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엔 나름 빡빡한 일정이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유지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새벽기도. 그리고 정연철 권사님이 1차로 청소하신 예배당을 걸레로 마무리하기. 태안에 가서 목사님들과 테니스 운동. 집에 와서 미키 털을 빗어주고 집 청소하기. 아침 식사. 집 청소. 씻기. 걸어서 세계 속으로 시청........
그 날도 그런 식으로 진행을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졸려서 비몽사몽간인데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급히 나가보니 집배원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얼마 전부터 토요일엔 휴무로 알고 있었는데 전 특별한 일로 오신 줄 알았습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일(사기건)로 집배원을 통해 등기가 오는 것이 대부분 법원이나 집행관 사무실에서 오는 것인데 보통 우울한 소식만 왔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에 오는 경우가 특별배송으로 온 적이 있어서 또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내심 긴장을 했습니다.
무슨 일이시냐고 했더니 대뜸 새날이를 뺀 저희 가족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 사시는 것 맞죠?’ 하셔서 새날이가 빠졌다고 했더니 받아 적는 것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답하셨습니다. 자신이 이 지역을 맡았는데 각 집에 우편물을 정확히 배달하기 위해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소가 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주소는 맞는데 없는 사람의 이름으로 오는 것이 있기에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조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뜻은 알겠는데 오늘은 휴무신데 그래도 쉬셔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집에서 놀면 뭐해요! 빨리 조사해서 정확히 배송해야죠 하시며 다음 집으로 가셨습니다. 사실 그 집배원 아저씨는 몇 년 전에 저희 지역을 담당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조사를 하시는 것입니다. 처음에 담당 하실 때에는 이런 조사를 하지 않으셨는데 그간 무슨 일이 있으셨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시기 위해 휴일에도 일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집배원 아저씨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싶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전화가 왔습니다. 교회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초원교회라고) 자신의 집에 저희 교회 우편물이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는 것입니다. 보낸 사람을 물으니 임의대로 보내는 책자여서 그냥 반송해 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끊었습니다. 끊고 보니 상대방의 목소리가 누구인지 늦게 생각이 났습니다. 원북장로교회 목사님!
아마 저희 교회 이름이 바꾸기 전에 원북교회(원북감리교회)였는데 여전히 원북교회로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초원교회로 이름을 바꾼 지 벌써 14년이 지났는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를 잘 모르는 집배원 아저씨가 지금의 이름만 생각하고 주소는 확인하지 않고 장로교회로 배송한 듯합니다. 이 일을 겪고 보니 새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우리 지역 담당 집배원 아저씨가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