 옆에는 겐버니카페편의점이 보인다. 이곳 편의점에는 물, 주류, 스낵류는 물론, 냉동삼겹살, 냉동핫도그, 냉동피자, 무뼈닭발 등도 판다.
파출소 앞에 전기차를 주차하고 큰마을을 둘러본 후 ‘오형제바위’데크길을 걸어봤다. 대이작어업인안전쉼터에서 오형제바위전망대까지는 354m. 절벽해안에 만들어진 데크산책로가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전망정자에 이르면 오형제바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경관이 수려하다. 데크산책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절벽이 가파라서 갈 수 없었던 곳이다. 대이작도 방문자들은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전기차를 반납하고 돌아갈 여객선을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 옆 ‘최고령갯티길’이라고 부르는 데크산책로를 걸어본다. 선착장-도장불-최고령암석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2.1km. 바로 앞 바다 건너 소이작도를 바라보면서 걷는 맛이 아주 좋다.
초입계단을 오르면 문희소나무도 만날 수 있다. 영화 ‘섬마을선생’에서 섬마을 처녀 문희가 총각선생님이 떠나는 선착장을 내려다보면서 눈물짓던 곳이다.
선착장에 갈매기 한 마리가 외롭게 서 있다. 문득 영화속 섬처녀가 생각난다. 그대, 갈매기는 누굴 기다리는가?
영화장면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 노래를 혼자 흥얼거리면서 돌아갈 배를 기다린다.(글,사진/임윤식)
*대이작도 가는 방법은...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대이작도까지 가는 배편은 차량을 실을 수 없는 쾌속선과 차량 적재가 가능한 카페리호가 있다. 카페리호는 약 2시간, 쾌속선의 경우에는 1시간 20분으로 카페리호에 비해 조금 빠르기는 하지만 운항 도중 선실 밖에 나갈 수 가 없어 답답한 편이다. 이에 비해 카페리호는 운항 도중 갑판에 나가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페리호는 07시 50분 출항 1회, 쾌속여객선은 08시 30분과 15시 두번 출항한다.
*잘곳·먹을곳
-이레펜션및식당 010-5496-0519 힐링뷰펜션및식당 010-4724-4660
풀등펜션및식당 010-5392-3945 섬마을펜션 010-9041-4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