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흰수마자, 경기도 하천서 발견 '20여년만'
경기도 고양시 창릉천에서 멸종위기 민물고기 흰수마자가 포착됐다.
(사진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소장)
멸종위기종이자 우리나라 고유종인 민물고기 흰수마자가 약 20여 년만에 경기도 하천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전문가는 모래로 이뤄진 하천 바닥에 뻘이나 진흙 같은 이물질이 쌓이지 않은 것을 흰수마자가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로 지목했다.
최근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한강 하류 부근 하천에서 진행된 모니터링 조사에서 흰수마자 여러 마리가 관찰됐다.
14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에코코리아 등 환경 모니터링 단체는 최근 창릉천에서 1마리,
문산천에서 가장 많은 24마리의 흰수마자를 확인했고,
이밖에도 김포 동부간선수로에서 1마리, 파주 눌노천 하류에서 2마리 등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권 한강 수계에 속한 하천에서 흰수마자가 포착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이다.
2004년 한강 행주대교 부근에서 어부가 건져올린 새우통발 안에서 흰수마자가 우연히 포착됐고,
2007년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여주 청미천 지점에서 또 한번 포착된 바 있다.
흰 수염의 민물고기라는 뜻의 흰수마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한국 고유종이다.
하류와 맑은 중류를 오가며 하천 바닥의 모래를 파고들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는데
무리한 개발 사업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했다.
국내 저명 민물고기 학자 채병수 박사는
"흰수마자는 오랫동안 멸종위기종이었던 만큼 개체수가 많지 않고 한강 자체도 모래가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흰수마자가 서식할 수 있는 장소 자체가 부족해 쉽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조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이제서야 발견된 것이지 (해당 지역에서)흰수마자가 예전부터 살고 있었을 것"
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번에 흰수마자가 발견될 수 있었던 이유로 채병수 박사는 하천 바닥의 모래를 지목했다.
하천 바닥에 뻘이나 진흙 같은 이물질이 쌓여있었다면 흰수마자가 살지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채 박사는
"흰수마자는 최소 2급수 이상의 물에서 사는 만큼 수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하천 바닥에 뻘이나 진흙 등 이물질이 쌓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하천에서 공사를 하게 되면 하천 바닥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은데 흰수마자가 서식하는 곳이 모래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절대 모래 바닥에 손을 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천에서 포착된 흰수마자.
(사진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소장)/뉴스펭귄
채 박사에 따르면 과거 낙동강에서는 거의 전 지역에서 흰수마자가 관찰됐다.
낙동강은 거의 전체가 모래 하상으로 흰수마자가 살기에는 최적의 하천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천 바닥의 모래를 퍼내고 뻘이 쌓인데다 보와 같은 인공 구조물이 하천의 흐름을 막아
지금은 최하류를 제외하고는 흰수마자가 거의 다 사라진 상태다.
한편 이번에 흰수마자가 관찰된 지점에서 불과 몇 백미터 위쪽에서는 교량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사가 힘들게 발견된 멸종위기종 흰수마자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